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국내 도심공원 살펴보기(광교호수공원)

신대호수 습지구간. 철새들이 걸터앉아 쉴 수 있는 10여 개의 횃대를 설치했다(사진 오른쪽).

일산호수공원, 녹지·생태공원으로의 성장 가능성
① 일산호수공원,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② 국내 도심공원 살펴보기(광교호수공원)
③ 해외 도심공원 살펴보기(홍콩 구룡공원·홍콩공원)
④ 해외 생태공원 살펴보기(홍콩습지공원)
⑤ 일산호수공원, 생태공원으로의 성장방향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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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풍광 아름다운 신대호수, 물숲 산책로 매력적
수변데크로 경관 살린 원천호수, 습지 위 산책로 인기


[고양신문] 최근 들어 신도시가 건설되면 도시 규모에 걸맞는 도심공원도 함께 계획되는 추세다. 세종시에는 공원 내 도서관 건물이 아름다운 세종호수공원이 있고, 인천 송도에는 보트와 카약을 즐길 수 있는 송도센트럴파크가 있다.

수원에도 유명한 호수공원이 몇 해 전 탄생했다. 바로 광교신도시에 조성된 광교호수공원이다.
광교호수공원은 2013년 11월에 정식 개장한 초대형 호수공원이다. 대한민국 호수공원 중 가장 큰 규모로 공원면적이 약 205만㎡(65만 평)에 달한다(일산호수공원의 약 2배 규모). 일산보다 광교의 호수공원이 더 큰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호수가 2개이기 때문이다. 일산호수공원 2개가 붙어있다고 보면 쉽겠지만 이곳의 풍광은 일산호수공원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예전에는 이곳 호수가 농업용 저수지로 쓰였기 때문이다.
 

원천호수의 야경.


2개의 호수마다 제각각 특징 살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자리한 광교호수공원은 한때 수원시 최고의 관광명소였던 원천유원지(원천저수지)가 있던 곳으로 도시 근교 한적한 시골마을에 가까웠다. 하지만 광교신도시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곳에 있던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를 연결하는 대규모 공원 조성계획이 수립됐다. 수원시는 2008년 국제 설계공모를 시작했고 이후 공사는 2010년 6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진행됐다. 공사기간은 2년 10개월이었다.

두 저수지는 이제는 호수라 불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농업용 저수지의 기능이 일부 남아있기는 하다. 공원에 들어서면 두 호수의 높낮이가 다르기 때문에 공원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두 호수 사이에 작은 동산이 있어 높은 지대에 있는 호수인 신대호수에서 원천호수를 내려다 볼 수도 없다. 결국 작은 동산과 넓은 잔디광장을 지나야만 양쪽 호수를 드나들 수 있어 시각적으로는 완전히 분리된 공간이다.

두 호수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크다. 아랫방죽이라 불리던 원천호수는 주거지와의 접근성이 좋다. 또한 수변데크를 활용한 야간경관조명이 화려해 방문자들에게 인기가 꽤나 높은 편이다. 반대로 윗방죽이라 불리던 신대호수는 공원의 4개 면 중 북쪽만이 유일한 주거(상업)공간이고 나머지는 산과 골프장으로 둘러싸여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아 인적이 뜸한 곳이다.
 

원천호수의 넓은 습지구간 가장자리 위로는 길게 산책길(나무데크)이 나있어 새들을 관찰하기 쉽다.

 

각각 다른 높이에서 호수를 조망할 수 있게 만들어진 수변데크.

 
신대·원천호수의 훌륭한 습지생태
두 호수는 저수지라는 생태적 환경으로 인해 일산호수공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산호수공원과 확연히 다른 점은 제방을 제외하고는 인공석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호수 바닥과 호수의 가장자리가 흙으로 이어져 경사가 완만한 쪽은 자연스럽게 습지화 됐다. 대신 경사가 가파른 쪽은 산책로를 만들기 어려워 물 위나 바로 옆으로 나무데크를 많이 활용했다.

수원시 호수공원관리팀에 따르면 공원이 설계되고 조경이 완성된 뒤로는 두 호수의 습지 구간을 특별히 인공적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습지구간을 직접 살펴보니 공원 조성 초기에 생태계 보존을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신대호수 습지에는 수중과 수상에 일부러 고사목을 놓고 돌무더기를 쌓아 다양한 곤충과 수중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했다. 또한 중간 중간 나무기둥(횃대)을 박아 물새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역할을 하게 했다. 육지 경사면에는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모래톱과 가시덤불 숲을 조성해 육상생물의 산란·부화장소로 쓰이게 했다. 수생식물, 곤충, 어류, 조류가 함께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보다 훌륭할 수 없었다.

일산호수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공석축 구간을 흙을 덮어 경사면으로 만든다면, 신대호수의 습지와 비슷하게 습지조경을 조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새들이 알을 낳는 장소인 인공식물섬 옆에서 논병아리 새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대호수의 5개 수변 원형데크
완전히 인공적인 습지공간도 있다. 이름이 다소 어렵고 길다. ‘조용한 물 숲, 향긋한 꽃 섬’이란 곳이다. 신대호수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곳은 수면 위에 연꽃, 부들, 꽃창포 등이 조성된 원형산책로다.

이곳에서는 인공식물섬을 만날 수 있다. 인공식물섬은 수면 위에 안정적인 수생서식처를 조성한 부유습지다. 인공섬은 물고기들의 안식처이기도 하고 새들의 먹이활동 장소가 되기도 한다. 부유습지 아래는 어류의 산란장이고, 습지 위에는 새들이 알을 낳고 부화한다. 습지생물 뿌리에는 플랑크톤을 섭식해 치어가 자랄 수 있도록 돕고 물 아래와 위로는 다양한 수서곤충과 양서류, 파충류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곳은 인공적이긴 하지만 어떻게 습지 생태계가 형성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자연학습공간으로의 활용가치가 충분했다. 물론 이곳은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 뿐 아니라 물을 깨끗이 정화하는 기능도 한다.

일산호수공원에도 호수 안쪽으로 데크를 설치해 인공식물섬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

 

신대호수 습지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백로.

 
새들에게 최적의 장소 제공
경기도 도심 아파트 단지 앞을 걸어 나와 큰 백로를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원천습지는 생각보다 규모가 꽤나 크고 아름답다. 습지 바로 옆에서 초고층 아파트공사가 진행 중임에도 새들의 먹이활동은 계속됐다. 수변식물들이 넓게 분포돼 있어 생태계가 아주 풍족하다. 당연히 새들의 먹이도 많을 터. 습지 위를 가로지르는 나무데크 위에서 찬찬히 새들의 먹이활동을 감상할 수 있다.

원천습지를 지나 신대호수로 넘어가면 원천호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호수가 숲으로 둘러싸여있어 아늑한 느낌이다. 산속에 그대로 산책길을 낸 구간도 있어 도심에서 멀리 벗어난 숲길을 걷는 듯하다.

산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돌려보니 꿩이 부산하게 뛰어다녔고 나무 위로는 청설모와 다람쥐가 바쁘게 움직였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청둥오리와 논병아리가 잠수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 내 개천 위로는 생태통로로 쓰이고 있는 '녹교'가 설치돼 있다. 녹교 위에는 35여 종의 식물과 새, 곤충 등이 살고 있다.

 

신대호수에 설치된 조류 관찰 망원경.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일산과 다른 광교호수공원만의 매력
광교호수공원은 인공적인 부분과 자연적인 부분을 잘 섞어낸 도시공원이다. 하지만 아쉬운 면도 있었다. 광교호수공원은 생태적으로 훌륭한 공원임에도 생태전문가들의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듯했다. 공무원 중에 생태전문가가 없다는 점에서는 고양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일산호수공원은 민간 생태전문가 단체가 자율적으로 빠르게 참여하면서 지금은 시 공무원과 함께 공동으로 생태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광교호수공원보다 뛰어났다.

그럼에도 광교호수공원은 일산호수공원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산호수공원이 녹지생태공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면 이곳 광교호수공원의 다양한 면들을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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