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 귀가쫑긋 강연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싸인 중인 서민 교수.


[고양신문]  지난 1일 고양의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기생충 박사 서민 단국대 교수가 기생충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강의실을 꽉 채운 참석자들은 개그 프로를 보는 듯 강연 내내 웃음을 터트리며 기생충에 대한 편견이 깰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 『서민적 글쓰기』 등 다수의 책을 쓴 서 교수는 방송과 저술활동을 통해 기생충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기생충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강의 내용을 요약한다.

--------------------

우리나라에서 기생충이 백해무익한 존재로 인식됐던 건 외모에서 비롯된 선입견 탓이다. 잘 생긴 영화배우들은 악역을 맡아도 ‘외모의 힘’에 의해 멋있어 보인다. 나 같이 못생긴 사람이 그런 역할을 하면 패륜으로 몰릴 수 있다. 내가 기생충에 끌린 이유는 기생충이 의외로 사람들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과 나처럼 외모 때문에 탄압을 받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기생충에 대한 편견

기생충은 빈둥빈둥댄다, 사람들을 괴롭힌다, 백해무익하다 등 여러 가지 편견이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생충은 그저 조용히 인간의 몸속에서 살고 있을 뿐이며, 백해무익하지도 않다. 실제로 기생충이 없어진 후부터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천식의 원인을 찾아 헤맸던 ‘스트라칸 연구’에 따르면, 형제가 많으면 그 중 한명은 더럽고, 그 가정의 아이들은 천식이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기생충이 많을수록 면역질환이 없다는 의미다. 소화기관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씨병’의 경우 우리 몸에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기생충을 이용해 면역질환을 치료하거나 이식된 신장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를 한다면 인류에게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기생충에 대한 혐오가 이런 연구마저 가로막고 있어 안타깝다.

 

서민 교수의 기생충 강의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

기생충은 머리가 나쁘지 않다

뇌가 없어 머리가 나쁠 것 같지만, 기생충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생존을 위한 탁월한 전략가이기도 하다. 곤충의 기생충인 연가시는 물속에서만 짝짓기가 가능하다. 연가시는 곤충의 뇌에 목이 마르게 하는 단백질이 분비되게 조정해 곤충이 물에 뛰어 들게 만든다. 지금도 맑은 물에 가면 연가시가 있다.

연가시뿐만 아니라 일본의 ‘기생수’나, 미국의 ‘더 베이’라는 영화 등에서 기생충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아이들도 기생충을 무서워하게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에게 ‘기생충 같은 녀석’이라는 욕까지 한다. 과거에 회충이나 편충 같은 유해한 기생충이 만연했을 때는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했고 미워해도 됐다. 하지만 현재는 아니다.

기생충 보다 ‘기생충 망상증’이 더 위험

1971년 기생충의 양성률은 84.3%였지만 2012년에는 2.6%로 현저히 줄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기생충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해서 미리 구충제를 먹을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내 몸 안에 기생충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생충 망상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 “많이 먹고 빨리 배가 고파요. 기생충 때문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할 정도다. 기생충 때문이 아니라 성장기라서 그런 것이다.

염려증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몸에 기생충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집을 떠나서 여관에서 산다거나 피부를 자꾸 뜯어서 저에게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자기 몸속에 기생충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기생충이 아니라고 말을 해도 반복적으로 약을 달라는 경우가 많아 대처하기 힘들다. 이들은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요즈음은 기생충에 의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희박하고 만약 걸렸다 하더라도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큰 해를 끼치는 것들이 많지 않으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것 때문에 우리의 삶을 침해받을 필요가 없다.

기생충의 전략과 상상력 배우자

사람에게 기생충이 제일 살기 좋은 곳은 십이지장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강남과 같은 곳인데, 만약 다른 기생충이 이미 이곳에 살고 있으면 싸우지 않고, 욕심 없이 다른 곳에서 산다. 또한 맨 윗부분에 있는 기생충은 먹이를 하나만 먹고 밑으로 흘려보내 아래에 있는 기생충도 먹고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기생충을 미워하면 기생충이 억울하다. 사람들은 괜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게 된다. 또한 기생충을 이용한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으며, 아이들은 과학을 멀리하게 된다.

무조건 기생충을 미워하지 말고 기생충의 전략과 상상력을 배우자. 지금까지 기생충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생해왔다. 현재의 환경과 위생상 기생충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착한 기생충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기생충을 미워하지 말자'는  결론을 들려주고 있는 서민 교수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