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 운동 나선 여균동 감독

“어느날 자다 일어나 보니 문화센터 짓는다는 거야. 그것도 거대어마한 것을. 시민과 문화인들이 참여하지 않는 문화센터는 100% 실패지.”

여균동 감독(45)이 일산문화센터를 고민했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대로 둘 수 없어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사고’를 치기로 하고 ‘문화도시 고양을 생각하는 예술가 모임(고생모)’을 만들었다.

처음엔 그저 “양복에 상투 틀어올린 이상한 건물이 하나 생기겠구나”하고 외면하려 했던 여감독이 7월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새 영화도 뒷전으로 미루고 뛰게 된 건 고양시를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가게 될 아이들 때문이었다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서울보다 싼 집값에 출퇴근 편리한 지역을 찾아 고양시에 왔고 여감독 자신도 그 중의 하나였다. 편리함이 사라지면 또다른 편리함을 찾아 떠나면 그만이지만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고양시에서 보낸 아이들에게 고양은 분명 고향이어야 한다는 것.

“고양시에서 오페라 못봐서 떠나는 게 아닌데. 문화센터의 내막을 들여다 보니 일단 너무 커. 큰 그릇에 호떡하나 달랑 담아먹을 수 없잖아. 결국 그러다 보면 상업 논리에 휘돌려 자본이 들어오게 되고 방송용 공연장으로나 활용되겠지. 그저 보는 문화, 먹는 문화만이 가능한 방송용 시설로 변질되는 것만은 막아야지.”

여감독은 고양시를 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어지는 문화센터라면 ‘움직이는 공간, 살아숨쉬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어떻게 가능할까. 고생모가 주장하는 것은 완료된 문화센터의 실시설계 일부를 바꾸고 좌석 몇 개 줄이고 늘리자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 마인드가 바뀌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일산 문화센터를 계기로 고양시를 문화도시로 만드는 문제를 고민해보자 이거다. 거기서부터 시민, 문화인들과 함께 의논해보자. 일산문화센터는 일단 스톱시켜놓고 백지상태에서 기본적인 고민을 같이 해보자. 시민과의 연대가 어려운 말이란 거 안다. 그래서 의미있는 일이다.”

‘문화 아젠다’ ‘문화적 동의구조’를 만드는 모범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어렵겠지만 그래서 해볼만한 일이라고 여감독은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의 200여개 문화센터가 계획 중이고 그중 이미 100여개가 지어지고 있다고 한다. 다들 상황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고양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일은 다른 지역의 모범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나설 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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