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 · 고양지회 김경자 회장

7일 오전 고양시청 입구에서 열린 '경기도 장애인 총력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김수연 회장의 선창을 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양신문] 발달장애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고양시청 로비에서 장기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회(회장 김경자, 이하 고양지회)의 시위가 전국적인 장애인 활동조직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7일 오전에는 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회원들이 고양지회의 농성을 지지하는 ‘경기도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를 열었다. 또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가 이날부터 고양지회의 시위 현장에 합류해 고양시와의 대화에 나서며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각에서는 고양지회와 고양시 사이의 의견 조율에 진도가 나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이하 윤)와 고양지회 김경자 회장(이하 김)을 만나 시위 목적과 방향에 대해 질문했다.
 

(사진 왼쪽부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회 김경자 회장.


시위가 장기화되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 24시간 농성이 15일째로 접어들며 신체적으로 무척 지쳐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함께 농성중인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로 결집되면서 심리적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쌓였던 고통과 바람들을 농성 현장에서 나누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어내자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전국의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고양시의 투쟁 현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내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정책 진전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투쟁에서 가장 시급한 요구안은 뭔가.

 :주간활동서비스 지원을 늘려달라는 것이 첫 번째다. 현재는 4시간 정도에 불과한데 적어도 8시간 지원받을 수 있어야 장애인 부모들이 최소한의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 인원 확대도 절실하다. 현재 고양시에서 90명 정도만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최소한 250명이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외 핵심 요구사항은.

 : 현장 중심의 직업 지원 정책을 펴달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직업교육을 위해 시설 확보와 함께, 기업 현장에서 훈련을 받고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일례로 경남 창원시에서는 발달장애인 직업 서비스 코디 4명이 1년 6개월 동안 360명의 장애인들을 취업시켰다. 직업교육 보호작업장 12개를 만들어 운영한 효과와 맞먹는 수치다. 효율성 높은 정책 아닌가. 취업이 많아지면 주간보호서비스에 드는 비용도 자연스레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발달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지역사회 중심의 새로운 주거 모델 개발도 꼭 필요하다. 시설을 지어 장애 유형과 정도에 대한 구별 없이 일괄적으로 생활하도록 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지역사회 안에서 발달장애인의 유형과 장애 정도에 맞는 새로운 주거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 하는 주거공유방식도 적극 검토돼야 하고, 유형에 따라 1인홈, 2인홈, 4인홈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고양시와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 견해가 좁혀진 부분이 있나.

 : 시와 최소한의 기초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핵심요구사항인 주간활동서비스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다만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업서비스와 주거서비스 역시 경기도와 보조를 맞춰 개선 방향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윤종술 회장이 직접 면담에 나서면서 논의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윤 : 그동안 담당 공무원들이 핵심 요구사항의 절실한 필요성에 대해 인식이 부족했는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회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으로 인해 사안의 중요성을 정확히 인식하게 된 것 같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국가 도움이 없으면 24시간 부모가 같이 지내야 하는 현실적 고통이 대단히 크다. 고양시가 발달장애인 정책 개선의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싶다.

일반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할 것 같다.

 :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무래도 피상적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번 시위를 통해 비록 소수라도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왜 저렇게 강하게 생존권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한번쯤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면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들이 분명 열릴 것이다.

고양시와 대화를 하며 느낀 점은.

 : 다행히 공직사회가 많이 바뀌고 있다. 특히 고양시의 대응 방식이 타 지자체에 비해 성숙돼 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장기투쟁을 물리적 방법으로 저지하는 식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극한 대립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다. 담당자 외 다른 공무원들도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힘겨운 현실에 대해 적잖은 공감을 표해줬다. 이들이 먼저 인식을 바꾸면 사회 인식이 바뀌고 제도가 바뀐다. 적극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분명 가시적 성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 투쟁 초기의 불편했던 고비들을 잘 넘기고 대화의 창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이해의 폭은 확실히 넓어졌지만, 우리들의 제안이 합리적으로 수용될 때까지는 투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보다 많은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끝까지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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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부모연대 고양지회는 지난달 24일부터 고양시청 로비에서 농성을 진행하며 ‘발달장애인 정책 8대 요구안’을 시에 제출했다. 요구안의 내용은 ▲Day 서비스 이용 발달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 추가 시간 제공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설치․운영 ▲현장 중심의 발달장애인 직업 지원 체계 도입 ▲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주거 모델 개발 및 시범 사업 운영 ▲발달장애인 재활 및 의료 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및 권익옹호 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을 위한 행정지원 체계 구축 ▲발달장애인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정책 제안 등이다.

고양시는 전체 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은 지자체다. 일반 지자체가 5%에서 7% 내외인 데 비해 고양시는 10%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고양시에서 발달장애인 정책의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져 전국 발달장애인 인권 개선의 이정표를 세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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