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현 파출소 황희종 소장 (릴레이 인터뷰2)

<이번 주 황희종 소장은 일산청소년 쉼터의 윤기선 소장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


“궁예는 관심법으로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만약 내게 관심법이 있다면 불행한 이웃들의 아픔을 찾아내 도움을 주고 싶다”

제주도 대정읍이 고향인 황희종 소장(55)은 지난 73년 경찰생활을 시작했다. 고양시는 지난 96넌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하고 파출소에서 황 소장을 만나기까지는 꼬박 1주일이 걸렸다. 도중에 지방 출장도 있었지만 황소장은 “내가 뭘…”하며 언론에 나는 것을 한사코 거절했다. “존경받자고 인터뷰하는 것도 아니고 소개해준 분의 성의도 있고…”라는 ‘감언이설’로 겨우 설득.

파출소장은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이틀 일일근무를 하고 3일째는 24시간 야근을 한다. 야근이 끝난 다음날에냐 하루를 쉰다. 황 소장은 비번인 날은 밀렸던 숙제를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현재 사이버 대학인 H디지털 대학의 사회복지과 2학년이다. 컴퓨터 실력도 중급 정도라 왠만한 젊은이들 실력을 넘어섰다. 굳지 학교와 학원을 왔다갔다하며 바쁜 고등학생인 딸에게 도움을 청할 일도 없다고.

황 소장이 근무하고 있는 탄현 파출소는 지난 해 9월에 개소했다. 임기를 3년 남겨두고 초임지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황 소장은 “지역에 장애인 직업훈련소와 홀트아동복지기관이 있어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퇴임 후 복지사업으로 보람된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일산 청소년 쉼터도 이런 황소장의 ‘대민활동’ 중에 알게 됐다고. 쉼터에서 만난 미정이(가명)는 “이전에는 짭새가 하나님보다 더 무서웠다”는 말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경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파출소 앞에서도 버젓이 무단횡단을 하고 파출소 안에서도 취객들에 의해 구타당하는 게 요즘 경찰이다.” “인구 6만명의 이곳만 해도 경찰이 16명에 불과해 일인당 3천441명의 주민을 담당하고 있다”며 경찰들의 애로사항이 이어졌다.

황 소장은 덕양구 주교파출소에 근무할 당시 한 변사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 아파트에 살던 여인이 한 여름 죽은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발견돼 이웃의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 도심 속 각박한 인심이 안타까웠다는 것.

최근 황 소장은 일기장에 “봄이 되면 파출소에 개나리꽃, 살구꽃을 심고, 쉼터 정자에는 으름나무와 칡넝쿨을 올려 주민들이 흙 내음과 꽃향기에 이끌려 마음을 열어놓고 쉬어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련다”라는 작은 바램을 적기도 했다.

현재 황소장은 부인 이은심씨 사이에 1녀를 두고 화정동에 살고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