<우리는 동호인> 걷기동호회 '고양들메길'

 

[고양신문] 가녀린 새싹들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겨우내 잠들었던 대지가 깨어나는 봄, 그곳이 산이든 들이든 걷기 좋은 계절이다.
몇 년 전부터는 걷기 열풍에 힘입어 집 가까이에도 걷기 좋은 둘레길이 많이 생기고 걷기 마니아도 부쩍 늘었다. ‘고양들메길’은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양시의 역사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역사문화 해설을 듣는 걷기동호회다.
고양들메길을 창단한 최경순 회장은 역사문화유적지 답사를 즐기곤 했다. 특히 비석의 비문을 탁본하고 해석하는 걸 좋아해 혼자서 답사 길에 자주 나섰다. 고양시는 옛 한양과 아주 가까운 지역적 특성상 조선시대 왕릉이나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유적, 무덤들이 곳곳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역이다. 지인들과 답사를 하던 중에 고양시 역사문화 이야기를 지역민들과 함께 걸으며 들려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여, 2009년 고양들메길이 시작됐다.

 

 


그냥 자연과 더불어 걷는 것도 좋은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적인 유래도 들으며 걷는 모임이라는 입소문에 첫 걷기부터 50명이 넘는 회원이 모였다. 김정희 회원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사는 지역의 역사유적지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지역에 대한 애착심도 생기더라”며 “특히 최 회장님의 풍부한 역사해설을 들으면서 쉬엄쉬엄 걷기 때문에 전혀 피곤하지 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가입 회원수는 1200여 명이지만 실제 정기적으로 걷기에 참여하는 회원은 200여 명으로 대부분 40, 50대다. 고양들메길은 매주 주말 정기걷기, 한적하게 걷는 평일걷기, 운동을 겸한 걷기, 달빛·별빛을 벗삼아 걷는 야간걷기 등 다양한 테마로 진행하고있다.

 

 

과체중으로 걷기를 시작해 15㎏을 감량했다는 전춘근 회원은 “처음 걷기를 시작할 때는 걷는 게 크게 운동이 될까 싶었다" 며 " 빨리 걷기보다 꾸준하게 천천히 정기적으로 걷는 게 중요하다”라며 걷기 노하우를 전한다. 또한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땀이 흐르며 혈액순환도 잘 되고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것 같다”라며 걷기 예찬을 한다.
걷는 걸 좋아해 20년 넘게 걷고 있는 나영준 회원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고양들메길 구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강을 한눈에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행주산성전망대가 있는  '행주산성누리길'은 바로 아래 한강으로 내려가 한강변에서 머물다 올 수 있어서 자주 찾는단다.

 

 

최경순 회장이 오랜 역사문화답사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브랜딩한 길도 있다. ‘대자동 공주길’이 그것이다. 공주길은 필리핀 참전비에서 시작해 조선 중종의 딸 숙정옹주, 단종의 누이이며 문종의 딸인 경혜공주를 만난 다음 대자동쪽으로 이어지는 산에서 효종의 딸 숙휘공주, 태종의 딸 경정공주 등 비운의 공주들이 잠들어있는 묘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이 길은 조선 태종의 넷째 아들인 성령대군과 고려 말 충신인 최영 장군묘를 둘러볼 수 있는 고양동누리길과 연결되기도 한다.

고양시 곳곳에 산재한 역사문화유적들과 이어지는 길에서 우리의 역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걷지 않는 듯 걷고, 공부 아닌 듯 역사공부도 하고, 거기에 자연이 주는 건강 보약도 덤으로 챙기는 들메길회원들은 오늘도 걷는 길이 행복하다.

문의: 다음카페 '고양들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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