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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光武帝)와 조강지처<최재호의 역사인물기행>
  • 최재호 고봉역사문화연구소장, 전 건국대 교수
  • 승인 2017.05.22 10:57
  • 호수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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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중국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황제로 꼽히는 후한(後漢)의 창업군주 광무제(유수,劉秀: BC 5~AD 57)만큼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황제에 오른 인물도 드문 듯하다. 유수는 한(漢) 고조 유방의 9세손으로, 황손의 핏줄이긴 하나 수대에 걸쳐 집안이 쇠락하여 어린 시절을 한적한 시골에서 가난하게 보냈다. 유수가 출생할 당시 한나라는 그 운이 쇠약해져, 황실의 외척인 왕망(王莽)이 신(新, AD8~23)나라를 막 창업한 때였다.

유수는 위로 유연(劉縯)과 유중 두 형을 두었다. 큰형 유연은 성격이 호탕하여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반면, 여러 사람들을 이끄는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에 비하여 유수는 부끄러움 때문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성격이었다. 따라서 유수는 자신이 난세를 평정하고 황제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조용히 태학에서 글이나 읽으며 매사에 부드러움으로 대하는 조심성 많은 청년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사회에서 멀쩡한 젊은이가 한가롭게 책이나 읽고 있기에는 세상이 너무도 혼란스러웠다.

왕망의 부도덕한 정치가 계속되자, 각지에서 군웅들이 우후죽순처럼 봉기를 일으키고 있었고, 유수의 형제들도 옛 한나라의 부활을 명분으로 거병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유수의 형인 유연이 병사를 모으자 생각처럼 병사가 잘 모이지 않았다. 결국 동생인 유수가 앞장을 서자, 평소 유수의 착한 성품을 높이 평가했던 농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병력의 숫자는 크게 불어났다. 유수는 소를 타고 병사들을 지휘하였고, 이후 녹림군(綠林軍)에 합류한 뒤에는 왕망의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한 말을 타게 되었다.

이 같은 유수에게 기회가 온 것은 세계 전쟁사에도 그 이름이 올라있는 이른바 곤양대첩(昆陽大捷)이었다. 유수가 3000명의 결사대로 왕망의 42만 대군을 격퇴시키자 주변의 군웅 호족들이 그의 휘하에 복속하여 왔다. 유수가 마침내 낙양(洛陽)을 근거지로 삼아 황제의 자리에 오르니 이때가 서기 25년(건무원년) 그의 나이 불과 30세였다. 황제위에 오른 유수는 지난날 연모하던 음려화(陰麗華) 외에 곽씨 부인 등 2명을 정식 황후로 맞이하게 되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여인들을 곁에 두었다.

하지만 광무제에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황제로서 누이인 호양공주(湖梁公主)의 배필 하나 찾아주지 못한 채, 자신만 여인들에 둘러싸여 있기가 다소 미안하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누이를 불러, 그간 마땅한 신랑감이라도 물색해 두었느냐고 넌지시 물어보자, 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송홍(宋弘) 대감이라면 당장에라도 혼인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송홍의 뛰어난 인품은 세상이 다 아는 일, 하지만 하필이면 유부남을 좋아하는 누이가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누이를 병풍 뒤에 숨겨 두고 송홍과 단 둘이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하였다.

광무제는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사람이 신분이 고귀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재물이 넉넉해지면 아내를 바꾸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하는데 경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라고 묻자, 송홍은 조금도 주저함 없이 “폐하, 황공하오나 신은 가난하고 천할 때의 친구는 잊지 말아야 하며(貧賤之交 不可忘), 술지게미와 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는 버리지 않는(糟糠之妻 不下堂)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되나이다.” 그러자 광무제는 병풍 뒤 누이를 돌아보며 “안 되겠는데요”라고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언제부터인가 황혼이혼에 이어 졸혼(卒婚)이란 말이 난무하는 이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소중한 말이 아닌가 한다.
                                                            

 

최재호 고봉역사문화연구소장, 전 건국대 교수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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