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3 으뜸문화 서문식 사장

<이번 주 서문식 소장은 탄현파출소의 황희종 소장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

“회사 장부를 직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사무실 한 켠에 걸어놓았죠”

장항동에 있는 으뜸문화(901-5515)는 제본을 전문으로 하는 인쇄업체. 이곳 서문식 사장(42·사진)은 가족과 같은 회사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소한 결정도 모든 직원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결정하고 있다고. 직원 20명 남짓의 소규모 업체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서 사장의 직원사랑은 진실하다. 특히 이곳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좀더 각별하다. 아무리 자금사정이 어려워도 월급날이면 이들 먼저 월급을 챙겨주니 서 사장이 고마울 수밖에. 서 사장이 당장 수중에 돈이 없다고 하면 이들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난리다.

그러나 업체를 찾은 지난 3일에는 사무실 분위기가 사뭇 긴장감이 흘렀다. 거래처 직원들이 찾아와 주문이 잘못됐다며 하소연이다. 앉은 자리에서 1천500만원 가량을 손해볼 판. 서 사장은 “서로 손해를 보더라도 방법을 찾아보자”며 이들을 돌려보냈다.
“거래라는 것이 한번 손해를 본다고 끝까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서 사장과 이들 거래처들과의 관계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항동으로 공장을 옮겨 온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지난 2000년, 새벽에 공장에서 불이 나 피해액만 억대가 넘었다고. 당시 회사사정으로 작은 돈은 아니었다.
이때 거래처들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라며 다시 주문을 하거나 대부분 마진 없이 거래를 계속하길 원했다고 한다. 서 사장은 “빡빡하게 세상을 살았다면 그때 손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에만 비슷한 업종이 수백개나 되지만 많은 거래처들이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렸다 주문을 해 왔다.” 그래서인지 서 사장의 으뜸문화는 영업직원이 따로 없다. 신용이 바로 영업이다.

서 사장은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조심스레 꺼내놓았다. 4년 전 지방출장을 간 공장에서 작업도중 화재로 전신에 2∼3도의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 3박4일동안 구급차를 타고 몇몇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을 정도로 당시에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었다고 회상. 치료를 위해 집 2채를 날리고도 치료비가 모자라 어쩔 수 없이 퇴원, 부인 한씨가 직접 주사를 놓고 붕대를 갈았다고 한다. 그러나 서 사장은 온몸의 흉터를 보여주면서도 “얼굴은 다행이 안 데었다”며 웃었다.

서 사장은 부친도 공장을 하다 망해 가정형편이 기울고 학비를 대주겠다던 큰 형님도 곧 입대를 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교수까지 서 사장의 업체를 방문해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못 배운 것에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만큼 사회경험도 중요하다. 여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의 난관을 만났을 때 해쳐 나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61년 서울에서 태어난 서문식 사장은 부인 한일순씨 사이에 올해 1남1녀를 두고 현재 덕양구 현천동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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