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파주여성민우회 ‘일 가정 양립 공존의 조건’ 토크 콘서트

'고양파주여성민우회 주최 '일 가정 양립, 공존의 조건' 토크 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는 이정아 회장.


[고양신문] 여성이 직장일과 가정일을 동시에 잘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직장에서 여성은 남성중심적이고 비효율적인 조직문화 때문에 많은 갈등상황에 처하게 된다. 가정에서 여성은 ‘언제든 아이의 요구에 응할 수 있는 풀타임 어머니 노릇규범’ 때문에 힘들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

지난 21일 고양파주여성민우회(회장 이정아) 주최로 고양시어린이박물관에서 50여 명의 여성들이 모여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허심탐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을 맡은 이정아 회장은 인사말에서 “1995년에 ‘여성발전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그 법에 근거해 ‘양성평등주간’이 만들어졌고 올해로 22회째로 오늘이 마지막 행사”라며 "성평등에 관해 22년 동안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억울한 것이 많다”고 말을 이었다.

“22년 전과 확연히 다른 최근 정책 중 하나가 ‘저출산 정책’이다. 그런데 ‘일 가정 양립지원 정책은 여성에게 독박 씌우는 정책’이라는 말도 있듯 아직 소원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 오늘 여러분들이 편안하고 활발하게 사는 이야기를 나눠줄 것을 부탁한다.”
 

'일과 가정 양립 공존의 조건'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최윤선 일가정양립지원센터장.


먼저 최윤선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일가정양립지원센터장이 ‘일 가정 양립 공존의 조건’에 대해 발표했다. “일 가정 양립 문제가 국가적으로 이슈화 된 것은 최근 저출산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일과 가정 양립을 말할 때 이 정책이 야기하는 여러 ‘갈등’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주문했다.

이어 발표한 박윤진 고양평등상담 실장(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은 “일과 가정, 더 나아가 삶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제13차 인구포럼에서 저출산의 원인으로 “여성이 불필요하게 스펙을 쌓으면서 결혼시장에 늦게 들어오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본다”고 한 망언과, 지역별 출산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출산지도’까지 만든 상황이라며 황당한 저출산 대책 상황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는 슈퍼맘 이미지를 원하면서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경력단절녀를 위한 재취업 일자리는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다. 또한 엄마가 되면 육아와 일 전 과정을 거치고 나서 황혼기에 또다시 자녀의 아이를 육아해야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여성은 ‘시간 가난자’가 된다”고 현재 여성이 처한 상황을 짚었다.
 

'모두를 위한 일, 생활 균형'에 대해 발표 중인 박윤진 고용평등상담실장과 참석자들


발표에 이어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모둠별 토론이 진행됐다. 10명이 한 모둠이 돼 총 5모둠으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 결혼 전 부부 교육을 통해 가정 내에서 부모 역할 교육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가사 일을 남녀가 분담하는 등 성 평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남녀 간 역할을 바꿔 성역할 체험을 해볼 기회를 갖는다거나 성평등 교육이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

▲ 최근 식당 조리직 근무자에게 ‘밥하는 아줌마‘라 말한 이언주 국회의원의 발언을 보더라도 인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교육센터를 확충해 삶의 지혜와 지식을 갖춘 50대부터 70대의 고학력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교육을 해 보조교사로 활용하면 인성교육과 함께 노인일자리 제공도 가능하다.

▲ 현재 아동돌봄서비스 비용을 시간과 아동수에 따라 차별 지급하기 때문에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보육시설이 필요하다. 아이돌봄 서비스를 지원할 인원 확충이 필요하고 유치원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그래야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또한 아파트 경로당을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 회사에서는 다양한 근무환경이 필요하고 근무시간 단축도 필요하다. 칼 퇴근을 유도해 저녁 시간을 보장해 줘야 하고 육아휴직도 남 여 모두 무조건 가져야 하며, 노동시장에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적용되야 여성이 육아 독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시ㆍ구청 차원에서 일하는 여성을 위한 반찬만들기와 배달업무 서비스 제공도 필요하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이정아 회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저출산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인 문제임을 인식해야하며 공동체 안에서 대안을 찾아야한다. 또한 세대를 불문하고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다는 연대가 필요하다. 일방적인 여성 착취가 아닌 공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작성한 '일 가정 양립'을 위한 방안 내용을 들어보이고 있는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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