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배 시인, 고양작가회의 초청 문학강연

 

[고양신문] 고양작가회의(회장 김두녀) 주최로 원로작가 초청 문학강연회가 지난달 26일 일산동구청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이근배 시인이었다. 이 시인은 61년에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우리 문단의 산증인이다.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 『추사를 훔치다』와 시조집 『달은 해를 물고』와 『동해바닷속의 돌거북 하는 말』이 있고, 장편 서사시집 『한강』 등 다수의 작품을 썼다.

이날 시인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시인이든지 시인은 그 나라 모국어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한 마리의 물고기”라며 모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말과 글을 빼앗으려 했을 때 그것을 지킨 우리의 작가와 시인들은 독립운동가들과 마찬가지 역할을 한 것이다. “국토는 잃어버리면 되찾으면 되지만 언어는 잃어버리면 민족이 소멸돼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과 북이 분단은 됐지만 한 가지 말과 글자를 쓰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이고 언젠가는 통일이 돼야만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인공지능의 발달로 알파고가 여러 직업을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미래에는 “회계사나 의사, 변호사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시인이나 작가는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 설령 알파고가 우리의 언어와 단어 200만 개를 다 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시는 체험의 지배자인데 알파고는 산경험이 없기 때문에 시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25자 이내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사람의 생각이 우주의 자장을 뚫고 만물의 언어를 캐내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며 예전 어느 신문사의 백일장에서 본 ‘장날‘이라는 시를 소개했다.

'어머니는 한짐 이고 장에 가신다 / 아버지는 빈손으로 장에 가신다 / 어머니는 한짐 이고 돌아오신다 / 아버지는 술에 취해 돌아 오신다 / 그래도 잘났다고 아버지는 지랄 하신다'

어떻게 알파고가 이런 시를 쓸 수 있겠는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 나라, ‘조국(祖國)’은 할아버지의 나라, 즉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나라를 말할 때는 조국이라 하다가 우리말을 이야기할 때는 조국어가 아니라 ‘모국어母國語, 어머니의 말’이라고 표현한다. 왜 그럴까? 시인에 따르면,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맨 처음 듣는 것도 어머니의 말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떡 줄 놈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등 우리의 속담도 대부분 어머니로부터 만들어진 것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학적인 말(메타포, 은유)은 다 어머니의 말이기에, 결국 시를 쓴다는 것은 어머니(여자)의 말로 쓰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국어 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마음, 생각을 볼 때 모국어는 역사요, 문화요, 정신입니다."

이날 행사는 고양작가회의가 매년 4회씩 진행하는 행사 중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것으로, 지난 10년간 고양작가회의 회장을 맡았던 정수남 소설가와 최준수 고양평화누리 이사, 오주섭 교수 등 문학을 사랑하는 고양시민들이 참석해 자리를 꽉 채웠다.  6월 30일(금)에는 오순택 시인을 초대해 문학강연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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