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동화작가·소설가

고 동관 김현규 선생이 발굴한 ‘선공감 김감역 호상 상여소리’ 가 최근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로써 동관 선생이 발굴한 민속놀이 중에서 ‘고양 송포호미걸이’에 이어 두 번째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된 것이다. 비록 동관 김현규 선생은 생존해 계시지 않지만 지하에서나마 기뻐할 일일 것이다.

그동안 동관 김현규 선생이 발굴하고 재현한 민속놀이로는 ‘고양송포호미걸이’, ‘선공감 김감역 호상 상여소리’, ‘고양두레 12채 가락’, ‘용구재 이무기제’, ‘싱아대 소리’, ‘고양 쌍그네 놀이’, ‘멩개안 사줄다리기’, ‘십이지신 불한당놀이’ 등 총 여덟 가지가 있다. 이 여덟 가지 외에도 얼마 전에는 동관 선생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표하지 않은 민속놀이가 또 한 가지 발견됐다고 한다.

‘귀촉경 놀이’라는 민속놀이인데, 이것이 수록된 원고가 유가족에 의해 최근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인물이 한 지역에서 민속놀이를 자그마치 아홉 가지나 발굴했다는 이야기다. 이는 전무후무한 일로서 동관 선생께서 우리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며, 이를 발굴해 재현한 것은 민속놀이에 대한 그의 탁월한 혜안과 자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러기까지 동관 선생에게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과 희생이 있었을 것인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에 따른 유가족의 희생도 당연히 따랐을 것이다.  동관 선생의 발굴로 본 민속놀이를 보건대, 고양시는 예로부터 농경과 관련한 민속놀이가 여러 종류 존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농사일의 힘듦을 놀이와 소리로써 승화했다. 그럼으로써 이것들은 단순히 놀이와 소리가 아니라 조상들의 얼과 혼이 들어있는 생명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시대가 흘러 농사가 홀대받고 산업화로 인해 농사와 관련된 이런 민속놀이들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가고 잊혀져 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선공감 김감역 호상 상여소리’라는 민속놀이의 의미가 크다 하겠다. 상여 소리는 말 그대로 사람이 죽어 상여를 메고 가며 하는 소리다. 이 소리는 2000년도에 동관 선생께서 발굴해 재연한 것이다.

여기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선공감이란 기관에 대해 조금 언급을 할까 한다.

조선시대 도성이나 궁궐을 건립하거나 개천을 준설하는 등의 대규모 공사를 진행할 때에는 도감(都監)이라는 임시 관청을 설치해 공사를 지휘·감독하게 했다.

그러나 소규모 공사나 일상적인 수리 등의 일은 공조 산하에 선공감을 둬 담당하게 했는데, 말하자면 선공감이란 공사를 주로 하는 기관이었다.

김감역은 선공감의 종 9품 하급 관리로서 김씨 성을 가진 대화리에 살고 있던 김성권씨의 직책이 감역이어서 김감역이라 했다. 그리고 그 분이 돌아가시자 장례 행렬 때의 상여 운구 때 하던 소리와 시신 안치 후의 땅 다지는 소리를 합해 ‘선공감 김감역 호상 상여소리’라고 한 것이다.

상여 소리는 고양시뿐만 아니라 타 지방에도 그 지방 고유의 상여 소리가 있다. 그러나 유독 고양의 상여 소리는 다른 지방의 상여 소리가 애절하고 처량한 것과 달리 힘이 있고 경쾌하다. 또한 타 지방의 상여 소리에 비해 소리의 가짓수가 많고 비교적 원형 보존이 잘돼 있다. 그런데다 일반 호상에서는 볼 수 없고 사대부 호상에서나 볼 수 있는 만장, 집불,  방상씨 가면이 출현하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죽음을 놀이로 승화한 측면이 있는 것이 고양의 상여 소리인 것이다. 몇 년 전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한 죽음을 소재로 한 ‘축제’ 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김감역 호상 상여 소리’는 망자와 유가족, 마을 사람을 위한 축제 성격의 상여 소리라 할 것이다.

이번에 어렵게도 이 상여 소리가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심사위원들이 축제 성격의 상여 소리란 점에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상여 소리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상여 소리 보존회 김우규 회장의 열성이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이번 상여 소리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고양시 문화 인물로서 동관 김현규 선생이 재조명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그가 발굴하고 재연한 민속놀이가 좀 더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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