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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집 소유자와 세입자 간의 벽, 정책적으로 허문다일산신도시를 통해본 아파트 정책 진단과 미래 전망
  • 이병우·유경종 기자
  • 승인 2017.09.05 11:01
  • 호수 1334
  • 댓글 1

일산신도시를 통해본 아파트 정책 진단과 미래 전망

①아파트의 역사와 문제점, 그리고 일산신도시의 탄생
②일신신도시 아파트 정책 평가
③떠오르는 대안, 사회주택의 국내현황
④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1
⑤사회주택의 선진국 - 오스트리아에서 배우다2
⑥일산신도시를 통해본 한국 주택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집권당인 사민당, 사회주택 번영에 큰 역할
월세 상승률 제한 등 세입자중심 정책 펼쳐
비엔나시가 주택시장을 조정·통제

[고양신문] 오스트리아에서는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가던 1918년부터 1934년까지가 ‘붉은 비엔나’의 시기로 불렸다. 이 시기부터 사회주의자들이 의회에 다수당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지금 오스트리아의 제1당인 사회민주당으로 발전한다. 

사회민주당은 세입자를 보호하고 월세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를 두고 노동자들에게 대규모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주택을 지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의 사회주택 정착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주택을 사적 이익 수단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사회주택이 달갑지 않았고 이들은 사회주택을 반대했다. 이러한 갈등은 급기야 유혈사태를 불러왔고 그 이후에야 주택이 ‘공적 영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사회주택이 정착되던 초기부터 ‘세입자보호야말로 사적 자본주의에 반하는 가장 큰 투쟁’이라고 말할 정도의 사회분위기가 조성됐다. 사민당은 주택정책을 비롯한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실시했고 노동자들은 사민당의 가장 든든한 지지세력이 되어왔다. 오스트리아의 사회주택 확산은 이러한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호에는 네덜란드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사회주택이 번성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사회주택 현황을 살펴보고 사회주택이 사회적으로환영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은 어떤지 알아본다.

비엔나시 주택형태 중에서 사회주택 비율은 약 45%에 이른다. 건설비 약 3분의 1의 진흥기금 지원에 의해 지어지고 이로 인해 월세 부담이 적기 때문에 사회주택은 시장에서도 수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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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중립국 오스트리아 비엔나 월세의 상당부분이 공공임대주택인 사회주택이다. 오스트리아에서 1920년대부터 짓기 시작한 사회주택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토지주택공사 격인 비엔나시 산하의 공사가 짓는 사회주택인 게마인데 보눙(gemeinde Wohnung)과 민간 시행사가 시에서 제공하는 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짓는 게표르데테 보눙(geforderte Wohnung)으로 나뉜다. 이 둘을 합친 비엔나시의 사회주택 비율은 45%에 이른다. 전체가구의 나머지 33%는 사회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월세를 내는 주택에 산다. 비엔나 가정의 78%가 월세로 사는 셈이다. 비엔나시에서 자가 비율은 18%대에 머물고 있다.

건축비의 3분 1, 시에서 진흥기금 지원
1990년대 들어와서는 비엔나시가 진흥기금을 제공해 지원하는 방식인 게표르데테 보눙(geforderte Wohnung, 이하 진흥기금 사회주택)이 게마인데 보눙(gemeinde Wohnung)보다 월등히 많아졌다. 공사가 짓는 사회주택은 현재 비엔나시에서 2~3개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진흥기금 사회주택의 경우, 비엔나시가 융자형태로 민간 시행사에 제공하는 진흥기금의 규모는 각 건축비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비엔나시는 또한 진흥기금 사회주택 분양권의 3분의 1을 가지고 나머지 3분의 2에 대한 분양권은 민간 시행사가 가진다. 민간 시행사가 3분의 2에 대한 분양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도 시에서 규정한 각종 분양에 관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대부분의 진흥기금 사회주택의 분양권은 민간시행사와 비엔나시가 나눠가지고 관리는 비엔나시가 맡아서 한다.

진흥기금 사회주택을 지으려면 우선 민간 시행사에서 설계한 사회주택이 공모에서 당선되어야 한다. 민간 시행사는 대부문 공모에 당선되기 위해서 뛰어난 주택 설계자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 또한 당선된 사회주택 설계가 진흥기금을 받으려면 비엔나 시의회의 동의가 얻어야 한다. 비엔나시 산하에는 사회주택 설계공모를 하고 공모작을 심사하며 진흥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인 본폰스(wohnfonds)를 두고 있다.

이렇게 비엔나시는 주택시장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하면서 주택을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비엔나에서 사회주택 관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 예아 아키텍츠(yeaarchitects)대표는 “진흥기금을 받은 주택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 왜냐하면 건축비가 적게 들어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를 부담해도 주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비엔나시가 진흥기금지원을 통해 시장까지 조정하는 기능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있는 칼 막스 호프. 사회주택의 상징적 건물로 칼 엔(Karl Ehn)이 설계해 1930년에 완공한 칼 막스 호프는 길이가 1100m에 이르며 현재에도 1382세대가 거주한다. 초기에는 비엔나에 몰려든 노동자들의 대규모 주거공간으로 활용됐으며 지금도 비엔나 시민들이 주거하고 있다

‘마치 내 집처럼’ 2세에게 양도 가능
비엔나의 사회주택은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형태지만 입주하는 임차인들의 거주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19년째 비엔나시의 동일한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우로세비치씨는 ““집을 내가 소유한 것처럼 여기면서 살고 있고 자녀가 원한다면 자녀에게 집을 양도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비엔나시는 정책적으로 사회주택의 월세상승률에 대한 제한을 두기 때문에 임차인이 오래 머물수록 실질적인 월세는 동일하거나 오히려 낮아진다. 팔 수는 없지만 월세를 내는 한 자기집처럼 이용할 수 있고 자녀에게 양도까지 할 수 있다. 비엔나시에서 19년째 동일한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우로세비치 네나트 니키(Urosevic Nenad Niki)씨는 “조용한 곳인데다가 주위에 도나우강이 흐르기 때문에 살기에 편안하다”며 “집을 내가 소유한 것처럼 여기면서 살고 있고 자녀가 원한다면 자녀에게 집을 양도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로세비치씨가 살고 있는, 5~8층으로 이뤄진 약 200세대 규모의 사회주택 관리 업무는 비엔나시가 임명하는 하우스마이스터(Hausemeister)가 맡는데 원래 4명이었다. 이 4명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 명이 바로 우로세비치씨의 아내다. 아내는 하루에 2시간만 일하지만 우로세비치씨 본인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우로세비치씨는 현재 75㎡ 규모의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데 700유로(환화 약 94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하지만 아내가 하우스마이스터로 일하기 때문에 월세 혜택을 받고 있다.

24년째 비엔나시의 동일한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유재철(65세)씨는 “계약서를 빼고 나면 마치 내집 같다”며 사회주택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93년부터 24년째 비엔나시의 70㎡ 규모의 사회주택에 살고 있는 유재철(65세)씨는 “월세를 내게하는 계약서만 빼고 나면 마치 내집처럼 살고 있다”며 “내가 처음 1993년에 이 집에 들어올 때 110유로의 월세를 냈는데 지금은 3배 정도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한국에서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다가 유럽으로 이주한 유씨가 살고 있는 사회주택은 1932년에 만들어진 집이다. 유씨는 아내 박혜옥(62세)씨와 아들과 함께 이곳 사회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비엔나의 사회주택은 1920년대부터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비엔나 시민들이 살고 있는 사회주택의 상당수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가 단열과 난방공사를 해 거주 환경이 좋아지면 늘어난 공사 비용을 월세에 포함시켜 충당한다. 유씨는 “윗집에서 물이새 아래층으로 내려온 것 외에는 단 한번도 시에서 이 집과 관련해 간섭을 하지 않았다”며 “내가 살고 있는 80년된 집이지만 워낙 튼튼하게 지어서 별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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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여러 형태 주택, 의도적 혼합… 사회통합 실현 꾀해


비엔나 현지에서 이병훈 예아 아키텍츠(yea-architects) 대표<사진>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 대표는 1997년부터 비엔나에 거주해 국립 비엔나 공과대 건축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비엔나에서 건축관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젊은 건축’을 지원하는 아키텍투어 인 프로그래스(Architektur in Prograss)의 운영위원이면서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건축연대를 꾀하는 단체인 예 아키텍츠(Yea Architeks()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병훈 대표에게 비엔나 사회주택 전반에 대해 물어봤다.

-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진행되는 사회주택에서 진흥기금 아파트와 공사가 짓는 아파트의 비율은 어떠한가.
현재 비엔나 대부분의 사회주택은 진흥기금에 의해 지어지는 사회주택이다. 시로부터 지원받는 진흥기금은 이자율이나 상환기간에 있어 일반은행보다 부담이 적기 때문에 민간 시행자들이 선호한다. 시가 진흥기금에 대한 상환기간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춤으로써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측면이 있다. 건축비가 적게 들어가니 사회주택 임차인들은 저렴한 입주비나 월세를 내고 살 수 있다. 반면 시산하의 공사가 짓는 사회주택 아파트는 1990년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 비엔나에는 사회주택과 관련해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은 무엇이 있는가.
크게 3개로 볼 수 있다. 사회주택을 짓는 비엔나시 산하의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있다. 비너 보넨(Wiener Wohnen)이라고 한다. 또한 민간 시행사가 사회주택을 설계한 작품을 공모해 심사·선정하면서 또한 진흥기금을 운영하는 기관인 본폰스(wohnfonds)가 있다. 본폰스는 도시재생과 관련한 정책을 실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주택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할지 연구하는 본바우포어슝(Wohnbauforschung)이라는 연구기관도 있다. 이 3개 기관이 비엔나 사회주택을 지탱하는 기관들이다.

- 사회주택 설계 공모작을 선정는 기준은.
지금 짓고 있는 사회주택은 거의 진흥기금 지원을 받은 사회주택이다. 보통 500세대 이상의 사회주택을 지을 때는 현상설계 공모를 통한다. 본폰스(wohnfonds)가 민간 시행사가 공모한 현상설계를 심사하는 기준은 크게 4가지다. 비용 대비 주택의 질을 보는 경제성, 친환경성, 효율과 미적 측면을 보는 건축성,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본다.

- 최근 사회주택의 트렌드는 어떠한가.
최근 연구기관인 본바우  포오슝(Wohnbauforschung)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 보눙(Smart Wohnung)’이다. 스마트 보눙의 한 예로, 비엔나 각 가정의 수입과 주거비용을 전수조사해서 평균수입과 평균 거주면적을 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주택의 크기와 비용을 설정한다. 말하자면 적극적인 주거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한 단지 안에 진흥기금으로 지어진 주택과 그렇지 않은 않은 주택을 정책적으로 섞어놓는다. 또한 한 단지 안에 평수와 월세의 수준도 섞어놓는다. 또한 한 건물 안에 각기 다른 평수와 월세의 수군도 섞어놓는다. 사회통합이라는 가치관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시 차원에서 다양한 수준의 가정을 섞어놓는다. 또한 코하우징 형태로 각 가정의 주거공간 외에 공동시설, 이를테면 체육시설, 세탁시설, 공동텃밭, 공연장 등을 단지 내 각 가정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병우·유경종 기자  woo@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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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산동구 2017-09-10 00:12:56

    지금 여당인 더민주와 문재인 정부가 하려는 온건정책들도 좌파적이다, 북한식이다 라며 개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스트리아 사민당 정책을 도입하면 아마 소요사태 날겁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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