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김영광 고양청소년쉼터 둥지 소장

김영광 소장은 "14~18세 가출청소년이 정부 집계로는 10여만 명이라지만 실제로 기본법상 청소년 연령인 9~24세 가출청소년은 25만여 명으로 추산한다"며 "더 이상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쉼터시설을 확대하는 한편 쉼터 종사자들의 처우가 개선돼 이직률이 낮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설 아닌 가정집 같은 쉼터
12년간 한 해 200명 보듬어
자립자활 위한 체험 적극지원

돌을 고르게 박아 외벽을 마감한 이층집, 마당 한켠에 우뚝 서있는 농구대, 두 개의 건조대에 한가득 널린 빨래…. 고양청소년쉼터 둥지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 아이들이 지내는 곳이 ‘시설’이 아닌 ‘가정집’이어서였다. 김영광 고양청소년쉼터 둥지(이하 둥지) 소장은 “가끔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이런 작은 변화가 그에겐 둥지를 지켜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덧붙였다.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의 둥지
둥지는 집을 나온 청소년들을 단기보호하고 가정복귀와 자립을 도와주는 청소년사회복지시설이다. 말 그대로 가출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의 쉼터이자 둥지다. 현재 이곳에서 지내는 청소년은 중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 총 14명.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년째 산다.
“단순히 가출한 아이들은 대개 1주일~열흘이면 집으로 돌아가요. 이곳까지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가출보다는 ‘탈출’한 아이들이에요. 가정폭력이나 학대로 집에 그대로 있을 수 없어 뛰쳐나온 아이들이죠.”
둥지가 단기쉼터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씩 청소년들을 보듬고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에서마저 나가면 아이들에겐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고양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파주・양주・김포・부천 등 고양시 인근 지역에서 남자 청소년쉼터는 둥지가 유일하다는 것. 그러다보니 둥지엔 다른 지역에서 온 청소년들도 많다. 고양시엔 여자 청소년쉼터도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고양시에 중장기쉼터도 필요해요. 하지만 단기쉼터조차 없는 지역과의 형평성 때문에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죠. 지역안배도 좋지만, 가출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수도권엔 필요시설을 보다 적극적으로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가정복귀, 학업복귀, 자립자활 지원
그가 둥지 소장을 맡은 건 2005년부터다. 목사인 부친과 모친이 2000년부터 운영하던 청소년쉼터에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손을 보태면서였다. 어려서부터 “잠자리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늘 방 한 칸을 비워두는 생활”이 몸에 밴 그에게 둥지 운영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많아지자 빠듯한 운영을 해결하기 위해 법인으로 등록하고, 2009년부터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둥지를 거쳐가는 청소년은 한 해 200여 명. ‘사연 많은’ 아이들과의 일상이 그에게 때론 좌절을 때론 희망을 줬다.
“10대임에도 아주 기본적인 생활습관조차 익히지 못했거나 학업능력이 상당히 떨어진 아이들이 많아요. 가정 안팎에서 누구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한 거죠.”
그런 까닭에 둥지는 입소 청소년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부모와의 문제를 해결해 아이들이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둥지에서 지내는 동안엔 인근 학교에 다닌다. 한때 인근 학교에서 둥지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으려 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역에서 아이들과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그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학교 적응이 어렵거나 공부할 시기를 놓친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치른다.

근래엔 아이들에게 직업뿐 아니라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경험이야말로 아이들이 자립자활하는 데 가장 큰 자산이라는 생각에서다. 지난해엔 자체 야구단도 창단했다.
“예전엔 ‘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바뀔 것’이란 게 제 무의식 속에 있었어요. 그렇게 되지 않으면 상처를 받기도 했죠. 그러나 이젠 아이들이 부담이 안 갈 정도만 다가가요. 그래야 그 다음이란 기회가 오거든요. 집에 오는 길에 벚꽃을 꺾어다 주는 아이, 군인 월급을 아껴 산 담배 두 갑을 내미는 아이들이 건네주는 마음이 제겐 이 일을 계속하게끔 해주는 힘이죠.”

그는 아이가 오면 일단 배 부르게 먹이고 푹 재운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굳이 묻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기 얘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더욱이 자기들끼리 툭툭 주고받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더없는 ‘치유제’란 걸 그는 안다.
“아이들과 친해질 무렵 꼭 해주는 말이 있어요. 옥토에서 곧게 자란 콩이든, 자갈밭을 뚫고 나오느라 삐뚤어진 콩이든, 햇볕 없는 광에서 자란 콩나물이든 모두 대단한 거라고요. 어디서든 살아있는 것 자체로 감사한 일이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주어진 환경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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