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호수공원 통신> 신음하는 왕벚나무김윤용 칼럼

 

지난 4월, 호수공원에 만개한 왕벚나무 터널.

 

 

김윤용『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이팝나무,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꽃들이 밥그릇에 담아놓은 쌀밥처럼 보일 것도 같습니다. 꽃이 흰 쌀밥을 닮아서 이밥나무로 불리다가 이팝나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24절기 중 여름에 들어서는 입하(立夏·5월 5일)에 꽃이 핀다고,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조팝나무, 눈부시게 흰 꽃이 무더기로 피었습니다. 꽃이 조밥을 닮아서 조밥나무였다가 조팝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조팝나무 하얀꽃에 벌들이 웅웅대며 이 꽃 저 꽃 옮겨 다닙니다.

칠엽수 꽃들도 한창입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선 원뿔 모양 꽃차례는 우윳빛 꽃잎에 노랗고 붉은 색을 보태고 있습니다. 나뭇잎이 일곱 개씩 모여난다고 해서 칠엽수(七葉樹)란 이름이 왔습니다.

불임(不姙) 나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자손 번식을 할 수 없는 나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입니다. 불두화가 그런 나무입니다. 불두화(佛頭花), 꽃이 부처님 머리를 닮아서 그렇게 부릅니다. 그래선지 절집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호수공원 전통정원 담장 옆에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쯤 풍성한 꽃을 피울 것입니다. 꽃은 처음에는 연초록으로 피었다가 나중에 흰색으로 변합니다. 공 모양으로 핀 꽃들은 꽃잎만 있고 암술과 수술이 없습니다.
 

호수공원 전통정원 담장 곁에 핀 불두화. 

 

호수공원 산책로에는 수많은 벚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4월 중순쯤 벚꽃들이 무더기로 핀 모습은 장관을 이룹니다. 일본과 일본인을 상징하는 벚꽃. 일본인들은 일제강점기 때 창경궁을 놀이공원인 창경원으로 만들고 벚꽃들을 무더기로 심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상징하는 나무라고 해서 해방 뒤 수많은 벚나무를 베어냈습니다. 제주도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하면서부터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인정받았습니다.

인공폭포에서 낙수교를 지나 호수교 방향으로 왕벚나무 터널이 있습니다. 봄철 왕벚나무 연분홍 꽃은 사진 촬영을 하게 할 만큼 매혹적입니다. 한꺼번에 우수수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잎들도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벚나무 열매를 버찌라고 합니다. 새들 먹이가 되는 버찌는 처음에는 연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나중에는 검보라색으로 익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불임나무인 불두화처럼 왕벚나무 버찌가 별로 열리지 않았습니다. 벚꽃이 만개할 때 벌들을 볼 수 없어서 걱정했더니 역시나 버찌를 거의 맺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벌들이 없어 꽃가루받이를 못한 걸까요? 뭔가 다른 까닭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 왕벚나무 나무껍질은 분홍빛, 잿빛으로 덧칠되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이게 뭘까?” 궁금했는데, 유리나방 방제를 위해 바른 백도제(白鍍劑)라고 합니다. 흰색 페인트와 생석회, 살충제를 물과 섞어 만든 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아름이 훌쩍 넘는 이곳 왕벚나무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온몸의 진액을 짜내 제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송진 같은 몸속 진액을 내보내는 왕벚나무의 고통이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호수공원을 조성할 때 30년생 벚나무를 심었다면 지금은 50대 나이가 됐을 왕벚나무들이 힘들게 제 몸을 지키기 위해 피 같은 진액을 쏟고 있습니다.
 

벚꽃이 진 왕벚나무 터널(5월 9일 촬영).

 

 

송진 같은 진액을 내보내 제 상처를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왕벚나무 수피.

 

 

 

벚나무 유리나방 방제작업을 알리는 펼침막. 

 

 

 

 

 

 

 

김윤용  webmaster@mygoyang.com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윤용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