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적 글쓰기를 하는 권영준(62년생)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불의 폭우가 쏟아진다' 를 천년의 시작에서 펴냈다. 권영준의 첫 시집 「박물관을 지나가다」가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반면 그의 두 번째 시집은 가시적 현실계에 대한 관심보다는 '죽음' 과 통정하는 삶의 시간을 많이 보여준다.
시인은 자신의 생을 '한없이 누추한 지상의 시간들' 이라고 고백한다. 또한 별책 부록으로서의 생을 분질러 버리는 과감한 선택이 차갑게 식어있는 '생의 윗목'을 데우는 일임을 시인은 '마흔' 에 이르러 깨닫는다. 스스로의 생을 분질러 다시 태어나야 하는 나이에 시인은 이른 것이라 엄경희 문학평론가는 말했다. 또한 권시인이 그려내고 있는 죽음은 아름다움으로 대상화한다.

꽃나무의 나라에서는
꽃이 지기 전 날
조등을 내건다

봄밤
문상 온 나

화사한 시포(屍布)에 싸여
등을 활짝 켜놓은
목련 꽃잎

소멸이 환하다
「아름다운 문상」 전문

흥신선 시인, 동국대 교수는 권영준 시의 이미지들은 과격하고 때로는 기괴돌올하다. 그의 상상력 속에서는 화사한 목련꽃이 시포에 싸여 있기도 하고 인간의 늙은 몸은 미라꽃으로 피어난다. 사물들에 대한 일반적 통념을 뒤엎고 극단의 이질적 요소들이 혼합된, 그래서 왜곡과 과장이 심한 이 이미지들은 우리 시의 그로테스크의 미학이라고 부를 만하다. 권영준의 유니크한 시적 개성은 바로 이 같은 시의 몸을 만들어가는 데서 온다고 했다
권영준 시인은 홍익대 대학원 졸업. 98년 '현대시' 등단. <시산맥> <현대시회> 동인 인천 학익여고 교사다.
<안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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