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답게 살자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우선은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이 필요할 테고 그러자면 일하고 교육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병을 치료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사회보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면 족할까? 예를 들어 사상과 양심의 자유, 정치적 참여, 집회와 결사의 자유, 법 앞에서의 평등 이런 것들 없이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반드시 누려야 하는 권리, ‘인권’으로 집약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

자유, 존엄성, 권리, 평등, 이성, 양심, 형제의 정신…. 이렇게 낱말들로 떨어뜨려 놓고 보면 참 많이 들어왔던 말들이다. 이 낱말들로 채워진 위 문장,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의 첫 번째 조항이다.

1948년에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은 지구상의 인류가 정치·경제·문화·종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인권 개념을 제시하고자 했다. 전문과 30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 모든 국가가 달성해야 할 인권의 공통기준으로 성별이나 언어, 종교, 출신국가, 신념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생명을 존중 받으며 자유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노예처럼 취급되거나 사고파는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 고문이나 비인간적인 모욕을 당하지 않을 권리,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 자기 나라 정치에 참여할 권리, 직업선택과 공정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을 권리, 자유롭게 문화생활에 참여하며 즐거운 생활을 할 권리 등등 참으로 다양한 인간의 권리, 그러나 그 어느 하나 빠져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힘든 필수적인 권리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세계인권선언이 오늘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반세기가 넘도록 세계인권선언을 법제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왔고 그 결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집단살해죄(Genocide)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 고문방지협약, 아동권리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인종차별철폐협약 등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대다수는 그런 국제인권조약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낸다.

국제적인 인권보장장치의 국내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권보호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었지만 그저 대통령 직속의 무수한 위원회 가운데 하나쯤으로 여겨질 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것들이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이 기댈 언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자면 자주 입에 올리고 이를 근거삼아 요구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우리 동네, 우리네 일상에서 인권이 정말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한 예로 금정굴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밝히자는 요구가 그저 묵은 일을 들추어내서 산 사람 괴롭히는 일이 아닌 까닭은 전쟁의 이름으로,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그 학살을 묻어두고는 오늘 우리가 인간의 존엄성, 인권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마주치는 살인적인 경쟁과 폭력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우리들 각자가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자각할 수도 없고 더불어 다른 사람을 존중해줄 수도 없다. 우리에게는 모든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의무가 있다.(세계인권선언 제29조) 생활 속에서 인권을 옹호하는 것은 생각과 주장만으로 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실천되어야 할 몇 가지 기술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말과 글로 자기 의견을 표현하기
·남의 의견을 잘 듣고 토론하기
·서로의 차이는 받아들이고 합의에 기초한 약속은 받아들이기
·항의편지, 정보와 자료요청 등으로 국내외 인권보장제도·기구 활용하기
·대중매체에 담겨 있는 편견, 고정관념, 차별 가려내기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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