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영화제 ‘열린 강좌, 다큐’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4회 진행
참가자에게 영화제 ID카드 증정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들이 22일 진행된 '열린 강좌, 다큐' 첫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고양신문] DMZ국제다큐영화제와 고양영상미디어센터가 손을 잡고 마련한 ‘열린 강좌 다큐’가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극영화에 비해 어렵고 지루하다고 느끼는 다큐멘터리를 일상 소재와 인문학을 결합해 쉽고 흥미롭게 해석해보는 강좌다.

지난 22일 고양영상미디어센터 어울림영화관에서 열린 첫 강좌에서 강사로 초청된 조진화 영화나눔협동조합 시네쿱 이사장(DMZ국제다큐영화제 집행위원·심사위원)은 ‘일상이 어떻게 다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조 이사장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매 순간 내가 인생의 다큐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좀 더 진정성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하며 청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는 전개가 빠른 영화를 연상시키는 달변으로 다큐의 역사와 의미를 폭넓게 짚어줬다.

강좌는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부터 총 4회로 진행된다. 29일 2차 강연에는 『행복한 고통』의 저자 김기중이 암 투병 환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이라는 영화를 참고로 ‘삶을 바라보는 또 다른 자세’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이어 다음달 5일에는 『여자의 탄생』의 저자이자 대표적인 페미니즘 이론가인 나임윤경 연세대 교수가 ‘어떤 둘째’라는 영화를 참고자료로 선택해 ‘제대로 엄마노릇하기’라는 주제로 흥미로운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마지막 강의가 열리는 12일에는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가 영화 ‘남아있는 나날’을 참고자료 삼아 ‘나이듦에 관하여’라는 강의를 들려준다.

강좌는 다큐멘터리나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며,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홈페이지(www.gymc.or.kr)에서 수강 신청을 하면 된다. 강연에 참석한 이들에게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ID 카드를 무료로 증정한다. 문의 031-814-8166

김기중 작가가 진행하는 2차 강연의 참고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
나임윤경 교수가 진행하는 3차 강연의 참고 영화 '어떤 둘째'.
김영옥 대표가 진행하는 4차 강연의 참고 영화 '남아있는 나날'.

--------------------------------------------------

 

“개인의 일상이 의미 있는 다큐가 되려면”

- 조진화 시네쿱 이사장 강의 요약
 

22일 고양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강좌, 다큐’ 강연을 마친 영화나눔협동조합 씨네쿱 조진화 이사장


다큐와 일반 영화는 뭐가 다를까? 다큐는 의도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음악이나 음향, 클로즈업 앵글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개 전체 모습이 모두 나오도록 풀숏을 많이 사용한다. 덕분에 객관성과 관조성을 얻는다.

반면 일반 영화는 철저하게 감독의 생각에 따라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한국 전쟁을 다룬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은 6·25 전쟁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객관적으로 그렸다. 이에 반해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적재적소에 음악을 배치하고 잘 생긴 배우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등 관객들의 감흥을 불러일으켜 눈물을 흘리게 한다. 하지만 극영화의 경우 현실은 그대로라는 문제가 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나 사물을 가공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다큐 정신이다. 그렇다면 다큐는 가공되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까? 그렇지만은 않다. 다큐 역시 감독의 의도와 시각에 따라 현실을 재가공해 담아낸다. 같은 현실을 찍더라도 감독의 시선과 편집에 따라 다른 느낌의 영화가 나온다.

영화의 초기 역사를 연 작품들

1896년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단편 영화들을 모아 최초로 돈을 받고 관객들에게 틀어줬다. 카메라를 고정시킨 상태로 찍은 ‘공장을 나오는 사람들’은 일을 끝내고 공장을 나오는 사람들의 일상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다큐의 출발점이 됐다. 또 다른 상영작 ‘열차의 도착’이 상영됐을 때 관객들이 도망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열차가 실제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놀라움과 공포감을 줬던 것이다.

‘기록영화, 다큐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그리어슨이 1922년에 제작한 ‘북극의 나누크’도 중요한 작품이다. 에스키모의 이질적인 생활양식을 보여줌으로써 서구인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소개했다. 1929년 러시아의 지가 베르토프(본명 다비드 카우프만)가 만든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시각적으로 독특하다. 활기찬 러시아 공장 노동자들의 일상을 보여준 실험적인 영화로 감독은 화면을 해체하고 조작함으로써 영상적 트릭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개인적 관심사를 사회적 의미와 연결해야

현대 사회는 누구나 영상물 텍스트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매우 평등한 세상이 됐다. 초등학생부터 청소년, 실버 세대까지 누구나 원하는 영상을 직접 찍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상물이 의미 있는 다큐가 되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개인의 일상성이 타인의 피사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개인적인 관심사가 사회적인 의미를 품어내 새롭게 해석할 여지를 던져줘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영상을 통해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넓혀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개인의 일상이 의미 있는 다큐가 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