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해외 생태공원 살펴보기(홍콩습지공원)

일산호수공원, 녹지·생태공원으로의 성장 가능성
① 일산호수공원,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② 국내 도심공원 살펴보기(광교호수공원)
③ 해외 도심공원 살펴보기(홍콩 구룡공원·홍콩공원)
④ 해외 생태공원 살펴보기(홍콩습지공원)
⑤ 일산호수공원, 생태공원으로의 성장방향 제안
 

방문자센터에서 바라본 홍콩습지공원. 공원 맞은편으로는 바다 건너 중국 선전(심천)시의 빌딩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산과 지리적으로 유사한 홍콩습지공원
[고양신문]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간 중 하나가 습지다. 다양한 생물종들이 습지에서 먹이사슬을 이룬다. 교육적 활용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원으로도 적합하다.

세계에는 훌륭하게 조성된 인공습지들이 많다. 그중 홍콩 북서쪽에 자리한 ‘홍콩습지공원’(2006년 개장)은 도심 습지공원이 어떻게 유지·관리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표본이다. 

일산호수공원과 비교할 때 홍콩습지공원은 지리적으로도 유사한 면을 보인다. 홍콩습지공원은 강 하구에 조성됐다. 그리고 그 근처에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자연습지인 ‘마이포습지’가 있다. 일산호수공원 인근 한강 하구에도 람사르습지 등록을 준비 중인 ‘장항습지’가 있고 해수와 담수가 공존하는 기수지역이라는 점이 홍콩습지공원과 유사하다.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비슷한 환경을 지닌 홍콩습지공원에 대해 알아보자.
 

홍콩습지공원에서 바라본 도시. 습지와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물고기 양식장, 습지공원으로 재탄생
홍콩습지공원은 탄생배경도 일산호수공원과 비슷하다. 일산신도시가 개발되면서 호수공원이 조성됐다면 홍콩습지공원은 인근에 대규모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조성됐다. 크기는 61만㎡로 호수공원의 약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습지공원 특성상 공원크기에 비해 방문자 탐방로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실제 탐방객이 느끼는 공원의 크기는 더 작게 느껴진다.

홍콩습지공원은 세계적인 수준의 방문자센터를 갖추고 있고, 그 관리 또한 매우 전문적이다. 이곳 시설은 영국의 인공습지공원이 모델이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성과 관련해서 많은 부분에서 영국 습지 전문단체의 조언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방문자센터 실내. 관람객들이 밀림 속을 탐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홍콩습지공원 방문자센터의 수족관. 열대습지의 수중 생태를 확인할 수 있다.
방문자센터 실내. 홍콩습지와는 다른 모습인 열대습지의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완벽히 재현해 물속과 물 밖의 습지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물고기와 악어 등은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이고 일부는 박제된 동물들이다

 
공원의 관문, 기대 이상의 방문자센터
공원 입장료는 한화로 4500원 정도. 공원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문자센터를 지나야 한다. 센터 내부를 둘러보지 않고 곧바로 공원에 갈 수도 있지만 이곳 시설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울 정도의 다양한 체험교육 자료들로 가득하다.

5개의 갤러리가 있는 방문자세터에서는 습지의 여러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물 저장, 오염물질 분해, 먹이사슬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습지 기능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냉대지방부터 열대지방까지 각 지역의 습지 생물들을 박제로, 또는 살아있는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센터 관계자는 “방문자센터는 습지를 실제로 체험하기 전에 습지의 생태적 중요성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이 공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내부 시설도 뛰어났지만 방문자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외관이다. 경사진 건물 지붕은 자연스레 땅과 연결돼 있고 지붕전체가 흙으로 덮여있다. 그 위에는 잔디와 나무가 심어져 있어 하늘에서 보면(새 입장에서) 건물은 전혀 보이지 않게 설계됐다. 습지공원 방향으로는 통유라가 설치돼 있어 건물 옥상과 내부에서 언제든지 습지의 새들을 관찰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이 건축물은 다수의 국제 건축상을 수상했다.


 

자연습지 구간의 샛강 사이로는 물에 떠있는 나무데크를 걸을 수 있다. 양쪽으로는 맹그로브 숲이 조성돼 있고 아래 갯벌에는 물고기와 곤충, 게 등 수많은 생물들이 자라고 있다.


물 위 걸으며 맹그로브 숲 구경
습지는 크게 인공습지와 자연습지로 나뉜다. 인공습지에는 담수호가 있고, 자연습지는 강 하구의 해수와 담수가 공존하는 기수지역의 습지를 그대로 살려뒀다.

탐방로 시작점에는 작은 개울이 있는데 강의 상류 모습을 재현했다. 펌프를 이용해 호수의 물을 끌어올려서 만든 개울이지만 인공바위와 조경이 매우 자연스럽게 꾸며져 있다. 습지 원천인 물이 어떻게 습지로 흘러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조경이다. 호수로 내려오기 전 개울에는 수위 조절을 할 수 있는 작은 보가 설치돼 있어 여러 개의 작은 연못을 이루게 했다.

호수 위 낮게 설치된 나무데크를 걷다보면 조류관찰소를 만날 수 있다. 자연습지 지역은 나무데크와 조류관찰소를 제외하고는 자연을 그대로 살려 조성했다.

자연습지 구간에서 흥미로운 것은 맹그로브 숲이 양쪽으로 우거진 샛강 위를 걷는 경험이다.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물이 빠지고 들어오는 작은 강 위로 물에 뜨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다.
 

공원 탐방로 시작점에는 작은 개울이 흐른다. 이 개울은 인공호수로 연결돼 있다. 인공호수의 물을 순환시켜 개울을 만들었는데, 물이 흘러 습지로 들어가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연출했다.

인공습지와 자연습지의 연결
홍콩습지공원의 내부만 들여다보면 자연습지 한가운데 들어서 있는 느낌을 받지만 조금만 멀리 눈을 돌려보면 이곳이 얼마나 도심과 가까운지 쉽게 깨닫게 된다. 공원 바로 뒤쪽으로는 홍콩 특유의 초고층 아파트들이 빙 둘러싸고 있어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든다. 공원 건너편으로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중국 선전(심천)시의 빌딩들이 눈에 들어온다. 인공습지가 도시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홍콩습지공원은 도심과의 접근성, 강 하구 기수지역이라는 점, 인근에 자연습지가 조성돼 있다는 점 등에서 고양시와 유사점들이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차이점은 존재한다. 홍콩습지공원은 자연습지와 연결된 곳에 조성됐지만, 일산호수공원은 자연습지와의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탐방로는 주로 나무데크를 활용했다. 데크 아래 공간을 통해 생태통로가 자연스럽게 확보된다.

 
일산호수공원과 한강과의 유일한 연결점이 있다면 한류천이다. 호수공원 서쪽에서 시작되는 ‘한류천’이 장항습지와 연결되는 킨텍스IC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 호수공원와 한강 자연습지와의 연결성은 앞으로의 도시계획에서 이 하천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욱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본부장은 “고양시와 같이 강 하구 습지를 보유한 도시가 자연습지와 인공습지를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본이 될 수 있는 곳이 홍콩습지공원”이라며 “홍콩습지공원을 토대로 일산호수공원 습지구간을 생태통로를 통해 한강과 연결시킨다면 생태환경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훌륭한 자산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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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홍콩습지공원 매니저 조셉 박사>

박사급 전문가 6명이 공무원 신분으로 관리
 

홍콩습지공원 매니저 조셉 박사

 
[고양신문] 홍콩습지공원은 행정관료들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다. 철저히 전문가들을 통해 조성됐고 관리되고 있었다. 홍콩습지공원을 취재하기 위해 연락하자 응답해준 이는 곤충학자였다. 곤충 학자인 조셉 박사는 자신 외에도 생태학자 5명이 이곳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습지공원의 운영방식 등에 대해 물었다.


홍콩습지공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홍콩 북부 중국 국경과 가까운 틴수이와이 지역에 조성됐다. 이곳은 80년대부터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 곳으로 뒤쪽으로는 초고층 아파트단지가 조성됐다. 양식장을 매립해 뉴타운 개발을 했고 일부 줄어든 습지를 보완하기위한 생태적 완화지역이 필요했고, 습지공원을 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998년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으며 2006년 일반에 공개됐다. 규모는 61만㎡다. 습지공원을 준비하면서 세계적인 습지관련 민간재단인 WWT 등 영국의 여러 파트너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지리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이곳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으로 넓은 습지대의 끝 지점이다. 북쪽으로는 세계적인 자연습지인 ‘마이포습지’가 있다. 마이포습지는 완전한 자연생태로 관리되기 때문에 방문객들도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 홍콩습지공원은 마이포습지의 생태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개발한 곳이다. 도시와 마이포습지의 완충지대라고 생각하면 쉽다.
마이포습지가 생태보존 자체에 목적이 있다면, 이곳은 습지에 대한 접근성과 친밀감을 높여 시민들에게 교육과 체험을 위해 조성됐다.
마이포습지에는 생태전문가들이 주로 방문하지만 이곳에는 일반인들도 가볍게 방문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체험공간으로 뛰어나다.

공원은 어떤 형태로 구성됐나.
공원은 1만㎡의 방문자센터와 60만㎡의 습지보호구역으로 조성됐다. 습지보호구역은 인공호수와 자연습지구간으로 나뉘지만 인공습지 구간도 자연과 매우 흡사하게 조성했기 때문에 인공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인공습지는 담수호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자연습지 구간은 강 하구의 조수가 들어오는 맹그로브 숲과 갯벌을 그대로 활용했다.

인공호수는 수원지가 따로 있나. 수질관리 방법은.
수원지가 따로 있지 않다. 빗물이 그대로 유입된다. 홍콩은 기후적으로 연중 습하기 때문에 물이 마르지 않는다. 건기인 겨울철에는 수위가 낮아지지만 철새들이 많이 찾는 이 때에 낮은 수위는 오히려 새들의 먹이활동에 유리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하다고 일부러 수위를 높이지는 않는다. 인공호수이긴 하나 자연 그대로 관리한다. 다만 물을 순환시키는 작업은 한다. 물을 습지공원 상부로 끌어올려 인공 개울을 통해 호수로 흘러들게 한다.
물을 정화하는 것도 온전히 자연에 맡긴다. 화학약품은 전혀 쓰지 않는다. 약 1만㎡의 갈대늪이 인공호수 한쪽에 조성돼 있다. 인근 지역의 빗물은 이 갈대 필터를 통과해 호수로 유입된다. 갈대늪은 수질정화 기능이 있을 뿐아니라 새, 양서류, 파충류, 곤충을 비롯한 여러 생물에게 피난처와 먹이를 제공한다. 인공호수의 수질은 걱정할 게 없다. 오히려 바다에서 유입되는 맹그로브 숲의 오염물질은 관리를 필요로 한다.

공원을 관리하는 인력과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모두 정부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정규직이 약 70명, 파트타임은 30명 정도다. 공원의 1년 예산은 홍콩달러로 약 6000만 달러(한화 87억원)다.  

박사급 전문가들이 몇 명 근무하나.
나를 포함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 6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전부 관련 전공자들이다. 나는 곤충학자다. 물 관리, 새, 식물, 어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무원 집단의 헤드역할을 한다. 공원 운영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필수적이다. 습지 생태계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 조율로 공원이 운영된다.

시민들의 참여는 어느 정도인가.
이곳에 도시를 개발할 당시, 시민들은 습지생태에 큰 관심이 없었다. 시민들의 참여보다는 생태전문가들이 소속된 정부 주도로 공원이 조성됐고 운영된다. 지금은 공원 내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공원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약 700~800명의 봉사자들이 활동한다. 평일엔 7~8명, 주말엔 20명 정도가 참여한다. 주로 가이드투어를 담당하거나 단순 작업을 한다. 하지만 시민과 봉사자들을 통해 공원 생태에 대한 조언을 듣지는 않는다. 실제 조율과 운영은 전문가 집단인 공무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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