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호의 역사인물 기행

최재호 고봉역사문화연구소장

[고양신문] 맹자(孟子, BC 371 ~ 289경)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추(鄒)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정통유학을 계승 발전시켜 공자의 아성(亞聖)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젊은 시절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문하생으로 수업을 받은 후, 남을 가르치는 스승이 됐고, 잠시 제나라 관리로 일했다. 하지만 전국시대로 불리는 난세 속에서 자신의 도와 경륜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맹자가 유세에 실패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고향인 산동현(山東縣)에 돌아와 쓸쓸히 말년을 보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산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등(騰)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맹자가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등 문공(文公)은 그를 자국의 국정고문으로 초빙했다. 그는 맹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치국의 방책을 물었다. 맹자는 위민정치(爲民政治) 이념에 투철했던 인물로, 치자(治者)보다 백성의 입장에서 정치를 논했던 인물이다.

맹자는 문공에게 왕도정치를 설명하면서 그 첫걸음은 백성들의 의식주를 만족하게 해주는 데 있다고 했다. 제 아무리 인의(仁義)니 도덕을 강조한들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의미에서 “유항산(有恒産)이면 유항심(有恒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즉, 이 말을 뒤집어 보면 항산(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항심(일정한 마음)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재물이 있어야 심신이 족하다’는 말로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나, ‘사흘을 굶으면 도둑 안 되는 사람이 없다’는 속담과 상통하는 뜻이다.  

최근 새 정부 경제 사령탑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에, 그간 재벌기업의 저승사자로 통하던 한 인사가 임명됐다.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임명된 자신의 핸디캡을 의식한 까닭인지 취임 일성부터 ‘정부가 기업이 처리하지 못하는 청년 일자리를 해결하고,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랜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앞으로 5년간 공무원 17만 명 증원과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한다고 해 우리나라 경제가 과연 좋아질까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청년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한번 고용된 근로자는 해고할 수 없도록 만든 경직된 노동시장구조와 양극화, 강성노조 그리고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있다. 정부가 취업 시장이 왜 악화되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도 없이 무조건 뽑고 보자는 식의 공무원 충원계획과 함께 대기업에 대한 내부거래실태 감사를 하겠다는 발표는 지극히 안일한 발상이자 포퓰리즘에 입각한 선심성 단기대책에 불과하다.   

세금을 늘려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은 결코 타당한 방법이 아니다. 공무원을 늘리면 고용지표는 올라갈지 모르지만,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무원은 소모적인 일자리로 결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의 미공개정보 이용에 따른 내부거래를 감사한다고 하는데, 이는 아직 선진국에서 조차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옛말에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하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고 했다. 동서고금 역사를 볼 때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권이 성공한 예는 없다. 정부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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