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불안전하고, 위험한 물리적 환경 때문에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 조차도 거부당해 왔다. 실제로 자신의 사회적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디든지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보장되어야 가능하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지하철·버스·택시 등의 이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하철의 경우 장애인용 고정형 휠체어 리프트가 많은 역사에 설치되어 있지만, 이를 이용하게 될 경우 비장애인이면 5분내에 지상출구에서 지하철 플랫폼까지 갈 수 있는 거리를 수 십분 이상 소비해야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지하철 리프트도 지난 수 년 동안 수 많은 추락사고가 발생, 많은 장애인들이 부상당하고 사망하는 사건을 보면 장애인의 지하철 이용은 버겁기만 하다. 버스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탑승할 수 없을 정도로 계단이 높고, 좁은 차내 구조 때문에 휠체어가 버스 내로 도저히 진입할 수 없다.

지하철과 버스는 수송분담률은 전체 교통수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보편적인 이동 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시민인 장애인은 그러한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지난 2년간 주장해 온 것은 무용지물이 돼 버린 대중교통수단을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하철에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버스는 저상버스로 바꾸는 등 장애인이동권 보장을 강제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청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생색만 내는 행위로 4백50만 장애인들을 기만해왔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지난 11월 용산구에 장애인전용무료셔틀버스 1대를 도입해 장애인들의 이동 환경을 개선시키겠다고 선전했지만, 그 버스는 용산구 지역만 순환하고 배차 간격도 몇 시간씩 되어 장애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또한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올해 말에 도입해 장애인의 이동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서울시는 말하지만, 서울시 등록 장애인은 10만명 이상인데, 단지 3백대의 콜택시만 도입해 10만여명의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태도 이외에 장애인의 이동 환경 개선에 대해 책임이 있는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은 서로 자기 부처 소관이 아니라며, 이 책임을 다른 부처로 떠넘기려고만 하고 있다. 실례로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지난해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관한 정책적 요구를 건교부와 복지부 등에 요구했지만,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통 체계를 전환시켜야 하는 문제이기에 건교부의 소관으로 보여진다(복지부)”, “비록 교통 시설과 관련된 문제지만, 장애인 관련 정책과 동반되어져야 하는 것이기에 이는 복지부 소관으로 판단된다(건교부)”는 이야기만 했다. 당연히 보장해 줘야 할 장애인이동 권리에 대해 국가는 부처이기주의와 예산부족을 이유로 내세우며 아무런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자. 장애인전용콜택시를 도입하고 장애인전용 무료셔틀버스를 운용하겠다는 계획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사회통합의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인만 별도로 교통 시설을 마련해 준다는 것은, 또 다른 장애와 관련된 사회적 편견을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이미 장애인은 장애인복지정책 등을 통해 철저히 비장애인과 분리된 채 시설에 격리되어 수용되는 등 우리 사회로부터 분리된 삶을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분리정책을 개발하게 된다면, 장애와 관련된 사회적 인식은 점점 더 편견에 사로잡힌 채 왜곡될 것이다.
예산 문제 역시 달리 생각해야 한다. 재벌들의 빚은 갚아주려고 몇 십 조원의 예산을 사회적 합의도 없이 지원해 주고 국방예산을 증액하면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가장 차별받는 국민의 복리와 안녕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참 이해 못할 노릇이다.

오히려 이러한 현상이 인권 국가로 자부하는 한국에서 나타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는 현재 한국 사회의 열악한 장애인의 이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끊임없이 전개하여 이 땅의 차별 받는 장애인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 선전국 차장> ⓒ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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