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고양 역사 담아낼 전시 공간 추진
박물관 성격·규모·입지 등 다양한 쟁점 부각
“안정적 추진 위해 전담팀 구성 시급”

 

고양시 역사박물관 건립추진위원들이 고양시청 신관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박물관 건립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고양시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고양시 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시는 지난 19일 시청 신관 회의실에서 고양시 역사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건립추진위) 2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방규동 고양문화원장, 이규열·김경태·원용희 시의원, 박전열 중앙대 명예교수 등 문화계 전문가들과 이현옥 교육문화국장을 비롯한 관련공무원들로 구성된 건립추진위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회의는 박물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유물조사 용역 착수보고에 이어 예상 후보지 입지 관련 논의, 건립방안에 대한 건립추진위원들의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유물조사용역을 맡은 백두문화재연구원측은 착수보고를 통해 ▲고양시 관련 유물·문서 전수조사를 통해 최소 2500점 이상 유물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역사박물관의 수집방향제시 ▲유사박물관 비교사례 검토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정동일 시 문화재전문위원은 타 박물관 소장 유물의 효율적 환수와 주요 문화재 복제 방안, 민간 기증유물에 대한 수용책 등을 유물조사 용역에 추가해 줄 것을 의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추진위원들은 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쟁점이 부각됐다.
 

(사진 왼쪽부터) 박전열 중앙대 명예교수, 방규동 고양문화원장.


쟁점1 건립, 서둘러야 vs 신중해야

오랫동안 박물관 건립 추진에 앞장서 온 김경태 시의원은 “104만 고양시에 아직도 역사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회의 내용에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8년에 예산을 편성해 박물관 건립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규열 시의원 역시 내년도 예산 반영을 강조하며 “광범위한 추진단을 구성해 국비·도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정남 경기대교수는 성급한 입지 선정보다는 유물과 유적의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박물관의 방향을 면밀히 기획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 한욱빈 팀장 역시 기증품을 포함한 유물의 정확한 문화재적 가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원 전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은 건축이나 입지선정 논의에 앞서 유물의 1차적 보관시스템을 갖추는 게 선결과제라는 점을 짚었다.

쟁점2 성격, 유물 중심 vs 스토리 중심

박물관의 성격을 유물 중심의 전시형 박물관으로 할 것인지, 스토리 중심의 체험형 박물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백두문화재연구원 서봉수 원장은 박물관 역할과 가치의 핵심은 역시 ‘전시성’이라고 강조하며, 고양시만의 전시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소원 연구원은 고양시가 선사시대부터 이어지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야기’로서의 자산은 풍부하지만 유물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봤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원은 전시 유물만큼이나 문화적 활용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전시분야와 문화적 활용분야를 분리해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안상용 고양어린이박물관장은 “박물관의 경영과 마케팅 문제를 건립 전에 충분히 고민하며 준비해야 한다”면서 전시 유물의 가치 범주에 따라 박물관의 성격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서봉수 백두문화재연구원장, 정정남 경기대교수.


쟁점3 규모, 단독건물 vs 분산건립

예상외의 쟁점도 떠올랐다. 정정남 교수가 수원박물관사업소 산하 4개 박물관을 분산 운영중인 수원시의 사례를 예로 들며 “한 건물에 여러 기능을 집어넣는 종합박물관보다는 각각의 특성을 살린 작은 박물관을 지향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며 고양시 역시 분산 건립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김소원 연구원은 “특색을 살려 분산 건립할만큼 다양한 콘셉트가 고양시에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분산 건립 의견에 대해 원용희 시의원과 서봉수 연구원장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은 “고양시의 여건을 고려할 때 전시·교육·기록물보존·도서관 등의 기능을 아우르는 종합박물관의 건립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쟁점4 입지, 문화유적 연계 vs 접근성 우선

입지 선정 문제는 앞서 살펴본 여러 쟁점들과 직접 연관된 사항이기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쟁점은 유서 깊은 문화유적과의 연계성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접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가이다. 김경태 시의원은 고양의 대표적인 문화유적과 연결해 박물관을 지어 문화적 상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은형 연구원은 지역주민의 활용도와 참여를 고려하면 접근성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상용 관장은 “역사적 의미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아니면 체험과 재방문 유도가 목적인가를 명확히 고민하고 입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 연속성 위해 전담팀 구성 시급”

고양시 역사박물관 건립에는 건축비만 약 300억원(추정금액), 부지 구입비가 추가될 경우 약 6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립추진위는 10월까지 타 유사 박물관 벤치마킹, 건립추진위 워크숍을 진행한 후 11월 유물조사 최종보고회를 거쳐 올해 연말까지 건립추진위 종합보고서를 채택해 보고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방규동 고양문화원장은 “성공적인 박물관 건립을 위해 시민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업무의 연속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학예사와 시설담당자가 보충된 전담팀(TF)의 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영안 문화예술과장 역시 “새로 건립될 박물관이 어떤 방식으로 차별점과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꼼꼼하게 준비해 ‘실패하지 않는 박물관’을 개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소원 전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불교문화재연구소 한욱빈 팀장.
(사진 왼쪽부터) 안상용 고양어린이박물관장,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