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만 인권운동가

‘추락했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위대한 국민 저항’으로 평가 받는 지난 7개월이었다. 2016년 10월 24일 JTBC 보도를 통해 처음 최순실의 국정농단 증거가 담긴 테블릿 PC가 드러난다. 그리고 5일 후인 10월 29일, 광화문으로 모인 국민들이 첫 번째 촛불을 들었다. 이날 모인 국민은 주최측 추산 약 3만 명. 이렇게 시작한 촛불 집회는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한다. 11월 초에 100만명을 돌파하더니 매일 매일 새롭게 드러나는 ‘최순실에 의한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에 따라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갔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분노가 자발적인 국민 참여를 거듭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외신은 그러한 대한민국 국민의 저항에 대해 “아름답다”는 표현까지 썼다. 그 어떤 물리적 폭력도 없었으며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는 수 백만 군중 집회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촛불집회는 이후 20주간동안 이어졌으며 연인원 1700만 명이 참여하는 일종의 국민 축제처럼 발전되었다. 그러나 바다가 출렁이지 않는다고 깊은 물속까지 평온한 것은 아니었다. 평화롭지만 무섭게 인내하는 국민을 마주하며 정치권은 더 크게 긴장했기 때문이다. 결국 불가능할 것 같았던 대통령 탄핵 카드가 정치권에서 나온 이유다. 집권 기간 내내 오만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이례적인 대국민 담화로 사과했으나 오히려 국민적 분노만 키우는 것을 보며 해결책은 탄핵 밖에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하여 최초의 태블릿 PC 보도가 있었던 2016년 10월 24일로부터 47일이 흐른 같은 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되었고 결국 이듬해인 3월 10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만다. 그리고 다시 60일 후인 5월 9일이었다. 7개월간에 걸친 ‘각본 없는 민주주의 드라마 완성’은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새롭게 선출했다. 촛불 민심을 선거 운동의 전면에 앞세웠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압승이었다. 2위 후보와 무려 557만표 차이였다. 이는 역대 대통령 선거 결과중 최고의 표차 승리였다. 그만큼 불의한 권력에 대한 국민의 단호한 응징이었다.

이러한 촛불 민심은 두 가지 점에서 오랫동안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본다. 첫째는 불의한 권력은 절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라는 권력은 국민이 잠시 맡겨둔 것일 뿐, ‘진정한 주권자는 국민임을’ 지난 4.19 혁명과 6월 항쟁에 이어 다시한번 정치권에 주지시킨 것이다. 두 번째는 ‘얼마든지 평화로운 방법으로도’ 국민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경험이다. 여기에는 위대한 국민의 자제력도 있었지만 군이나 경찰 등 무력적 힘을 기반으로 한 세력 역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또다시 훼손시킬 수 없다”는 자각도 함께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덕분에 이제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인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길은 평화다. 지난 9년간 파국으로만 치달아왔던 남북 관계의 개선을 새 정부하에서 기대한다. 막힌 금강산과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고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중국과의 외교 문제도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굴욕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일본과의 군 위안부 문제 역시 국민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파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후속 조치는 중요하다. 국민을 배신한 대통령이 쫒겨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한 촛불 민심임을 문재인 정부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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