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회, 8대 요구안 관철 위해 강경 투쟁 선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회 회원들이 발달장애인 정책의 획기적 개선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 돌입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양신문] 고양시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24일부터 시청 로비에서 밤샘농성을 8일째 이어가고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회(회장 김경자, 이하 고양지회)와 고양시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농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지회 회원들은 31일 오전 시청 현관에서 ‘고양시청 무기한 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고양시의 미온적 응대를 성토하며 시위 강도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발달장애인 가족과 당사자 12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경자 회장은 “시에서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며 장애인 가족들의 요구를 외면해 절박한 심정으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며 “3772명 고양시 발달장애인들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발달장애인 정책과 관련한 8대 요구안의 관철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강경 투쟁 돌입을 선언하고 있는 고양지회 김경자 회장.


장애인부모연대가 시에 제출한 ‘발달장애인 정책 8대 요구안’은 ▲Day 서비스 이용 발달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 추가 시간 제공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설치・운영 ▲현장 중심의 발달장애인 직업 지원 체계 도입 ▲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주거 모델 개발 및 시범 사업 운영 ▲발달장애인 재활 및 의료 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및 권익옹호 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을 위한 행정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정책 제안 등이다.

고양지회 장미 교육국장은 “고양시는 발달장애인 비율이 창원시, 노원구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지자체다. 일반 지역이 5%에서 7% 내외인데 비해 고양시 발달장애인 비율은 전체 장애인 중 10%에 이른다. 그러나 장애인 정책 개선에 대한 의지와 실천은 극히 저조하다”면서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책의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면, 전국 발달장애인들의 인권 개선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번 농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고양지회 장미 교육국장이 고양시 발달장애인 정책제안요구안에 대한 설명을 하다 울먹이고 있다.


전체 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의 비율이 고양시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홀트학교, 경진학교 등 발달장애학생 전문 교육기관 5개가 밀집해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교육 기회를 얻기 위해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고양시로 이사를 오기도 하는 형편이지만, 이에 발맞춘 실질적 행정 지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고양지회 회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임원들을 비롯해 경기도 각 지자체의 장애인부모연대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고양지회의 장기 농성에 지지를 보냈다. 이들은 “고양지회의 투쟁은 모든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뜻 깊은 한걸음이 될 것”이라며 함께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고양지회의 농성은 전국 발달장애인 정책 개선의 도화선이 될 수 있을까? 전국장애인연대 중앙조직과 경기도 각 지자체 단체장들이 시위에 동참해 고양지회 투쟁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있다.


지난 주 휴가를 보낸 최성 시장은 이날 아침 출근길에 농성 중인 시위대의 상황을 둘러봤고, 이어 고양지회 대표단을 만나 의견을 경청했다. 하지만 최성 시장과의 긴급 면담도 예정된 기자회견을 막지 못했다. 김경자 회장은 “최성 시장이 ‘검토하겠다’,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등 의미 없는 답변으로 일관해 실망만 안겨줬다”며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강행한 이유를 밝혔다.

시는 이날 오후 장애인부모연대가 요구한 8개 안에 대한 답변을 서둘러 내놓았다. 정책 답변서에는 ▲2018년 고양시 발달장애인 및 장애인가족 지원센터 설치 운영 ▲2018년 단기보호시설 1개 소를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담시설로 전환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사항을 담았다. 그런가하면 ▲국정과제로 보건복지부 사업 적극 유치, 국가 및 경기도 지정사업 적극 유치 ▲경기도 매칭사업 협의 추진 등을 짚으며 일부 요구사항이 정부, 또는 경기도 차원의 정책 영역에 해당하는 사업임을 간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답변서를 받아든 장애인부모연대 측의 반응은 차갑다. 장미 교육국장은 “최성 시장과 고양시는 하나마나한 원론 수준의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협의, 적극 검토 등의 답변은 곧 지금 당장 아무 것도 못 해 주겠다는 답변과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어설프게 물러서지 않고 확실한 결과물을 얻어낼 때까지 우리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에 참가한 다른 회원도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습관처럼 내뱉는 ‘자녀들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소원’이라는 비참한 말을 더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다”며 집회를 장기적으로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고양지회 김경숙 회계외 이화선 정책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회 회원들이 8일째 밤샘농성을 벌이고 있는 고양시청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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