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2년차 이웃 은희경 소설가

등단과 동시에 고양시로 이주한 후 22년 거주
다수의 작품 속에 일산에서의 서정 담아
“문학작품 통해 아웃들과 소박하게 만나고파”

 

은희경 작가가 미스터 버티고에서 진행된 낭독회가 끝난 후 사인회를 열고 있다. 은 작가는 일산에 22년째 거주중인 이웃이다.


은희경 작가는 1995년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그해 2월부터 일산에 살기 시작했다. 올해로 작가생활 22년차이자 후곡마을 주민으로도 22년이 됐다. 중편소설 『이중주』를 시작으로 『새의 선물 』,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등 여러 작품에서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를 곁들인 섬세한 심리묘사를 선보이며 독자와 평론가들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 작가의 낭독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미스터버티고 서점에서 은희경 작가를 만났다.

22년 째 일산에 살고 있다.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용한 게 좋아 일산으로 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많았던 공터가 점점 없어지는 게 불만이지만 삶에는 여러 국면이 있으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일산은 편의를 위해서 만든 도시답게 생활하기 편하지만 오래된 도시가 주는 느낌을 품기 어렵다. 도시는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륜을 만들어 가야 한다. 호수공원만 해도 처음엔 그늘도 없고 땡볕만 내리쬐는 삭막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좋아졌다. 작업실이 근처 있을 때는 규칙적으로 호수공원에서 운동을 했다. 작품 구상도 하고, 작품이 안 풀릴 때는 나무도 보고 볕도 쬐고 눈도 맞고 그랬다.

낭독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산에 오래 살았으니 지역사회와의 인연에 조금쯤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로 살아온 시간이 일산에서의 생활과 겹치는 만큼 제 소설 『소년을 위로해 줘』, 『중국식 룰렛』, 『아내의 상자』 등 여러 작품에 일산이 공간적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다. 가끔은 삭막하고, 가끔은 고독하고, 가끔은 정착되지 않는 불안감을 품은 신도시의 정서가 많이 반영돼 있다. 그 안에 삶에 대해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주제나 단서 같은 것들이 있다. 내 작품과 일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만약 내가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면 지금같이 타인과의 관계나 거리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특별히 낭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문학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작가와 소통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고, 그 방법으로 낭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0년 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독일의 낭독 문화였다. 도서관, 교회, 책방, 카페 어디에서나 가깝게 모여 앉아 작가는 읽고 독자는 귀를 기울이는 풍경들이 내 마음을 끌었다. 나는 강연보다 낭독이 더 쉽다.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어서 처음엔 용기도 필요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되기도 했다.

장소를 동네책방 ‘미스터 버티고’로 정한 이유는.

작은 서점에서 작은 규모로 진행해서 조금 더 친근하고 부담 없이 독자들과 만나고 싶었다. 처음 일산에 문학전문서점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는데 장소가 정말 좋았다. 처음 낭독회를 기획하며 ‘세 사람의 독자만 있으면 하겠다’고 시작했는데, 매번 자리를 꽉꽉 채워주셔서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임이 기다려진다.

낭독회를 1년 계획하고 진행 중인데 중반을 넘어섰다. 앞으로의 계획은.

1년만 하고 완전히 끝낼 생각은 아니다. 원하는 분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이어가고 싶다. 여유가 있으면 청소년들을 위한 낭독회도 해보고 싶다. 내 작품을 통해 청소년들과도 소통하고 싶다.

좀 더 넓은 장소에서 낭독회를 열 계획은 없나.

대외적인 활동과는 거리가 좀 있다. 캠페인이나 계몽적인 것과는 좀 안 맞는다. 낭독회를 처음 시작할 때도 사교나 친목보다는 그냥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규모보다는 진짜 듣기를 원하는 독자들이 찾아와 영역을 조금씩 넓혀갔으면 한다.

요즘 제일 많이 생각하는 관심 주제는.

그동안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이제는 벗어나려고 한다. 최근 몇 달 동안 현실 문제에 너무 몰두해서 소설에서도 주장이 무척 강해졌다. 현실 문제에서 작가의 감각이 나오기 때문에 여전히 관심을 두지만, 특정 이슈에 너무 강한 생각을 갖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조금 차갑게 식히는 중이다. 사람들과 부지런히 교류를 하는 것 보다는 혼자 쓰는 글로 영향을 미치고 싶다. 예전에는 트위터에 글을 많이 올렸는데 요즘에는 읽기만 한다. 트위터는 이슈에 대한 반응이 무척 빠르더라.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장편소설을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 연재하고 있는데, 올해 연재가 끝나면 내년에 책으로 낼 계획이다. 사실을 보여주기만 하면 좋은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작가는 새로운 관점이나 생각,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번 소설도 그런 작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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