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지역활성화를 하겠다며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매월 오래된 책 한 권과 새 책 한 권을 선정해 'Old&New' 북콘서트를 한 지 14번이나 된다. 지역서점의 책 판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참여하는 사람의 정성도 정성이려나와, 주최 측의 지극정성에 감사한다. 행사를 준비하고, 연락하고 자리배치하고 서빙하는 일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행사협찬으로 매회 앞순서를 빛내주는 통기타팀 ‘헬로 유기농’의 연대의 손길이 아니었다면, 자리가 참 딱딱했을 것이다.

이번에 강의했던 주제는 ‘늙음’이었다. 로마 사상가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와 현대 생물학자 조나탄 실버타운의 『늙는다는 것은 우주의 일』을 텍스트로 삼아 늙지도 않은 주제에 늙음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노인에 대하여 다양한 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7% 넘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0년대에는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2020년대에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전입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80년대에 유년인구국이었는데 1990년대에는 청년인구국를 거쳐 2000년대부터 노인인구국이 되어버렸다.

이쯤되면 노인문제가 우리사회의 중심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노인의 현실은 어떠한가. OECD국가 중에서 노인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인구 10만 명당 노인자살자 수가 2000년에는 24.2명이었는데, 그로부터 10년 후에 80.3명으로 2배가 넘어 연령층 중에서 가장 많았다. 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라는 말이다. 노인노동자의 월급여도 전체 평균 월급여를 100으로 봤을 때, 2011년에는 75.6이다. 더 가관인 것은 노인 인구층의 88%가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노인 노동자의 전체적인 월평균 소득은 70만원 정도다. 이 정도면 청년에게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다.

지난 200년간 인간의 기대 수명은 두 배로 증가했다. 공중보건과 의학, 삶의 질 향상이 원인이라고 한다. 물론 과거 200년 전보다 현재 노인의 상태가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적 관점에서 보자면 살기도 팍팍한데 수명만 늘어난 꼴이다.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비참한 인생은 오래 갈수록 괴로울 뿐이다. 그러니 노인의 행복을 위하여 여야, 연령층을 막론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생물학자인 실버타운의 충고에 눈을 돌려보자. (왜 하필 성이 실버타운일까? 쓸 데 없는 궁금증이 들지만) 실버타운에 따르면 절대빈곤보다는 어느 정도 빈곤에서 벗어난 것이 기대수명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어느 정도 소득이 확보되면 소득 증가분에 비해 기대수명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유인 즉, 인구 집단 내에 소득불균형이 문제란다. 다시 말해 사회 전체의 소득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 한 행복하게 오래 살기는 그른 셈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현재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찬반격론이 치열하다. 본래 최저임금이란 상품이 아니라 인간을 염두에 두고 책정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살려면 최소한 얼마가 필요한지를 묻는 것이다. 인간적 삶의 최고치가 아니라 적어도 인간이라면 받아야 하는 최저치를 따지는 것이다. 나는 노인들이 최저임금 1만원에 적극적으로 동의해주기를 바란다. 노인층을 위해서라도, 노인층을 부양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행복한 장수를 위한 일거양득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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