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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과 디자인가구, 갤러리에서 만나다<공감공간> 파주출판도시 갤러리박영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7.05.20 20:05
  • 호수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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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문 갤러리에 대한 일반인의 선입견이 있다. 너무 고급지고 진지해 쉽게 다가가기엔 부담이 된다는 것. 파주출판도시에 자리한 갤러리박영은 다르다. 참신한 현대미술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하는 전문 갤러리지만, 명품 디자인 가구와 공간을 지혜롭게 공유하며 일반인들과의 눈높이를 조율했다. 여기에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미술관의 안팎 공간은 갤러리박영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나들이 체험을 선물해준다.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 제공하는 창작의 산실

공간의 모체는 법률과 행정 분야의 전문 학술서적을 주로 만드는 도서출판 (주)박영사다. 일찍부터 예술과 건축 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박영사의 안종만 대표는 자신의 예술적 감각과 열망을 집약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은 후, 파주출판도시의 미술 전문 갤러리 1호인 갤러리박영을 오픈했다.   

갤러리박영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한 문화지원 노력을 이어오고 있는 ‘참 고마운’ 미술관이다. 2008년 문을 연 이후 청년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를 9년 동안 운영했고, 2015년부터는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인 ‘갤러리박영 작가공모전’을 개최해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과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 ‘2017 THE SHIFT' 역시 지난해 실시한 작가공모전 선정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를 살펴보자. 회화, 설치, 조각, 공예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데, 신진작가답게 하나같이 감각과 재치가 넘친다. 강은진 작가는 나무판 위에 기억 속의 집을 시리즈로 그렸다. 동일한 디자인이 반복되지만, 서로 다른 느낌의 색채를 입혀 독특한 아름다움을 창조해냈다. 주혜령 작가는 윤기 나는 질감의 F.R.P 소재로 귀여운 조형물을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모든 작품 속에 캐릭터화된 작가 자신의 형상을 넣어 내면세계를 표현했다. 박경선 작가의 회화 작품의 주제는 ‘행복이란 무엇일까?’다. 작가는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을 인터뷰하며 아이들이 품고 있는 행복에 대한 이상이 사회의 통념 속에서 구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그림들은 관람자에게도 행복에 대한 사유의 물꼬를 터준다. 호진 작가의 작품은 색상과 형태가 무척 화사하고 친근하다. 미키마우스, 둘리, 헬로키티 등 동심과 친숙한 캐릭터 틀 속에 작가의 손으로 하나하나 구워낸 세라믹 조각들을 붙여 러블리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강은진 'House-4', 50x90cm, korean painting on woodcut print, 2017
주혜령 ‘숨바꼭질’, 60x35x70, FRP에 우레탄도장 원목, 2017

 

각각 다른 구성 보여주는 3개의 갤러리

전시 공간은 3개로 나뉘어 있다. 제1갤러리는 미술 전시 전용 공간이다. 이에 반해 제2갤러리는 미술작품과 디자인 가구가 공존한다. 갤러리박영의 정정윤 문화기획팀장은 이를 ‘스페이스 콜라보’라고 설명해줬다. 이름처럼 조형미가 뛰어난 원목 디자인가구와 미술작품이 조화로운 매치를 선보인다.

스페이스 콜라보는 제3전시공간에서 더 역동적으로 연출된다. 이곳에서는 가구와 미술 작품이 손발을 맞춰 좀 더 특화된 공간을 선보인다. 1층과 2층으로 이어지는 제3갤러리는 실제 사무공간으로도 사용하는 다양한 분위기의 방들을 들여다보며 보다 흥미로운 관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2층의 메인 홀에는 오래된 TV, 가전기기, 여행용품 등 다양한 빈티지 소장품들을 배치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제3전시장에 진열된 미술작품들은 기획전 작품들과는 달리 갤러리박영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의 명작 콜렉션들이다. 가구 역시 개성과 품격을 가진 명품들로 격을 맞춘다. 
 

미술작품 전용 전시공간인 제1갤러리 모습.
고풍스러운 소품들이 가득한 제3갤러리 2층 거실 모습.



2전시장과 3전시장을 채운 가구들은 젊은 디자이너들과 손재주 좋은 목수들이 모여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원목가구를 제작하는 찰스 퍼니처라는 디자인가구 전문기업의 작품들이다. 대개의 가구 회사들이 디자인과 제작, 판매를 각각 서로 다른 공간에서 진행하는데 비해 찰스퍼니처는 아이디어 스케치에서부터 최종 유통까지의 전 과정이 한 곳에서 진행된다. 그만큼 작품성과 완성도가 높다.

예술작품과 상업용 가구를 함께 전시한다는 남다른 발상의 이면에는 미술 작품 구매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신선한 동기가 작동했다. 구매한 미술 작품이 가구가 놓인 일상의 생활 공간에서 어떤 느낌으로 디스플레이되는지를 미리 가늠해볼수 있는 시각적 시뮬레이션 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상의 생활공간에 놓인 작품을 감상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상상해보는 경험은 미술작품 구매자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인 팁이 될 듯. 실제로 자신의 집 거실 사진을 보여주며 공간에 어울리는 미술작품을 상담하는 방문객들도 많단다. 가구는 미술작품을 벗삼아 품격을 더했고, 미술작품 역시 가구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무게를 덜어내며 관람자와의 눈높이를 맞췄으니 이보다 좋은 궁합이 또 있을까.

자연과 인공이 넘나드는 아름다운 건축물
  
전시실 구경을 마쳤으면 야외로 나서보자. 미술관 옆 아늑한 잔디밭에는 편안한 피크닉 테이블이 놓여 있어 누구든 편하게 쉬어갈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건물 측면을 감고 올라가는,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돌출 계단이 방문객의 발길을 다시 유혹한다. 계단을 따라 이어진 긴 데크를 따라가면 옥상이 나타난다. 뒤편으로는 심학산의 야무진 실루엣이 펼쳐지고, 측면과 전면으로는 자유로와 출판도시의 완충 지역 역할을 하는 푸르른 녹지 벨트가 이어진다. 겨우 한 층 올라왔을 뿐인데, 땅 위에서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열려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계단과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건축물의 매력이 새삼 도드라진다. 각각의 공간이 치밀하게 연결된 동선을 따라 유연하게 연결되도록 했다. 더불어 미학적으로도 콘크리트, 나무, 철 등 건축 재료의 물성을 풍부히 살려 단조로운 듯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에 심취한 안종만 대표가 그의 건축 철학을 롤 모델 삼아 만들었다고 한다. 빼어난 건축미는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 TV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배경으로 수차례 등장했다.  

나들이의 마무리는 건물 초입에서 방문객을 맞았던 카페 ‘아트랩’ 담당이다. 시원한 통유리창 너머로 한가로운 출판도시의 뒷골목이 훤히 내다보인다. 카페 공간에서도 예술 작품들이 숨어있다. 한 잔의 커피를 즐기며 예술과 건축, 명품 가구를 감상한 특별한 나들이의 여운을 갈무리해보자. 

 

왼쪽 미술관 건물과 오른쪽 카페 건물 사이에는 편안한 야외 휴식공간이 있다.
카페 '아트랩'의 실내.
미술관 옥상. 뒤편으로 심학산의 듬직한 산세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갤러리박영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7-9
문의 : 031-955-4071

※ 진행 중인 전시 : ‘2017 THE SHIFT'
   5월 13일(토) ~ 6월 25일(일), 월요일 휴관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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