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황선미, 한양문고에서 독자들과 만나

12일 한양문고에서 '작가와의 만남' 이후 사인중인 황선미 작가.


[고양신문]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 작가가 올해 6월 출간한 그림책 『칠성이』를 들고 지난 12일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책에서 황 작가는 싸움소 칠성이와 주인 황 영감을 통해 동물과 인간 사이의 사랑과 신뢰, 나아가 ‘나는 어디에 서 있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50여 명의 청중들이 함께 한 이날 강연에는 청소년문화공동체 ‘더불어꿈’의 어린이기자단이 참석해 작가에게 다양한 질문을 했다.

 

한양문고에서 그림책 '칠성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황선미 작가.

『칠성이』라는 작품을 쓰게 된 배경과 준비 과정은.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소싸움 장면을 보고 2011년부터 소싸움이 벌어지는 곳을 찾아가 취재를 시작해 6년 만에 단편소설을 완성했다. 싸움소의 주인 ‘우주’는 이겨도 큰돈을 벌지는 못하는 소싸움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소도 싸움을 하는 동안 온몸으로 자신 앞에 있는 것과 머리를 맞댄다. 간혹 소싸움을 보고 사람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기도 하는데,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온몸으로 정직하게 일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다.

칠성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주인공 칠성이는 칡넝쿨이 늘어진 것 같은 얼룩무늬를 지녀 칡소라 불리는 토종소다. 실제 칡소를 모델로 삼아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엮어서 작품을 만들었다. 칠성이는 도살장에서 죽을 운명이었는데 황 영감을 만나 싸움소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칠성이가 황 영감과 한 몸인 것처럼, 싸움소이지만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책에 나오는 ‘멈추어야 할 때를 알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칠성이는 싸움 상대 소인 태백산이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깊은 상처를 냈다. 어떠한 일에나 상대방과 약속을 하고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도덕성이 있다. 특히 시합을 할 때는 당당하게 해야 한다. 싸움소의 경우 도망가는 소를 쫓아가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칠성이는 어리고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젊은 힘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이다. 싸움을 하더라도 성숙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경기의 룰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황선미 작가에게 질문을 하는 초등학교 어린이기자단원의 모습


작품을 끝내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

최근에 지병이 있었는데 원고를 끝내고 나니 몸이 좋아졌다. 스트레스가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작품을 끝내면 무조건 영화를 보러 간다. 머릿속에 빨리 다른 것을 집어넣어야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2편을 연속해서 보기도 한다.

작가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재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일을 못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내가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게 힘들고 지치고 후회될 때도 있지만 문학은 내 삶이자 직업으로서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있어’라는 생각이 들 때 만족감을 느낀다. 건강한 개인으로 살고 있어야 사회적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왜 작가가 되고 싶었나.

초등학생 때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이렇게 좋은 재미있는 게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끝없이 시도를 하고 칭찬받기 위해 노력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게 된 계기나 마음이 중요하다. 그래야 실패도 하고 포기도 하고 재도전도 한다. 앞으로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는 아직 모른다. 작가는 세상이 계속 궁금해야 한다. 궁금한 것이 없어지면 재미도 없고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어지지 않을 것 같다.
 

황선미 작가의 강연을 듣고 있는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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