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천 수변공원 산책로에 쌓인 오니(슬러지). 비가 오면 오니로 인한 악취로 코를 막아야 할 정도다. 고양시 관계자는 “애초 경기도시공사의 잘못된 설계로 수변공원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변공원 아닌, 흡사 폐수 고여 있는 듯
고양시에 애물단지 넘기겠다는 경기도공
“잘못된 설계, 보강공사 218억원 필요”
고양시 “경기도시공사가 비용 부담해야”

 

[고양신문] 비가 오면 고양시 한류월드 내 수변공원이 한류천 하류와 강바닥에서 올라온 오염물질(오니)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지난 주말(7월 2일) 고양시에 시간당 40㎜의 비가 쏟아지자 수변공원 산책로까지 물이 차올랐다. 수위가 올라오면서 물길과 산책로가 구분이 안 돼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아직까지 찾는 시민들이 적어서인지 안전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산책로까지 넘친 수위는 보통 3일 정도 지나야 원래 수위로 되돌아가지만 물이 빠졌다고 해서 상황이 곧바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물이 빠지면서 물 위에 떠다니던 오니들이 그대로 공원 산책로에 쌓이게 된다. 눈으로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지만 악취는 더 심해 근처에 가면 코를 막아야 할 지경이다. 물 위 사정도 비슷하다. 시커먼 오니 사이로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물 밑에서는 기포가 올라왔다. 수변공원 모습이 아닌 흡사 폐수가 모여 있는 물웅덩이였다.

현재 수변공원을 관리·운영하는 주체는 경기도시공사다. 경기도시공사는 2011년 일산신도시 배수로로 쓰이는 한류천 상류를 수변공원으로 만들었다. 사업비 272억원에 담수 길이 1.3㎞의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수변공원 조성은 경기도 소유 한류월드 부지의 투자가치를 높이려는 이유도 컸다. 실제로 현재 건설 중인 인근 오피스텔과 상가는 ‘한류천 수변공원의 명품조망권’ 등을 내세우며 분양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준공 6년째인 수변공원은 비만 오면 ‘똥물’이 넘쳐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공원으로 전락했다. 경기도시공사는 공원 준공 직후 고양시에 시설을 인수인계할 계획이었지만 애물단지인 수변공원을 고양시가 그대로 받을 리 만무했다. 애초 경기도시공사가 준공한 수변공원이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자, 고양시는 용역을 통해 시설보강·변경 공사비용을 산출하고, 그 비용을 경기도가 부담하면 인수인계 받겠다는 협약을 2015년 11월 경기도와 체결했다.
 

악취를 풍기는 수변공원의 물.


고양시가 발주한 관련 용역은 올해 2월 발표됐다. 용역에 따르면 추가공사비용은 218억원이다. 하지만 경기도시공사는 용역에 나온 비용을 다 지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용역 발표 이후 지금까지 비용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며 “추가공사 비용에 대해서는 우리 측 전문가들의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다”고 답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수변공원이 조성된 이후 지금까지 1년에 평균 10~12차례 범람해 왔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두껍게 쌓인 오니와 쓰레기를 걷어내면서 공원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먼저 한류천 전체의 수질개선 방안이 필요한데, 수변공원뿐 아니라 한류천 하류의 하천바닥 준설이 포함된 공사비가 이번 용역 결과인 218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용역 결과에서 산출된 각 항목들이 타당한지, 또한 그 비용을 경기도가 지불해야 할지에 대해서 7일 기술자문위원들을 소집해 확인해 봤다”며 “내부 논의가 더 이뤄진 뒤 추후 고양시와 추가 공사비용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답했다.
 

산책로에 두껍게 쌓인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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