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어울림누리 7월 G시네마 상영

  

[ 고양신문 ] 보수의 텃밭 경북에서도 참외농사 외에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농촌지역인 성주군.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미군의 전략무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만만하게 본 것일까.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얌전한 줄만 알았던 성주군민들이 성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여성들이 열심히 나섰다. 영화 ‘파란나비효과’(감독 박문칠)는 사드배치 반대투쟁의 중심에 선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고,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증명하기도 했다.

강하고 단단한 이름, 여성

전반부는 긴박한 구호와 격분이 점층된다. 반대운동의 중심에 주로 여성들이 서게 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드에 대한 불안감이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의 강한 반발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은 시간이 갈수록 ‘우리 새끼만 걱정하는’ 편협한 모성애에 갇히지 않는다. 내 아이가 중요하면 남의 아이도 중요함을 깨닫듯 “성주땅에 들여놓을 수 없는 사드는 한반도 어디에도 들어올 수 없다”는 인식으로 확장된다. 정부가 ‘성주 내 제3부지’라는 유혹적인 타협책을 들고 나와 투쟁 대오를 분열시키는 순간에도 여성들은 “그 곳에도 사람이 산다”며 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

초장에 목소리를 높이던 남성들은 시간이 흐르고 지역적 피로가 누적되면서 ‘그만하면 됐다’면서 슬그머니 발을 빼거나, 아예 얼굴을 바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더 오래 남아, 더 나중까지 현장을 지킨다. 그 이유가 뭔지는 영화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여성들은 싸움을 ‘올바른 삶’의 차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일한 울분을 공유한 이들끼리 끈끈한 정서적 연대를 구축한다.

영화를 보며 아슬아슬했던 부분. 성주군수가 반대투쟁 주도 여성들을 “술 팔고 커피 파는 여자들”이라고 매도한 녹음파일이 공개된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바라보는 권력의 이중성(또는 남성성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실감하며 배신감에 몸을 떤다. 하지만 지혜롭게도 여성들은 “우린 술파는 여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대신 “술 팔고 차 판 돈으로 세금 냈다”라는 구호를 외친다. 남성의 시선이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비하하는 여성마저도 끌어안음으로 편견과 차별 없는 대오를 형성해낸다.
 


열린 시선으로 타인의 고통 끌어안아

영화는 투쟁에 참여한 이들의 정치감각과 역사 인식이 서서히 변모하는 과정을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애초 보수여당과 보수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또는 아무 고민 없이 습관적으로 지지했던 이들이다. 지역색과 권력과 보수언론이 짜 놓은 왜곡적 프레임에 꼼짝 없이 갇혀 있던 이들의 정치의식에 차츰 균열이 생기더니 종국에는 와장창 알을 깨고 세상의 모순과 고통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사드의 정체를 알기 위해 국제정세를 꼼꼼하게 공부하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편견적 시선으로 인식했던 ‘80년 광주’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떤 이는 한 발치 떨어져 바라봤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아 슬픔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함께 살아가는 땅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겪는 억울한 눈물에 대한 공감이야말로 세상을 인식하는 가장 올바른 시선이 아닐까.
 

절망에서 꽃 피운 따뜻한 희망

이들의 투쟁은 이긴걸까 진걸까. 외형적으로는 졌다. 사드의 성주 배치 결정을 막아내지 못했고, 전 정권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기습적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해버렸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섣불리 승부를 마무리하지 않았다. 이들은 사드 반대 투쟁으로 이어진 인연과 소통을 한시적인 열정으로 내던지지 않고, 삶을 바꾸는 축제로 전환한다. 함께 모인 이들의 에너지를 모아 뭔가라도 해 보자며 의기투합해 플리마켓 축제를 연 것. 등장인물들이 각각 서로의 일상 공간으로 돌아가 플리마켓에 내놓을 상품들을 만드는 장면은 무척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어떤 이는 치마를 만들고, 어떤 이는 쿠키를 굽고, 어떤 이는 과일청을 만들며 타올랐던 열정을 소소한 것들에게 되돌린다. 그들은 각자의 상품을 만들며 그 상품을 통해 만나게 될 또 다른 ‘누군가’를 마음 속에 그린다. 그런 까닭에 그들이 벌이는 소박한 축제 장면은 절망을 희망의 불쏘시개로 만드는 공동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부족함 없이 보여준다.

성주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신체 중 하나다. 상처는 외면하지 말고 들여다보는 게 한 몸뚱이로 살아가는 이들의 최소한의 의무일 터. 7월 고양어울림영화관을 찾으면 성주의 상처와 눈물, 그리고 성주 여성들의 씩씩한 웃음을 만날 수 있다.


고양영상미디어센터 G시네마
‘파란나비효과’

감독 : 박문칠
상영시간 : 7월 매주 금·토 10:00 / 14:00 / 16:00
상영관 :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영화관
관람료 : 성인 5000원, 청소년ㆍ어르신ㆍ장애인 3000원
문의 : 031-814-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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