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여성사전시관 ‘어머니의 유산遺産’전

국립여성사전시관 2층 상설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어머니의 유산'전.

[고양신문] 2014년 고양시로 이전한 국립여성사전시관에서 ‘어머니의 유산遺産’ 전이 진행되고 있다. 전시물들은 대부분 자녀들이 기증한 어머니의 유물이어서 가치를 더한다. 전시는 ‘글로서 유산을 남겨주신 어머니’와 ‘옷으로 유산을 남겨주신 어머니’라는 2개의 영역으로 구성됐다.

전시물 중 백임현(1936~ )씨가 1968년부터 2015년까지 37년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쓴 일기가 눈길을 끈다. 개인의 일상뿐만 아니라 육아일기와 함께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사건들이 기록돼 있다. 또한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라는 책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박정희(1923~2014)씨의 그림 육아일기 4권도 전시 중이다. 67세에 수채화가로 데뷔한 후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을 정도로 그림 실력을 갖춘 박씨의 현대적이고 화사한 그림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중인 백임현님의 일기 37권

‘옷을 유산으로 남겨주신 어머니’ 코너에는 양을진(1916~2006)씨의 의복 28점이 속옷류와 함께 전시돼 있다. 누비저고리와 검은색 치마 등 아들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전시물들은 복식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에 기자로 활동했던 최은희(1904~1984)씨의 유품인 자개앨범과 양철상자, 책 『한국개화여성열전』 3점도 볼 수 있다.

전시 중인 박정희님의 육아일기

전시장 안쪽에는 고대와 고려, 조선 시대별로 여성관련 다양한 자료들이 영상화면(터치스크린)으로 준비돼 있어 원하는 내용을 터치해 볼 수 있다. 중앙에는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의 작품 '위대한 유산’이 상영되고 있어 관람객들은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감상하면 된다. 신사임당 초상과 8폭의 그림 ‘초충도’ 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고 메뚜기와 풀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모습이 흥미롭다.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씨의 작품 '위대한 유산'

전시를 기획한 여성사전시관의 정현주 관장은 “유명 인사가 아닌, 드러나지 않은 평범한 여성들의 역사를 발굴하는 일도 중요하다”면서 "진로체험 프로그램과 타 지역 순회전, 자원봉사 동아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여성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많은 시민들이 전시관을 찾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립여성사전시관 개관 15주년 기념으로 올해 5월 22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내년 5월까지 계속된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족과 함께한 출산과 양육의 역사’전에 이어 9월부터는 ‘여성과 체육’이라는 주제로 또 다른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 031-819-2188

미디어아트 작품 '위대한 유산' 중 신사임당의 얼굴이 매화꽃과 겹쳐진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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