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일산호수공원, 생태공원으로의 성장방향 제안

일산호수공원의 달맞이섬을 기준으로 북쪽에 조성된 인공습지의 풍경. 여름이면 갈대와 부들 등의 정수식물과 울창한 나무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국내 인공습지공원 중 생태적으로 가장 안정된 곳 중 하나다.


일산호수공원, 녹지·생태공원으로의 성장 가능성
① 일산호수공원,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② 국내 도심공원 살펴보기(광교호수공원)
③ 해외 도심공원 살펴보기(홍콩 구룡공원·홍콩공원)
④ 해외 생태공원 살펴보기(홍콩습지공원)
⑤ 일산호수공원, 생태공원으로의 성장방향 제안


[고양신문] 일산호수공원이 20년 전 조성될 때에는 애초에 생태공원을 주 목적으로 설계되지는 않았다. 호수공원 조성 당시엔 조경적인 부분이 중심이었지 생태적인 것을 크게 고려하지는 않았던 것. 설계 의도와 상관없이 일산호수공원은 생태적 유지관리가 민관 합동으로 꾸준히 진행되면서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심 인공생태공원으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일산호수공원 조성 단계부터 지금까지 생태모니터링을 해오고 있는 한동욱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본부장은 “호수공원의 달맞이섬을 기점으로 북쪽 호수는 자연적 느낌의 조경을 강조했는데, 이곳이 생태적으로 잘 유지되면서 점차 습지공원의 모습을 갖추게 됐으며 지금은 도심 인공습지공원으로는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도시공원이 다시 생태공원으로 성장
이제는 도시공원이 단순한 산책길을 걷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욕구는 자연과의 조우다. 일산호수공원의 미래 모습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에서 콘크리트광장을 줄이고 수목을 더 풍요롭게 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생물종 중 나무들만 서식하는 공간에 산책길을 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까. 단순히 수목을 풍요롭게 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제는 생태공원화를 추진할 단계에 이르렀다.

공원을 걸으며 다양한 생물종과 인간이 함께 공존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는 공간이 생태공원이다.

한동욱 본부장은 “공원이라는 공간에 생태성이 빠진다면 그것은 공원 기능이 많이 축소된 것”이라며 “인간은 원시적인 공간에선 불편함을 느끼고 인공적 공간에선 휴식을 취하기 힘든데, 그 둘이 잘 조화된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히 조화된 곳이 바로 생태공원”이라고 말했다.
 

장항습지, 한류천, 호수공원의 위치

 

인공습지공원의 확대 방안에 대해
인공적이지만 관리된 자연, 그런 공간이 바로 생태공원이다. 그리고 그런 생태공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습지공원이다. 일산호수공원은 이미 국내 1세대 인공습지공원을 한쪽에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간은 콘트리트 석축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강에서 유입되는 물에 토종물고기들이 섞여 들어오는데, 이 물고기들은 인공석축 구간에서는 살지 못한다. 먹이와 산란장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물고기들은 인공습지구간으로 몰려든다. 결국 물고기들이 살기 위해선 습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습지는 물속 생태계만 책임지지 않는다. 물밖으로는 더 다양한 종들이 서식한다. 수많은 곤충과 양서류, 수생식물, 조류들이 공존한다.

이제는 일산호수공원의 습지구간을 더 늘려나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계적으로 석축을 허물고 경사로를 만들어 흙으로 덮는다면 습지를 확장할 수 있다. 또 석축으로 둘러싸인 호수구간 일부에 인공의 식물섬을 만들어 산란장을 조성할 수도 있고, 산란장을 석축에 붙일 수도 있다. 큰 토목공사 없이 비용을 절감하며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습지를 늘리는 것은 호수의 수질개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처리 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일산호수공원의 맹꽁이 산란지.


장항습지와 호수공원 인공습지와의 연계
도심 생태공원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 중 하나로 예를 든 곳이 홍콩습지공원(④해외 생태공원 살펴보기 참고)이다. 이곳은 인공습지와 자연습지를 연결해 함께 관리한다. 인공생태계에 자연생태계를 끌어들이는 접점을 만들어 생물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게 조성된 곳이 홍콩습지공원이다.

일산호수공원의 인공습지생태를 연결할 수 있는 자연생태계는 바로 옆 한강의 장항습지다. 람사르습지 등재를 추진할 만큼 훌륭한 생태를 가진 장항습지는 버드나무 군락지를 넓게 형성한 곳으로 담수와 염수가 만나는 기수지역의 생태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장항습지와 호수공원의 습지구간을 연결할 유일한 생태통로는 인공하천인 한류천<위 지도 참고>이다. 한류천의 상류는 호수공원과 근접해 있으며, 하류는 한강 장항습지의 끝자락과 연결돼 있다.
 

습지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호수는 인공석축으로 둘러싸여있다. 식물이 자랄 수 없어, 먹이와 산란장이 필요한 어류들도 이곳에서는 살 수 없다.


한류천 생태공원화가 선행돼야 가능
한류천은 원래 일산신도시 빗물의 약 75%가 모이는 '중앙배수로'다. 최근 이름만 바뀌었을뿐 그 기능은 같다. 지도상으로는 호수공원과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상으로 물길이 연결돼 있지는 않다. 전문가들은 한류천을 호수공원과 무작정 연결하려는 시도보다 먼저 한류천을 생태적으로 안정화한 된 뒤 하천 생태계에 맞는 호수공원과의 연결방식을 고민해 봐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류천이 생태공원화에 성공해야 장항습지와 호수공원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한류천의 생태공원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질개선이다. 지금도 여름이면 한류천 구간은 오염된 물로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호수공원의 연꽃. 습지구간에서만 볼 수 있다.

현실적인 걸림돌과 해결 가능성
한류천의 수질개선 문제와 관리비용은 고양시의 골칫거리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물이 고여 있다는 점이다. 한류천의 상류구간은 이미 공원화되어 있어 산책로까지 조성됐지만 미완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상류구간의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하류의 더러운 물과 섞이지 않도록 물막이를 해놓았다.

하류의 물도 고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류천 하류에는 배수펌프장이 있는데,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갯벌이 쌓이면서 하천 흐름이 더욱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한류천의 상류와 하류 모두 물이 고여 썩고 있는 것.

고양시 관계자는 “한류천 하류 한강의 갯벌을 제거하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그 처리 주체인 고양시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서로 미루면서 수년째 거의 방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류천을 양재천과 같이 생태하천화 하기 위해서는 한류천 하구의 갯벌을 걷어내는 방안, 한류천의 전체 구간을 준설하는 것. 상류의 수처리 시설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부족한 물을 깨끗한 물로 보충하는 방법은 GTX 지하 공사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하천에 유입하는 방안, 일산하수처리장의 수처리된 물을 한류천 상류에 공급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한류천 인근에 K-컬처밸리를 조성하고 있는 CJ가 한류천 개선에 사업비를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류천의 상류와 하류는 보로 막혀있다. 수위가 낮은 쪽이 상류다. 기형적인 이 하천은 하류가 갯벌에 막혀 물 흐름이 원활치 않다. 상류(수변공원)의 수처리된 물을 보호하기 위해 보가 설치됐고, 보로 인해 양쪽의 물이 고여 있는 형태다. 물이 흐르지 않아 수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류천이 시작되는 곳. 수변공원이라 부르는 이곳은 호수공원 습지구간과 매우 가깝다.
한류천 하류 모습. 악취가 날 정도로 수질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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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호수공원 생태모니터링 해온 한동욱 박사>

“장항습지 참게, 호수공원으로 유입 가능”
 

일산호수공원 조성 당시부터 생태모니터링을 해온 한동욱 박사(국립해양생물자원관 본부장).


[고양포럼] 고양시민인 한동욱 박사는 호수공원 초기 단계부터 생태모니터링을 해온 생태전문가다. 서울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한 박사는 기수지역 생태에 관해선 국내 최고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동욱 박사에게 호수공원과 장항습지와의 연결 가능성과 해법 등에 대해 물었다.

 

호수공원의 인공습지구간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호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공석축을 자연화하는 것은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섣불리 시행할 문제는 아니다. 우선 일부구간에서의 실험이 필요하다. 석축을 없애고 경사로를 흙으로 덮어 습지를 확장해 생물다양성을 공급해주는 데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석축구간에 따로 어류산란장을 조성할 필요도 있다.

 

장항습지와 호수공원 습지구간의 연결이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인공생태계가 잘 관리돼 있다면 자연과 만났을 때 시너지효과가 발생한다. 두 생태계가 만남으로써 생물다양성이 훨씬 풍부해질 수 있다.

장항습지의 참게가 호수공원으로 유입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한류천에 갈대밭이 조성된다면 한류천 상류까지 충분히 참게가 유입될 수 있다. 참게가 하천 상류까지 올라오면 거기에 맞는 생태통로를 꾸며줄 수 있다. 참게는 콘크리트 옹벽도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굳이 물길을 연결하지 않고 옹벽을 계단식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호수공원으로의 유입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호수공원 생태를 위해 시민 전문가로서 활동해 왔다. 호수공원 생태관리를 위한 전문가 인력(공무원)이 고양시에는 없다.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고양시는 생태도시로서의 발전가능성이 풍부하다. 장항습지와 호수공원, 고양생태공원, 안곡습지공원 등이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다양한 습지공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박사급 전문가들이 전면에 배치된 적이 없다.

최근 고양시정연구원이 문을 열었다. 박사급 전문가들이 모여 시정을 연구하는 곳이다. 고양시가 생태도시로서 성장을 꿈꾸고 있다면 당연히 생태전문가도 시정연구원에서 같이 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시립환경재단이나 생태연구센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생태전문가들이 모여 모니터링을 하고 그것을 시정과 도시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생태공원과 자연습지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실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시립환경재단 사례가 있나.
안산시에는 안산환경재단이 있다. 홍콩의 경우엔 연구직을 관리직으로 채용하기도 한다. 박사급 생태전문가가 예산과 운영과 조직을 모두 총괄하기도 한다. 홍콩습지공원도 그렇게 조성·관리되고 있다. 시립환경재단과 같은 외곽조직이 관료들에게 조언을 하고 견제를 할 수 있다. 그런 전문가 집단의 연구를 통해 호수공원의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고, 장항습지와의 연계성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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