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안병덕 고도넷 공동대표

 


IMF직후 대기업 떠나 도시농부로
순환농법 실천하는 공동체 활동
“농사는 환경운동이자 생명운동”

 


서울에서 장년 부부가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찾아왔다. 풀 덮인 땅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서있는 부부가 못미더웠는지 안병덕 고양도시농부네트워크(이하 고도넷) 대표는 인터뷰 짬짬이 밭에 달려가 거름을 뿌려주고 밭을 갈아줬다. 일을 보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지 못하는 ‘천생 농부’다.

귀농 꿈꾸다 도시농부로 정착
“대부분의 시간을 농사짓는 데 쓰지만, 엄밀히 따져 전 농부가 아니에요(웃음). 농지법에 의하면, 농부는 자기 농지가 있어야 하거든요.”
안병덕 대표는 2001년부터 농사를 짓는다. 1993년 고양시로 이사를 와 IMF 외환위기 직전까지는 대기업에 다녔다. 직장생활을 접으면서 귀농을 생각했지만 아내의 반대와 아이들 교육문제로 마음을 접었다. 대신 직장에 다니면서도 늘 관심을 가졌던 환경단체 일을 하다 전국귀농운동본부와 인연이 닿았고 2001년 기독교공동체인 ‘동광원’ 지원 소유인 지금의 이곳 농지를 무상으로 빌려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초창기에 900평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1000평으로 늘었어요. 그중 50평은 시민들이 농사짓는 주말농장이에요. 예전엔 주말농장이 200~300평이라 실제로 제가 농사짓는 땅은 넓지 않았는데, 주변에 주말농장이 많이 생겨 분산되면서 지금은 제 농사규모가 꽤 커졌지요(웃음).”

그가 운영하는 ‘벽제농장’은 벽제시립공원묘지 맞은편 개명산 자락에 있다. 개명산 계곡에서 농지 바로 옆으로 흘러내려가는 물을 끌어다 농수로 쓴다. 그는 “개명산이 깊어 웬만해선 물이 마르지 않는다”며 뿌듯해 했다. 땅심이 좋아 농작물도 잘 자란단다. 그런데도 최근 주말농장 인구는 줄었다.
“고양시는 인구가 104만 명이나 되고, 도시 근교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좋은 편이에요. 하지만 그에 비하면 도시농업인구가 많지 않지요. 한창 아이들을 키울 때 관심을 갖고 왔다가도 아이들이 크면 발길을 끊거든요(웃음). 지속가능한 농업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도시농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도 고도넷의 고민이에요.”

순환하는 농사 교육, 고도넷 핵심활동
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고도넷은 생태적인 삶과 유기순환 농법을 실천하는 고양시의 도시농부 모임이다. 도시농부란 도시 근교에서 자신의 일을 갖고 있으면서 작은 농사를 짓는 소농민을 말한다. 2011년 결성된 고도넷의 소속 농장은 현재 10개. 농장에서 텃밭농사를 짓는 회원은 200여 명, 매월 회비를 내는 회원은 100여 명이다. 인적구성이나 활동이 다른 지역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탄탄하고 활발하다.
 
고도넷 농사법은 ‘생태적인 삶과 유기순환 농법 실천’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깐깐하다.
농약과 화학비료, 검정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토종종자를 우선 심고, 천연 유기제재와 생태퇴비를 스스로 만들어 쓴다. 땅을 망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사를 짓기 위한 노력이다.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요? 지난 몇백 년간 누린 게 전부일 수 있어요. 대량생산 농법이 아닌 땅을 살리는 유기순환 농법으로 바른농사를 짓고 바른먹거리를 소비해야 농사가 지속가능하지요.”
그는 이러한 실천은 큰 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부보다는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농사에 재미를 붙이는 “도시농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 수와 재배면적이 최근 5년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땅을 살리는 농사 못잖게 바른먹거리 소비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도넷이 바른농사와 바른먹거리를 권유하고 교육하는 데 힘을 쏟는 까닭도 그런 이유에서다.

고도넷은 올해도 도시농부학교, 어린이농부학교, 청소년농부학교, 생태텃밭양성과정, 도시농부전문가과정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지난해엔 고양시 도시농업지원센터로 지정돼 도시농업 활동을 지원받게 됐다.
“텃밭에서 공동으로 수확하면 처음엔 회원들이 n분의 1로 나눠 가져요. 하지만 그 다음엔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지요. 농사에 익숙한 사람은 자기 일만 빨리 끝내고 쉬는 게 아니라 옆 밭에 일손을 보태고 함께 끝내요. 농사를 지으면 자연스럽게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 삶이 몸에 배지요. 작게라도 농사를 지어보세요. 씨앗을 뿌리고 싹이 자라는 걸 보면서 농사가 바로 환경운동이자 생명운동이란 걸 깨닫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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