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학교 주최 청소년 진로 탐색 특강 열려

강연 후 관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는 네 명의 강사들

[고양신문] “장기 계획을 세우지 마라”(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 “엄마 말 잘 들으면 망한다”(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경쟁이 최고라는 생각을 버려라”(김남훈 격투기 해설위원), “내 식대로 즐겁게 막 살아도 결과가 비슷하다면 막 살아도 되지 않을까?”(정윤수 성공회대 교수)

한 장소에서 만나기 힘든 4명의 강사들이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한 특강에서 일반적인 '어른'들의 충고와는 다른 파격적인 메시지를 들려주었다. 정윤수, 김남훈, 원종우, 이정모, 이들이 5월 27일 (사)마을학교 주최로 덕양구청에서 열린 '내가 가는 길이 나의 길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에 강사로 나섰다. 강의에 참석한 초・중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조금은 비슷하면서도 개성이 다른 강사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경청했다.

프로 레슬러에서 '육체파 지식인'으로 변신한 김남훈 격투기 해설가


제일 먼저 강사로 등장한 김남훈은 등장부터 놀라웠다. 의자를 들고 나와 무대 앞에 그대로 내던져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 그는 프로 레슬러 출신으로 지금은 '육체파 지식인’이자 격투기 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레슬러일 때는 “스펙(SPEC)이 떨어져서 악역을 전담”했지만 격투기 해설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이후로 재미있는 동영상을 만들어 SNS에 올렸고, 그 후 케이블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서 해설자가 됐다. 그는 '진로와 직업' 이라는 교과서에 수록된 인물이기도 하다. 힘이 넘치는 그의 강의 내내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꿈과 소망,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감도 중요하다”며 “혼자 가지 말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아기 사자를 구하는 어미 사자 같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여러분의 미래가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눈이 부시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마무리 멘트로 박수를 받았다.
 

청소년들에게 배낭여행을 권하는 원종우 대표


이어 철학도이자, 록 뮤지션, 음악 평론가, 딴지일보 기자, SBS 다큐멘터리 작가였으며, 역사책 저자이자 현재는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진행하고 있는 원종우 작가가 강연을 했다.

그는 “야망을 가질 필요가 없다”라는 말에 이어 자신은 “대학 시절 정학을 당할 정도로 막 살았다”며 “장기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권했다. 자신의 경험상 3년 이상의 긴 계획은 필요가 없다는 것.

대신 그는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가 궁금해 그 답을 구하고자 노력했고 지금은 “나는 내가 선택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스펙이나 꿈, 야망은 구속이나 강요일 수 있다.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 원대한 꿈을 꾸지 않을 권리, 평범해질 권리”를 주장하며 “평범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이 정말 좋은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며 배낭여행을 권했다.
 

"엄마 말을 들으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이정모 관장


마지막으로 이정모 관장은 ““변화는 어떻게 올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 “변화는 도둑처럼 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들려줬다.

디지털 카메라의 발전에 따른 필름 회사들의 폐업,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 상황을 볼 때, 우리가 말했던 미래는 이미 여기에 우리 곁에 와 있다. 골고루 퍼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를 뿐이다. 직업 세계의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직업에 관한 한 증조할아버지나 할아버지, 심지어 어머니의 지혜도 자식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엄마 말 대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를 때는 최대한 빨리 다양한 실패를 해서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말했다.

정윤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관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났다. 각 인사들의 단독 강연을 들어도 시간이 부족할 강사들을 한꺼번에 만난 것이 아쉬울 정도로 청소년과 학부모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