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호수의 도시, 고양시가 자랑스레 내건 우리의 모습이다. 과연 우리에게는 동양 최대의 인공호수가 있고 매년 열리는 꽃 박람회가 있다.  꽃박람회를 자랑스레 여기고 그 기간 동안의 교통혼잡을 아무 불평없이 견디는 사람을 내 주위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없지만 호수공원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새벽부터 저녁까지 자기들 편한 시간에 원하는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호수공원을 사랑한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기도 하고 그저 마음 맞는 상대와 같이 걷기도 하며  건강을 챙기며 뛰기도 한다.  여름날 따뜻해진 돌이나 나무판자에 앉아 연꽃이 만발한 물 속에 살며시 발을 담기도 하고 실잠자리의 아름다운 날개짓을 서로 어깨 기대고 보기도하며 가끔 날아드는 백로의 눈부신 우아함에 잠시 넋을 놓기도 한다. 아이들 데리고 나와 자연학습장의 우리 꽃을 보며 어린 날의 꿈을 떠올리기도 하고 정자 아래 피곤한 다리를 부려놓기도 하며 머리 아픈 현실을  잠깐 벗어놓거나 마음을 정리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는다.

생활과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대자연에서 위로와 휴식을 찾으려한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고층 건물에 사는 도시민들이 주말이면 그 지독한 교통체증에도 서둘러 짐 싸들고 떠나는 것 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제 사는 곳은 온갖 인공 구조물로 뒤덮어놓고 아직 오염되지않고 순수하게 자연 대로인 얼마 남지 않은 곳을 찾아 다니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 귀중한 휴일의 대부분을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짜증을 부리는 대신 31만 평이나 되는 넓은 호수공원을 진정 고양시의 자랑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여름 밤 한시간, 봄, 가을의 주말에 한 시간 볼거리를 제공하는 15300평의 거대한 노래하는 분수대말고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심고 가꾸어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줄 자연휴양림을 만든다면! 245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좀 더 필요하고 급한 곳에 쓰고 숲 그늘이 우거진 산책로를 만들어 미래세대에게 쉼터를 마련해주자. 

오늘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고 그 나무에 온갖 생명이 깃들어 산새와 물새가 함께 어울려 사는 호수공원을 만들어보자. 세월이 흘러 우리가 좀 늙으면 어떠랴. 우리가 심고 가꾼 나무사이로 어린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보물찾기도하며 다람쥐나 나비를 따라가다 혹시라도 넘어져 울면 또 어떠랴. 매미소리에 귀가 좀 멍해지더라도 습지를 좋아하는 반딧불이가 여름하늘을 별똥별처럼 수놓는다면 인공조명과 어지러운 레이저광선보다 얼마나 신비하고 아름답겠는가! 건강하고 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나오다 말다하는 분수대의 음악소리보다 몇배나 흥겹고 사랑스러울지 상상해 보는 것 만 으로도 입가에 웃음이 인다.

10년이나 2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서늘한 숲 그늘 걸으며 우리가 어떻게 이 공원을 지켜냈는지, 어째서 고양시의 공기가 달고 맛있는지 손잡은 아이에게 일러줄 수 있다면 우리 스스로 얼마나 대견할 것인가?  비록 인공호수로 출발했지만 생태계가 온전히 복원된 동양최대의 호수로 만들어 사례를 보고 배우러 오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꿈같은 일을 오늘 나무를 심어 우리 아이들과 호수공원의 모든 목숨붙이들에게 온전한 생태공원을 만들어 주는 일부터 시작하자.
<고양한살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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