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호인'아코토피아'

 

[고양신문]아코디언의 주름이 펴졌다 접혔다 하며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애잔하다. 옛 노래를 듣는 듯 흑백영화 스크린이 펼처지듯, 끊어지는 듯 다시 이어지는 애절하고 서정적인  연주가 가슴을 울린다.
‘아코토피아’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노후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모임이다. ‘아코디언’과 ‘유토피아’의 합친 말로, 낮은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가 연주로 위로하고 이상사회를 만들어간다는 뜻이 담겼다. 2010년 창단해 올해로 7년째 이어오는 아코토피아의 회원은 15명. 60, 70대의 자칭 ‘소수정예멤버’로, 부부회원도 두 쌍이 활동한다.

 

복지관을 방문해 아코디언을 연주 중인 아코토피아 회원들.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맞는 아코디언 음색에 반해 배우기 시작했다”는 반진연(81세) 회장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동안은 나이는 물론 세상만사 모든 시름을 잊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배운 지 어느덧 8년차에 접어들었다는 반 회장은 3대 회장으로 “아코디언은 독주‧합주가 가능한 악기”라며 “아코디언을 연주할 때가 내 감정표현에 가장 충실한 시간이 된다”며 만족해 했다.
아코토피아는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재능연주봉사를 한다. 봉사할 연주곡을 선정해 연습하는 과정에서 회원들은 음악뿐 아니라 회원 간 화음도 맞춰간다고 자랑했다. 2016년엔 경기도 재능나눔 경연대회에서 ‘동상’에 입상하기도 했다.
연주 연습은 일산아람누리에서 한다. 하지만 이전엔 연습할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해 회원들은 5년 동안 거리의 악사들처럼 12㎏이나 되는 아코디언을 들고, 어깨에 메고 공터를 찾아가 연주를 하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러다 2015년 하반기부터는 일산아람누리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에 정기 연습을 하고 있다.

 

일산아람누리 연습실에서 연습 중인 회원들. 맨 오른쪽 김태환악장, 맨 왼쪽 반진연회장

 


2000년에 직장 동료의 권유로 문화센터 등에서 아코디언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김태환 악장은 “재능을 너무 늦게 찾아서 아쉽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김 악장은 “저 역시 회원들과 함께 배워가는 회원”이라며 “아코디언을 연주하다 보면 감정이 풍부해져 억눌린 감정이나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우울증 극복에도 도움이 되는 악기여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배우면 좋다”고 소개했다.
10년 넘게 아코디언을 배우고 있는 홍성대 회원도 “아코디언은 멜로디와 반주가 다 가능해 연주하면서 노래도 부를 수 있고 특히, 섬세한 감정표현이 가능한 사람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닌 악기라”라며 아코디언의 매력을 덧붙였다.

 


반진연 회장과 더불어 부부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홍석 총무는 창단 때부터 총무를 맡고 있다. 서 총무는 “아코디언은 악보를 볼 줄 몰라도 연주가 가능하며 양손을 다 쓰는 악기라서 두뇌개발과 치매예방에도 효과 있다”고 자랑했다. 아내인 강춘자 회원은 반 회장 아내인 강숙자 회원과 우연히도 이름이 비슷해 동호회에서 ‘강방울 자매’로 불린다.
반진연 회장은 “풍부한 인생 경험이 담긴 아코토피아 회원들의 연주가 우리사회의 낮은 곳에 자그마한 위로를 건넬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의: 다음카페: 아코디언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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