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있었던 일
나는 15년 전 약 4년간 9·11테러 이후 전쟁이 끝난 아프가니스탄에서 긴급구호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23년간 전쟁을 끝낸 아프간에 인도주의적 마음으로 그들을 도우려고 했지만 첫 마음과 달리 6개월이 지난 뒤에 그들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10루피하는 택시비를 10달러라 하고, 겨울용 이불과 옷을 나눠줘도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훔치고 빼앗고, 시장에서의 엄청난 바가지요금에, 약속해도 거의 지키지 않는 마을사람들, 결국 6개월 만에 나는 환멸감까지 느꼈다. 그러나 1년이 지나 만 4년을 넘기면서 내가 깨달은 사실은 ‘나도 이들의 처지였으면 똑같이 했을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내가 그토록 미워하고 싫어했던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바로 나와 똑 같은 성격의 사람임을 분명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른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도 유독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사람을 살펴보니 취향, 기호, 성격이 나와 똑같이 닮은 사람이던 것이다.

▲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내가 미워한 사람의 모습은 바로 내 모습
한 친구가 내게 와서 다른 친구를 비방하는 말을 할 때, 간혹 속으로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네 성격도 그 사람과 똑같거든”이라는 말이다. 자신만이 옳다고 한 행동이지만 제3자인 내 눈에는 두 사람의 성격이 거의 똑같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저렇게 자기와 취향과 성격이 똑같은 사람을 골라 싫어하는지 신기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결국 상대방은 나를 비추는 거울인 것이다.
50~60대 주부가 결혼생활 30년간 남편을 향해 매일 악다구니를 퍼붙는다. 자신의 말을 안 듣고 무시하고 고집스런 남편 때문에 도저히 못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길 더 자세히 들어보면 부인말 안들은 남편과 똑같이 부인 자신도 남편 말을 잘 안 듣는 사람이고, 고집스러운 남편보다 더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또한 남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녀가 남편을 더 많이 무시해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남에게 말이 많다고 핀잔하는 그 사람 자신도 그 못지 않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기같은 사람을 못 봐주고 한사코 자기같은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나의 거울, 세상은 우리의 거울
무시당한다고 쉽게 분개하는 사람은 사실 자신이 남을 더 무시하는 성격이 있음을 돌아봐야 한다. 한편 무시당해 불쾌하다지만, 사실은 남이 무시하기 전에 내 마음 깊이 이미 자신을 먼저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한다. 상대가 나를 배신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가 배신했다는 일방적 판단으로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돌려버리는 배신을 자신이 먼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주위사람이 모두 적이라고 생각하면서 행동하면 실제 주변 사람은 적이 되어 다가온다. 친구와 이웃을 고맙고 감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면 주변사람은 하나같이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으로 다가온다. 감사할수록 더 많은 감사거리를 불러들인다. 고마워할수록 고마울 일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이다.
부처님의 한 제자가 못된 이웃으로부터 망말과 폭언을 들었다고 흥분하며 부처님을 찾아왔을 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셨다. “그대여 만일 누군가가 당신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당신이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이 되는가?” 그러자 그 제자는 “그거야 당연히 선물을 준 사람이 다시 가져가겠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그와 같도다. 상대방의 망언을 당신이 받지 않고 그 말에 마음의 미동도 하지 않으면 그 망언은 그의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상대의 망언과 폭언으로 인해 마음의 분노가 인다면 결국 그의 의도대로 움직여준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으면 결국 그 폭언은 그가 되가져가는 것이다.

그들은 천박해도 우리는 품위 있게 대응
나는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과 안철수 측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적대와 공격을 보면서 큰 실망과 비애를 느꼈다. 평화와 통일 미래의 희망과 대안을 논의하기 보다는 서로 비방과 험담을 주고 받으며 사소한 일에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것을 보면서 큰 좌절감을 느꼈다. 상대의 이야기를 차분이 듣고 ‘생각을 나누고 설득하는 대화’를 하지 않고 항상 상대방을 ‘이기려고 대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주변사람이 기분 좋을 리 없고 가까이 가길 꺼려한다. 말과 행동에 가시가 많이 돋친 사람에게는 상처입을까봐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만든 국면이 아니라 수천만의 촛불들이 만들어놓은 촛불대선이다. ‘그들이 수준 낮게 공격해도 우리는 수준 높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는 미셀 오바마의 말을 실천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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