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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잘 ‘놀게’ 만드는 것이 가장 멋진 예술”<인터뷰> 김기승 원마운트 예술감독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7.08.10 20:17
  • 호수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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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작 ‘난타’ 탄생의 숨은 주인공
연기·연출·그림 등 다채로운 장르 활약
원마운트에서 놀이와 창작 결합 모색

 

원마운트에서 놀이와 창작의 행복한 결합을 모색하고 있는 김기승 예술감독.

[고양신문] 김기승 원마운트 예술감독을 만나기 위해 작업실로 들어서자 손바닥보다 작은 나무판을 캔버스 삼아 그린 그림들이 가득하다. 사람, 동물, 꽃, 사물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는 그림을 한 달 동안 자그마치 2000여 점이나 그렸다고 한다. 작품 제목은 ‘스토리 오브 원마운트’다. 원마운트가 보여주는 수많은 표정들이 그림 하나하나에 담긴 듯했다. 놀라운 창작의 열정을 이어가고 있는 김 감독은 연기와 무대 연출, 콘서트 기획 등 문화예술계 다방면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긴 멀티플레이어 아티스트다. 가장 대표적인 경력은 송승환 대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넌버벌 타악 연극 ‘난타’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김기승 감독의 예술혼이 고양을 대표하는 도심형 테마파크 원마운트와 만나 어떤 무늬를 그려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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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1970년대 후반, 스무살 나이에 연극을 만났다. 시국이 어수선한 시절이었는데 젊은이들이 무대에서 울분과 열정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멋진 신세계가 있구나, 싶었다. 처음 찾아간 곳이 신촌의 ‘극단 76극장’이었는데 기국서·기주봉 형제를 중심으로, 송승환, 박영규 등 지금은 다들 내로라하는 대가로 성장한 선배들이 포진해 있었다. 76극장의 특징은 연극인 외에도 국악하는 김영동, 록 음악하는 김수철, 행위예술가 박찬승, 영화감독 장선우, 판토마임 김성구·유진규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든 문화 아지트였다.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마다하지 않으며 소위 ‘신촌의 무서운 아이들’로 불리던 풋내기들이 80년대 각각 자신의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영향을 주고받았다. 연기자로서 1988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리틀 말콤’을 비롯해 수십 편의 연극 무대에 섰다. 영화에도 몇 편 출연하고.

연출과 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관심이 확장됐다.

이것 저것 호기심이 많다 보니 점차 기획과 연출에도 열정을 쏟게 됐다. 이승환, 이문세, 조하문 등 대중가수들의 콘서트도 다수 만들었다. 한 우물을 파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돌아보면 관심과 상상력이 이끄는 대로 다양한 분야를 체험해서 행복했다. 그러다보니 소위 언더그라운드와 메이저 장르를 넘나들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술성과 대중성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좋은 작품은 누군가가 알아봐 줄 뿐이다.

환 퍼포먼스 송승환 대표와 함께 『난타』를 탄생시킨 이야기를 들려 달라.

1997년 호형호제하는 송승환 대표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유행하는 넌버벌 공연을 우리도 한번 해 보자고 제안을 했다. 함께 미국으로 날아가 스텀프, 탭덕스 등 넌버벌 공연을 섭렵하며 문화 쇼크를 받았다. 그 길로 함께 이야기를 개발하고 무대를 짰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비록 넌버벌 연극이지만 이야기가 있는 작품으로 가기로 했다. 배경을 주방으로 설정하고, 사물놀이 장단과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며 살을 붙였다. 하지만 제작사 전작들의 흥행이 실패하며 난타 역시 위기에 몰렸는데, 다행히 호암아트홀과 공동제작하는 방식으로 첫 무대를 올릴 수 있었다. 뚜껑을 열자마자 관객들이 밀려들었다.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초기엔 매회 공연이 끝날 때마다 동선을 바꾸며 작품을 다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이 2년 전 누적 관객 1000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를 기념하며 ‘난타 백서’의 총 편집을 맡았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무대 공연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자부심이랄까.
 

김기승 감독이 기획한 '남자 충동'으로 제3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1998년). 사진 왼쪽부터 배우 황정민, 배우 안석환, 김기승 예술감독, 극단대표 유인촌, 연출가 조광화, 배우 최민식.
'난타' 1000만 관객 돌파 기념 리셉션(2015년). 사진 왼쪽부터 배우 장석현, 배우 서추자, 안무가 강옥순, PMC프로덕션 송승환 회장, 김기승 예술감독, 기획자 김병익, 작곡가 이동준, 배우 류승룡.

 
최근에는 화가로서의 활동이 활발하다.

2000년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그곳에서 평소부터 꿈꿨던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2003년 첫 개인전을 열었는데 주변에서 내 그림을 호평해줬다. 수묵, 아크릴, 펜, 초크 등 장르와 도구를 가리지 않고 그렸다. 지금까지 5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림을 그리게 된 데는 회화를 전공한 후 전업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아내 김선경(화가명은 키마노)의 영향도 컸다. 이화여대 미대를 다니며 연극반 활동을 한 아내가 극단 76극장의 작품을 돕다가 만났다. 재작년에는 아내와 함께 2인전을 열기도 했다. 캐나다에서 돌아와 다시 저술 등 다양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제5회 개인전 'CHIMI-the flight' 전시장을 찾은 배우 유준상과 함께(2011년).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다면.

오래 전 가수 강수지씨와 함께 ‘흩어진 나날들’이라는 곡을 들고 동경가요제에 참가했다. 당시 김완선 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는 햇병아리 작곡가 윤상이 만든 곡이었다. 그런데 가요제 측에서 오케스트라 반주 편곡이 필요하다고 해서 당시 일본에 계시던 길옥윤 선생을 찾아갔다. 편곡을 흔쾌히 허락해 준 길옥윤 선생과 단 둘이 저녁 때 선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게 됐는데, 그 분이 “윤상이라는 친구의 노래를 보니, 작곡 이론이랑은 하나도 안 맞는 곡인데 들어보니 참 좋다”면서 극찬을 하셨다. 길옥윤이 누구인가. 패티김과 혜은이를 길러낸,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최고의 작곡가로 대접받는 대가가 무명 신인의 곡을 진지하게 평가하고 칭찬하는 것에 쇼크를 받았다. 그 분이 던진 ‘예술의 핵심이 이론인가 가슴인가’라는 질문을 꽤 오랫동안 화두처럼 곱씹기도 했다. 그날 길 선생의 모습이 나이를 먹으며 점점 더 새롭게 새겨진다. 나이듦의 지혜랄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말하는 건가.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며 눈은 점점 침침해지고 귀는 어두워지고 말도 조리있게 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나는 노화를 제3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먹은 이가 모든 것을 잘 보고 듣고 말하면 주변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부담스럽겠나. 적당히 어눌해지고 적당히 무뎌지는 것, 나이듦은 그런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 아닐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치는 안티에이징은 피곤하다. 나이가 주는 의미에 순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내 순응과 성장을 원마운트에서 이루고 싶다. 조금은 어눌하고 느릿한 자세로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원마운트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처음 원마운트에 예술감독으로 오면서 원마운트의 변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챙기는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그걸 잊고 변화를 추구하면 망가진다. 원마운트의 모토는 ‘지상 최고의 놀이터’다. ‘놀이’라는 게 만만한 말이 아니다. 예술의 근원이 바로 놀이다. 놀이는 인간 성장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렇게 본다면 원마운트의 지향점은 정말 대단한 거다. 아울러 내가 할 역할도 저절로 성립된다. 과거 경력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들을 어떻게 하면 잘 놀게 하는가가 바로 내가 고민해야 할 질문이자 과제다.

놀이와 창의력을 결합하기에 원마운트는 매력적인 장소인가.

인간은 누구나 위안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어떤 예술은 강요하고 군림하기도 한다. 원마운트가 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일이다. 현재 원마운트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규모는 작아도 체험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즐거워하는지를 늘 고민하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원마운트의 가장 큰 자산이다. 누군가를 잘 놀게 만드는 것이 가장 멋진 예술이라 생각한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그림 ‘스토리 오브 원마운트’ 작업을 하면서도 원마운트를 찾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한 웃음을 찾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기승 예술감독이 원마운트 지하 1층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자신의 미술작품 '스토리 오브 원마운트' 앞에 섰다.

'스토리 오브 원마운트'는 원마운트를 찾는 이들의 다양한 일상과 즐거움을 2000여 장의 나무 패널 위에 그려 넣은 연작이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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