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휴식처에 쌓인 쓰레기더미

고양시 NGO단체들이 그동안 출입이 힘들었던 한강변 철책선 안쪽의 생태계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첫 탐사에 나섰다. 지난 5일 고양환경운동연합 주관으로 고양여성민우회와 한 살림, 어식연, 시민회, 푸른 고봉산지킴이 등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참여한 속에서 관할 군부대의 협조의 어렵사리 한강변 탐사에 나섰다. 탐사 구간은 행주대교 하단부터 김포대교까지.

초봄 쌀쌀한 날씨 탓인지 많은 종의 생물을 관찰하지 못했지만 이 지역이 생물부양능력이 높고 다양한 천변 습지의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와 폐장비, 나뭇가지에 걸린 폐비닐은 사뭇 ‘생태계 보고’라기 보다는 쓰레기장을 연상시켰다는 반응도 나왔다.

답사는 육군 00부대 장병 3명의 협조를 얻어 진행됐다. 깡통까지 매달린 이중 철조망을 걷으며 다들 묘한 긴장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전방’의 의미를 생각하며 씁쓸함도 어쩔 수 없었다.

이번 답사 구간이 한강변 고양시 구간 중 가장 오염이 심한 지역이라는 한동욱씨의 사전 설명처럼 지역의 오염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떠내려온 쓰레기, 어민들이 버린 각종 어구들이 늘어서 있고 하상부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버린 농약병과 비닐이 강가에 즐비했다. 곳곳에서 쓰레기 더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철새들이 있었다. 청동오리나 물떼새, 예쁜 황오리를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강변 곳곳에 선명한 철새 발자국이 그나마 반가웠다. 가끔 고라니 발자국이 있었다. 들개나 들고양이가 방금 뜯어먹었음직한 장끼 시체, 보기 힘든 남생이 시체에 비명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농토로 개간된 하상부지 중 일부 지역은 농로가 만들어져 있기도 하고 건축 폐기물도 쌓여있어 ‘접근 금지’구역 상태의 훼손도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포유류>
포유류는 짧은 탐사시간으로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발자국과 배설물 등으로 서식을 확인했다. 우선 고라니는 고양시의 대표적인 포유동물로 한강변에 주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시 철책선 안쪽 갈대밭이나 논, 배추밭 등에 12∼15개체가 사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한강변에는 너구리와 족제비도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너구리는 고양시 하단 이산포 IC 부근에 집단서식하고 있었다. 다른 포유류에 비해 너구리는 잡식성이고 도시속에서 쓰레기를 즐겨 먹고 있어 최근 증가추세다. 족제비도 과거에는 격감됐지만 최근 개체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특히 족제비는 집쥐와 들쥐의 천적으로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한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밖에 최근 조사결과 한강변에는 두더지와 멧밭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쥐, 등줄쥐 등도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

<조류>
탐사지역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새들은 겨울철새인 청둥오리와 까마귀였다. 특히 자유로변을 달리다보면 쉽사리 볼 수 있는 까마귀는 한강변에 집단을 이루고 서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까마귀는 겨울철에만 집단을 이루고 여름에는 한강변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월부터 3월까지 무리를 지어 월동하는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청둥오리는 한강변에도 큰 무리를 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황오리는 한강의 하류지역에 군데군데 모여 서식. 천연기념물인 개리는 환경부지정 보호대상종이다. 한강변에도 적지않은 무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흰뺨검둥오리는 청둥오리와 함께 관찰되는 종으로 한강변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사냥새로 알려져 있다.

<양서·파충류>
고양시 구간의 한강변은 창릉천과 함께 고양시에서도 가장 많은 종류의 양서류와 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한강변에는 참개구리를 비롯해 개체수가 가장 많은 청개구리, 누룩뱀, 무자치, 유혈목이, 아무르장지뱀 등과 함께 외례종인 붉은귀거북도 서식하고 있다. 이날 탐사에서도 곳곳에서 붉은귀거북의 껍질이 발견돼 이제는 바닷물에도 적응해 한강 이남으로 서식처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탐사과정에서 한강변의 생태계 오염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변 곳곳에 폐농사자재와 폐그물, 농약병, 폐비닐을 물론 폐건설장비까지 무분별하게 방치되어 있어 보기에도 안좋을 뿐 아니라 토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고양시의 한강변 중 행주대교 아래와 이산포 지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경작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어민들의 출입도 잦아 생태계에 대한 좀더 각별한 관리가 아쉬웠다.

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의 한동욱 회장은 “밖에서 보던 것보다 오염상황이 심각한 것을 알게 된 것이 이번 탐사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하기도.

어식연은 앞으로 매주로 답사와 조사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군부대 협의를 위해 3일전 미리 연락(918-4954)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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