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김언호 대표 ‘세계 서점 기행’ 강연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대화도서관에서 '세계 서점 기행'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고양신문]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을 만들어내고, 한 사회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점과 법적 지위가 같아요.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과 서점의 법률적인 지위를 좀 더 높여줘야 해요. 국가 정책 중 도서관 지원 만큼이나 서점 지원도 중요하구요.”

지난 23일 대화도서관에서 열린  ‘세계 서점 기행’ 토크 콘서트에서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한 말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 중 젊은 시절 한길사 책을 한두 권쯤 읽지 않은 이는 없을 듯. 1976년에 설립된 한길사의 대표 서적 중 하나인 『해방 전후사의 인식』 1~6권은 한 권의 책이 우리 현대사의 향방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지난 23일 대화도서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한길사 김언호 대표와 청중들

2016년 『세계서점기행』을 저술한 김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독서와 책, 서점에 대한 생각과 자신이 방문했던 특색있는 세계 서점 이야기를 들려줬다. 단순히 책방이나 책에 대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각 서점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 이론을 전했다.

먼저 “한 권의 책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고 그 인생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며 어린 시절 부산에서 성장할 때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책들을 보고 놀랐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책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사람 도리를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고,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즉 우리는 건강하고 반듯한 삶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강연 중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먹는 것에 열광하고 탐닉하는 현 시대에 몸의 양식과 마음의 양식은 다르다. 두 가지가 균형이 잡힐 때에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이때 서점은 마음의 양식을 채울 수 있는 곳으로, 총체적인 문화공간이자 담론공간이다.  서점은 열린 사유의 공간이고 자유의 세계다.  태생적으로 이런 책 저런 책, 이런 사상 저런 아이디어를 포용하고 관용하는 민주적인 곳이다.

■ 네델란드에 있는 ‘도미니카넌서점(Boekhandel Dominicanen)'은 800년 된 거대한 고딕 교회가 서점이 된 사례로, 지금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5만여 권의 책이 있는 그곳에서 한 해에 100만 명의 사람들이 만나고 토론하며 우정을 쌓는다. 1년에 15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 서점은 온갖 아이디어가 공존하는 자유천지다. 사람들은 이곳을 ‘천국의 서점’ 혹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부른다.
 

여행자들을 위한 서점이라 불리는 런던의 '돈트 북스'에 대해 설명 중인 김언호 대표

■ 이제 서점 형태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영화 ‘비포 선셋’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파리의 서점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20세기를 빛낸 수많은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 역할을 한 곳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쿡앤북'은 읽기와 먹기가 하나가 되는 새로운 개념의 책방으로 세계인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영국 런던의 ‘돈트 북스'는 다양한 책과 더불어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책들이 가득하다.

이날 김 대표가 다양한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한 서점들은 애서가라면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일 게다. 마침 한길사에서는 8월 19일부터 27일까지 유럽 5개 국 7개 도시의 서점과 문화 현장을 찾아가는 ‘유럽 서점 기행’을 계획 중이니 참석해도 좋겠다.

“한 도시의 문화 품격은 거리마다 문을 여는 서점들의 존재 여부에 달렸다. 서점이란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한밤의 별빛 같은 것이다.” 부산 부전동에 있는 ‘영광도서’를 소개한 김 대표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대화도서관에서 '세계 서점 기행' 토크 콘서트를 마친 한길사 김언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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