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교육공약을 분석한다①

임금격차 등 경쟁교육 일으키는 근원적 대책은 미흡

철옹성 같이 추진됐던 국정교과서 정책이 폐기됐다. 재벌의 저격수였던 진보학자가 재벌을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장이 됐고,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국토부장관·외교부장관·보훈처장이 됐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곳곳에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혁신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정부보다 높지만 유독 푹 꺼지는 분야가 있다. 교육이다. 국가의 근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역사가 집약돼 있는 교육 분야는 새 정부가 아무리 애써도 단기간에 변혁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에 대한 변화없이 교육만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이 변하지 않고 다른 무엇이 변한다는 것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교육개혁의 첫 디딤돌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교육개혁을 위한 근원적인 방향을 잡는 역사적인 정부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본다. 이번 호부터 마이고양이 잡지형식으로 발행되면서 매달 이슈를 집중 보도하는 기획 면을 신설했다. 첫 기획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지면이다. 일단 교육 주체인 학생과 학부모가 새 정부의 교육공약을 살펴보고 대처할 수 있도록 개괄에 초점을 두었다. 공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부족한 점도 많고, 반발도 거셀 수 있다. 새 정부의 정책이 맞으면 적극 지지하고, 틀리면 저항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곳곳에서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하루종일 돌봄학교 운영, 학교 밖 청소년 자립 지원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의 핵심은 교육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OECD 수준의 공교육 예산을 확보( GDP 대비 1% 증액)하고 보육과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5세 이하 유아수당을 월 10만원 책정,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대학 등록금 반값 인하, 주요 과목 학력 평준화를 위한 1교과 2교사제도, 15세 이하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비율 5% 이하 인하 등이 이런 의지의 표현이다. 


보편적 교육 책임 강화와 함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은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기회의 확대다.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방과 후 돌봄을 위해 12시간 돌봄학교를 운영하고, 지역아동센터 등 저소득층 방과 후 보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현실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방과 후 돌봄교실은 학교 안과 밖으로 나누어 지역사회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방치됐던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공교육비 부담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원해 직업교육과 대안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위기 청소년들이 학업과 생활, 자립을 도울 수 있는 ‘특별지원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장애학생에 대해 치료와 재활, 돌봄과 교육이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문화 가정과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활성화 할 계획이다. 대학입시에서도 취약계층을 고려할 방침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원 내외 입학을 20% 이상 허용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특별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이들이 의대와 약대 등에 입학 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수능·고교내신 절대평가로 개선, 경쟁 완화
경쟁교육을 완화하고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도 강력하다. 경쟁교육 완화 공약의 포인트는 수능 절대평가와 고등학교 내신 절대평가제의 도입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제도를 중심으로 재편되기 때문에 입시제도를 자격고사 수준으로 완화함으로써 공교육의 경쟁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사교육 부담을 대폭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대학입시도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등 3가지로 단순화시키고 논술전형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수시전형을 없앨 계획이다. 중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을 불붙이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도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쟁교육을 완화하는 대신 놀이교육과 독서교육, 진로교육, 예체능 교육을 활성화 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의 위치를 재정비하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행복하게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초중고 교과수업 예술활동 연계지원 확대, 고등학교 학점제 운영을 통한 진로 연계 과목 활성화, 초중고 필수교과목 최소화 선택과목 확대, 자유학기제 학년제로 확대, 초등학교 놀이 독서교육 강화 등이 대체교육으로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 축소, 교육청과 학교의 자치권 강화
교육개혁을 위한 제도 강화도 중요한 항목이다. 집권 초기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해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설치해 그간 행정부인 교육부가 총괄했던 교육정책분야를 독립적 기능으로 위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교육부 중심의 교육행정도 시도교육청과 학교로 대폭 위임해 지역별 학교별 교육 자치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일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혁신학교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교장 공모제, 학교별 교육과정 채택, 학교운영위원회 내실화 등을 통해 일선 교육현장의 주체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한다. 

학력·학벌차별 규제, 고졸 취업 기회 확대
학력과 학벌 차별을 규제하고 특성화 교육을 우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항목은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특별히 강조되는 공약은 특성화고 교육지원의 강화와 특성화고 졸업생에 대한 대학 및 기업 우대조건 강화이다. 대학 간 우열 완화를 위해 지방 국공립대학을 거점대학으로 육성하고, 직업과 연계된 전문교육을 추진하는 전문대학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공약화 했다. 고등학교 졸업생에 대한 공공기관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민간 기업이 이들을 고용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적극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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