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아래 뿌리 ‘수분 부족’ 뿌리 위로 자라며, 밑동 부식

콘크리트 아래 뿌리 ‘수분 부족’
뿌리 위로 자라며, 밑동 부식 
13일 강풍, 밑동 썩은 가로수 
곳곳 쓰러지며 인명피해 발생 


[고양신문] 고양시의 자랑인 아름드리 가로수에 비상이 걸렸다. 반경 1m의 비좁은 ‘흙 구멍’이 있을 뿐, 온통 콘크리트로 덮여버린 나무 밑동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고사되고 있고, 고사된 나무가 쓰러지면서 사람의 생명도 위협하는 재난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인명피해를 불러온 일산역 건널목 앞 가로수 식재 지점. 밑동이 심하게 부식된 채 그대로 남아있다. 강풍에 휘청이던 나무는 강풍이 지나간 지 20분 후 순식간에 쓰러지면 건널목 앞에 서있던 시민들을 덮쳤다.

지난 13일 폭우와 강풍에 고양시 곳곳에서 20여 그루 이상의 나무가 쓰러졌고, 시민 한명이 크게 다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다. 인명피해를 불러온 일산역 건너편 가로수는 나뭇잎은 무성했지만 밑동이 푸석푸석하게 부식돼 있었다. 강풍에 휘청대던 나무는 건널목에 서있던 남 모(51세, 여성)씨를 순식간에 덮쳐 다리를 부러뜨리고 어깨, 턱 등 곳곳 뼈를 금가게 하는 중상을 입혔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나무를 걷어내지 않았다면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이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가로수는 곳곳에 방치돼 있다. 일산동구는 올해 초 가로수가 쓰러진 것을 계기로 일산동구 내 전체 가로수를 조사한 결과 약 70여 그루의 나무가 뿌리부터 부식되고 있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들 가로수를 모두 잘라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일산신도시의 가로수는 대부분 20년이 넘어 점점 커지고 있으나 뿌리가 수분과 햇볕을 받지 못하면서 밑둥을 휘감고 위로 치고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며 “뿌리가 위로 올라오며 보도블럭을 들추면 올라온 뿌리를 잘라내고 보도블럭을 다시 정비하는데 이 때 상처받은 뿌리가 부식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산역 앞 가로수는 인도 한가운데, 건널목 바로 뒤에 있었다. 사람이 항상 머물거나 오가는 위치다. 건널목은 신일산역이 개통되면서 새로 생겼다. 건널목이 만들어지면서 이 가로수를 옮겨 심거나 잘라냈어야 하는데, 방치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가로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나무 밑둥 주변이 흙이 아닌 콘크리트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보통 나무 밑둥 부분에 사방 1m 정도의 흙 구멍처럼 열어두고 콘크리트를 덮는데, 나무가 커지면 뿌리까지 수분과 햇빛이 내려가지 못한다. 또 일부 구간의 가로수는 지하층에 상하수도 전기 등 지장물이 있어 뿌리내리는데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강풍 사태를 계기로 덕양구와 일산서구 역시 전체 가로수 현황을 조사하고 부식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로수를 모두 잘라낼 방침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가로수 수령이 높아질수록 고양시 도시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가로수 밑동 부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근원적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일산역 사고 현장의 가로수는 항상 사람이 머물거나 오가는 건널목 뒤 인도 한가운데 있어 쓰러지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일산역 신역사가 문을 열면서 건널목을 만들었으나 건널목 주변 가로수를 정비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산역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은 “강풍과 폭우에 의한 자연재난으로 알고 있었는데, 가로수 조경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언제 어디서든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불안하다”며 “가로수도 살고 사람도 안전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강풍에 쓰러진 가로수는 대부분 느티나무와 회화나무였다. 가로수의 수종과 도로변 조경시설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올 여름 비바람이 또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고양시 거리거리마다 잘 조성된 가로수는 인구 100만의 도시를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자연자원이다. 나무도 살고 사람도 안전한 도시를 위한 근원적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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