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 고양신문 창간 28주년 기념포럼 강연

 

[고양신문] 고양신문 창간 28주년 기념 포럼이 지난 4일 일산동구청 대회의실에서 16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제59회 고양포럼을 겸한 이번 포럼에는 고양에 거주하는 문화계 명사인 김훈 작가와 정지영 영화감독이 강사로 초청돼 ‘인간의 미래, 고양의 미래,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훈 작가는 고양시가 오랜 세월 터 잡고 살아온 사람들과 마을의 흔적을 불도저로 지워버린 ‘평평한 땅’ 위에 세워진 도시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평으로 획일화한 대지 위에 수직의 건물들을 채운 인공의 도시라는 것. 이러한 공허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이 곳이 사람 사는 마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스토리를 쌓아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들을 기리는 기념물이 호수공원에 자리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며 반문했다. 또한 북한산의 신령한 능선, 행주산성의 역사적 의미, 창릉천과 행주어촌계의 소중한 가치 등을 짚으며 전통과 연결되는 이러한 상징들이 공동체 의식의 뿌리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비와 향락문화가 만연한 고양시의 일상 풍경을 다소 비판적으로 지적하며 일상의 구체적인 태도와 관습 속에서 문화적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지영 감독은 인간의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전망을 전문가의 문헌을 인용하며 짚었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며 만들어낼 극단적 양극화 사회를 우려스런 목소리로 전망했다. 강의 후반부에는 고양시가 문화예술 도시로 발돋움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과감한 문화융성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이 오히려 역동적인 문화를 만들어낸다”면서 서울 외곽에 신도시로 형성된 고양시의 지리적, 문화적 특징을 재치 있게 규정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어 행신동 느티나무온가족작은도서관 이승희 관장, 사람도서관 리드미 신정현 관장, 인문학모임 귀가쫑긋 임영근 회장, 행복한책방 한상수 대표, 통일을 이루는 사람들 윤주한 대표 등 고양시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임의 대표들이 패널로 참여해 서로의 보람과 관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이날 논의된 다양한 의제들을 토대로 공동체의 정체성을 다듬어가기 위한 대화와 노력을 이어갈 것을 약속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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