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승현 일산소방서장

취임 후 일산소방서의 크고 작은 변화 주도
김훈 작가가 서문 쓴 소방대원 수기집 곧 출간
“시민들과 함께 최고의 안전 도시 만들고파”

[고양신문] 일산소방서는 최근 전국 소방서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평가와 경연대회 등에서 연이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외적인 성과만이 아니다. 안전과 관련한 각종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일산소방서를 찾는 시민들로부터 ‘일산소방서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들려오기도 한다. 취임 후 1년 동안 다양한 정책을 펼치며 일산소방서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서승현 서장을 만나보았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서승현 서장은 탁월한 추진력과 따뜻한 친화력으로 일산소방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일산소방서장으로 일한 1년 동안의 성과를 자평하면.

소방학교 교육기획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일산소방서에 왔다. 취임 후 가장 먼저 근무 환경과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힘썼다. 일하는 공간이 쾌적해야 소방대원들의 분위기가 밝아지고, 그것이 곧 시민들의 안전에도 좋은 영향을 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칭찬 편지를 받아 칭찬받은 직원에게 영화티켓을 선물하는 일도 했다. 덕분에 직원들 사이에 긍정적인 칭찬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해 종합민원실을 금융기관 창구에 버금갈 정도로 쾌적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공간뿐 아니라 민원 업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도록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렸다.

일산소방서의 전반적 규모와 활동을 소개해달라.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59만 명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본서 관할에 백석, 고봉, 주엽 등 5개 안전센터와 1개 구조대(정발산)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관 숫자는 212명이고, 의용소방대원과 의무대원까지 더하면 420여 명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화재 출동은 1일 평균 2.9건, 구조 출동은 17.4건, 구급 출동은 68.5건이다. 이밖에 소방과 안전 관련한 각종 생활민원과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안전 관련해 특별히 관심을 쏟는 사항이 있다면.

일산소방서 관할 구역에는 백석동 Y시티와 탄현동 위브더제니스 등 초고층 빌딩이 2개나 있다. 다행히 지난해 화재가 발생해 초고층건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동탄 메타폴리스와 달리 두 건물 모두 아래층 상가와 윗층 주거공간이 별도 건물로 분리돼 있어 안전하게 설계됐다. 그럼에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별도의 통신기지국을 설치하고, 별도의 재난예방 훈련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고양시 중앙로의 지하를 관통하고 있는 공동구도 특별 관리 대상이다. 상·하수도와 전력, 통신선이 밀집된 공동구는 일산신도시의 대동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공동구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구간별 차단 장치, 첨단 연소방지설비 등을 적용하고 있다.
 

일산소방서는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의 넓은 영역을 관할하고 있다.
소방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일산소방서 소방대원들.


소방서장으로서 고양시에 요청하고픈 사항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시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아쉽다. 한 가지 예로 일산소방서에서 고양시 한강 구간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데, 수중 사고 구조에 필수 장비인 FRP보트가 없어 김포 순환구조대와 군부대 도움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보트 구입을 고양시에 요청했는데, 소방서가 법령상 경기도 소속이라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물론 행정 조직상 경기도 소속이지만 일산소방서는 99%의 업무를 고양시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상보트는 고사하고 의용소방대 차량 지원조차 없다. 장비 구매와 소유는 시에서 하고, 운영 관리는 소방서에서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업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 관해서는 ‘100만 안전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가 의지를 갖고 실질적 협업의 창을 넓혀주기를 기대하고 싶다.

개인적인 질문을 이어가겠다. 소방인이 된 계기와 소감은.

소방인으로 살아온 지 29년이 됐다. 우연히 소방관련학과에 진학했는데, 대학생활 중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안전요원으로 근무할 기회를 얻었다. 국가의 큰 행사에 안전요원으로 봉사하며 비로소 자부심과 소명감을 느껴 소방관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졸업 후 소방관이 돼 일을 하며 차차 소명의식을 키웠다. 친절·봉사·희생·헌신이라는 덕목이 하나하나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 초기에 화재 진화 현장을 드나들며 얼굴과 손에 화상도 입었다. 당시에는 소방장비가 지금과는 달리 열악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과 체험들이 오히려 직업에 대한 애착과 긍지를 키워줬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소방관은 물론 소명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봉사’라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 정당한 보수를 받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전문가들로 봐 주시면 좋겠다. 예전에 비해 소방관 처우와 장비가 많이 좋아졌다 해도, 여전히 직원들의 후생복지와 관련된 예산과 장비 교체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눈에 보이는 소방차 뒤의 ‘사람’에 대한 복지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

젊은이들 중 소방관을 꿈꾸는 이들이 많은데.

소방대원, 구급대원, 특수임무 구조대원 등 각 분야에 따라 5대 1에서 9대 1 정도의 높은 공채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쟁률도 경쟁률이지만, 입사자들의 평균적인 자질도 무척 높다. 최근 소방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은 소방관이 무슨 일을 해야 되는지를 정확히 알고 지망한다. 일을 하다가 위험에 처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자연스레 직업에 대한 소명과 자긍심으로 이어진다.

소명감 외에 소방대원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있다면.

동료의식이다. 소방은 개인행동을 할 수 없는 분야다. 모든 업무가 팀워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진화 현장에서 역할분담에 의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지 개인 판단에 의한 행동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끈끈한 동료애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끈끈한 동료애는 소방대원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사진 왼쪽부터) 배형근 대원, 성기창 재난예방과장, 서승현 서장, 이장재 예방교육훈련팀장.


소방대원들의 수기를 모아 책을 낸다고 들었다.

직원들 각자가 현장에서 경험했던 아찔했던 순간을 직접 글로 써 공유해 보자고 제안했다. 솔직하고 생생한 체험이 담긴 글이 모아졌다. 우리끼리만 읽고 묵히기가 아까워 생생한 현장 사진을 첨부해 책 한 권을 묶었다. 1차 제본된 책을 들고 지역에 거주하는 소설가 김훈 작가를 찾아가 서문을 써 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김훈 작가가 흔쾌히 승낙을 해줬다. 김훈 작가가 직접 서명한 신작 소설도 선물 받았다. 대작가가 소방대원들의 업무와 희생정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계시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김훈 작가의 격려사가 서두에 실린 책이 곧 나온다. 비매품이지만, 정량을 찍어 필요한 곳에 보낼 생각이다.

화재 진화 도중 희생당한 소방대원들을 기리자는 이야기도 김훈 작가와 나눴다고 들었다.

2012년과 2013년, 고양시에서 화재를 진압하다 3명의 소방대원이 순직했다. 김훈 작가는 이 사건을 언급하며, 화재를 진압하다 목숨을 잃은 소방대원들의 희생을 지역사회가 함께 기릴 수 있도록 호수공원이나 일산문화공원과 같은 장소에 기념물을 만들자는 의견을 들려줬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미 시행된 일이기도 하다. 이천시는 창고 화재를 진화하다 희생당한 소방대원의 흉상을 도자기엑스포가 열리는 설봉공원에 설치해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참배하게 하고 있다. 고양시도 순직 소방관을 기리며 지역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장소가 마련됐으면 한다.

안전에 대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픈 이야기가 있다면.

안전은 시민과 기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행히 고양시민들은 시민의식이 아주 높다. 다른 시군과 달리 화재나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화기 사용이나 심폐소생술 등 초동조치를 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시나 소방서가 조금만 협력하면 고양시는 대한민국 최고의 안전도시를 만들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한 도시다.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현재 일산소방서에 ‘다목적 안전훈련장’을 짓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을 비롯한 다양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장소다. 완공 후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장소로 잘 활용됐으면 좋겠다.
 

서승현 서장이 일산소방서 소방대원들의 수기 모음집과 김훈 작가가 서명한 책을 함께 들고 있다.
일산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직접 쓴 생생한 체험담을 모은 책 '내 생애 가장 아찔했던 순간'의 1차 편집본. 김훈 작가의 서문을 덧붙여 정식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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