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광풍에 휩싸인 신도시 아이들.

우리동네 한 대로변에는 2,3년전부터 각종 보습학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대한 학원타운이 되어 버렸다. 이 학원타운에서
우리 마을의 아이들과 다른 동네에서 오는 아이들은 저녁 때는 물론 심야시간대까지 그들의 청춘(?)을 보낸다. 고3은 물론 중학교1학년까지.

가끔 자정이 가까운 늦은 시간, 퇴근을 하거나 산책을 하러 나갔을 때
보는 풍경.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과 이들을 태우기위해 기다리는 학원버스를 보면 안타까운 심정은 물론 비애마저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고 2,3학년도 아닌 중학생시절부터 과연 저애들이 학원에서 그들의 시간을 보내아하는 것인지...

물론 우리의 교육제도,공교육이 부실하다보니 성적향상을 위해 학원을 다녀야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는 없지만 과연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가? 물론 이런현상은 우리동네에서만 있는것은 아니고 저 서울 대치동에서는 더욱 심하리라. 주위에서 듣기에, 서울대치동만큼은 안되지만 학원이 많이 많이 들어서야만 좋은 학군이 되고 동네가 좋아진다는 주민들도 있다.

이런 현실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 고양시, 또 내가 사는 일산이
서울,또는 다른 고장보다 좋은 이유중에 하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뛰어놀 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일산에 10년이상이나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운동장에서 뛰어 놀아야 할 학생들이 오후만 되면 학원으로 사라져 버리는 현실은 일산을 일산답지 않게 하는 삭막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학부모들, 특히 남편들보다 아이들의 교육을 사실상 담당하고 있는 우리 어머니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편하기 위해 학원에 보내지는 않는지? 주위에 이런 애기를 하면 강력한 반론이 제기된다. 요즘 학교의 공교육이 붕괴되어 학원에 가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고 교과과정이 어려워서 집에서 가르치기는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 도대체 중학교 1,2학년과정도 집에서 가르칠 수 없단말인가?
고양시에 사는 평균 주민들은 교육열이 뛰어난 중산층이라고 생각된다. 신도시가 몇 군데나 있고 서울과 인접한 고양시주민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비교적 젊은 중산층, 화이트칼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가진 주민들이 전통적인 농업지역을 빼고는 이제는 거의 고양의 대다수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렇게 수준높은 우리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어린 자녀들을 맡겨야 하는가?

수학이 어려워졌다면 영어나 사회는 집에서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려운 문제를 학부모와 함께 푸는 것은 더욱 보람찬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옆집에는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둘있는데 그들은 오후 5시에 학원에 가서 11시나 자정쯤 집에 온다고 한다. 중학생이 학원에서 전과목을 학습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까?

학원교육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학원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며 좋은 학원이 들어서서 학생들에게 수준높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온 도시의 중학생과 초급학생들까지 하루 종일 붙잡아두는 이런 형태의 교육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중3이나 고,2,3때 학원을 보내더라도 그 이전에는 우리자녀들을 뛰어 놀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초도 중요하고 특목고를 보낼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 점도 있다. 미리 공부하는 것은 집에서 불가능한가? 우리부모들이 조금만 신경쓰고 노력하면 집에서의 학습은 불가능한가?

개인적으로 우리집의 아이들은 중2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아직종합반에는 보내지 않고 큰애는 태권도장과 취미로 피아노학원,둘째는 태권도장만 보낸다. 큰애는 아직까지 학원에 보내지 않지만 상위권을 유지한다. 물론 집사람과 나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교과과정도 살펴봐야 하고 문제도 같이 풀어야하고 자꾸 잔소리도 해야하고...언젠가는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염려도 있다.그러나 그때까지는 2,30년전 찌들었던 부모들의 학창시절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고양의 학부모들이여! 아이들을 좀 더 뛰놀 수 있게 합시다. 그들의 아름다운 10대는 인생에서 단 한번 뿐입니다. 학원에 보내는 대신에 집에서 같이 문제를 풀며 EBS영어수업도 하는 노력을 기울입시다.
부모와 따뜻하게 저녁을 먹고 보내야 하는 시간에 학원에서 그들을 서성이게 하지 맙시다. 최소한 초등학교나 중학교 저학년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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