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녘지역아동센터 최성복 센터장

백석동에서 15년째 정서적 돌봄 펼쳐
졸업생들 찾아와 동생들 위해 봉사
지역아동센터 미래 모색하는 세미나 개최


 

동녘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 왼쪽부터)장혜연 초등전담복지사, 윤유정 운영위원, 이재순 장애통합교사, 조영순 돌봄교사, 최성복 센터장, 김애진 청소년전담복지사.


[고양신문] 고양시 백석동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동·청소년들과 함께하며 든든한 둥지로 자리매김한 동녘지역아동센터(이하 동녘센터)가 어느덧 활동 15년을 맞았다. 이용자들은 물론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선순환 공동체로 이어주는 소중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동녘센터를 이끌고 있는 최성복 센터장을 만나봤다.

■ 동녘지역아동센터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2002년 백석동에서 작은 도서관을 시작했다. 백석동은 일산신도시에 속하지만, 임대아파트, 또는 단독블록 반지하에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은 동네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주민센터에서 소개받아 도서관 한쪽에 공부방을 차리고 방과 후 돌봄을 시작했다. 자연스레 엄마들도 모여 책을 읽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후 15년간 백석동을 기반으로 지역의 아동·청소년을 돌보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15년부터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 온’사업의 지원을 받고, 지난해 (사)해뜨는 자리를 설립해 운영 주체를 든든히 했다.

■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현재 동녘센터에서는 36명의 아동·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다. 사실 이곳을 찾는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절대적 빈곤에 처했다기보다는 정서적, 문화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겪는다. 때문에 단순한 학습보다는 학교에서 돌아와 홀로 방임되기 쉬운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울타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 동녘센터만의 특징은.

특정 연령대만 활동하는 센터들도 있지만, 동녘센터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 연령대가 함께 활동한다. 그러다보니 서로가 형과 동생이 돼 자연스레 유사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를 구성한다. 그래서 인원이 들고 나는 변동이 거의 없이 연속적 돌봄이 이뤄진다.

자발성도 동녘센터의 자랑이다. 행사를 꾸밀 때 청소년들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함께 놀면서 함께 꿈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학부모들의 신뢰도 든든하다. 맘 서포터즈, 졸업생 서포터즈, 실버 서포터즈가 활발히 운영되며 아이 한 명을 성장시키는데 센터와 지역과 가정이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좁업생 서포터즈 모임.


■ 보람은 무엇인가.

동녘에서 생활하다 졸업한 친구들이 다시 찾아와 캠프에 참여하기도 하고, 동생들을 위해 봉사를 펼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동녘센터가 하는 일이 가치 있고 시간의 흔적들이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동생들도 자연스럽게 나도 형들처럼 커야지, 생각하는 것 같다.

■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지역에서 크고 작은 마음을 보태주시는 분들이 많다. 한 건물에 있는 독서실을 비롯해 인근의 피아노학원, 영어학원 등에서 동녘센터 학생을 한두 명씩 받아주신다. 성당에서 개인 과외를 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

올림픽 스포츠센터도 참 감사하다. 동녘센터의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수영, 스쿼시 등 모든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셨다. 무엇보다도 시설을 이용할 때 낙인감 없이 당당하게 이용하도록 섬세하게 배려해 줘 모두가 고마워한다.

한 달에 한 번씩 간식을 사들고 동녘센터를 찾아오는 산타할머니(김영옥씨)도 꼭 소개하고 싶다. 산타할머니는 졸업과 입학 축하행사를 할 때마다 한 명 한 명 세뱃돈을 챙겨주시기도 한다. 산타할머니가 전해 준 세뱃돈은 아이들이 맘껏 쓸 수 있도록 절대 손대지 마시라고 부모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있다(웃음).

■ 최근 의미 있는 세미나를 열었다던데.

동녘센터 15년을 중간 결산하는 의미와 지역아동센터의 현주소를 점검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아 ‘법제화 이후 13년, 지역아동센터의 존재이유를 묻다’라는 주제로 서울에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을 모아놓고 세미나를 열었다.

이용자들과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선순환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동녘 모델’을 공유하고, 지역아동센터의 정책적 한계와 지혜로운 대응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동녘센터 졸업생과 이용자 학부모가 발표자로 나서 동녘센터의 경험을 진솔하게 소개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격려를 받았다. 전문 패널들은 바람직한 정책에 대한 소중한 의견을 나눴다. 지역아동센터가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출발의 계기를 마려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11월에는 국회의원과 자치단체 의원 등 정책 입안자들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포럼을 다시 한 번 개최할 계획이다.
 

졸업생들이 기획하고 진행한 2016년 체육대회.


■ 우리나라 지역아동센터의 현황은.

지역아동센터는 2004년 법제화를 통해 민간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현재 전국에 4107곳 센터에서 11만 명의 아동·청소년이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책과 지원은 13년째 제자리걸음이라 센터 대부분이 운영 예산을 늘 걱정하는 형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학교를 중심으로 한 초등돌봄사업에 비중을 두며 지역아동센터의 활동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종사자의 열정과 지역 공동체의 형성 등 지역아동센터는 공교육 영역이 감당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문재인 정부가 ‘보편적 아동 돌봄’을 천명하고 있어 정책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다문화 가정 자녀 4명을 돌보고 있는데, 그 중 한 어머니의 고향인 베트남을 이달 20일부터 닷새 동안 방문하기로 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 졸업생까지 29명이 함께 떠나는 ‘선순환 여행’이다. 현지 마을 사람들과 연계해 문화를 교류하고, 봉사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첫 해외여행을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무척 설렌다. 가능하면 아름다운 여행의 과정을 영상이나 사진, 글로 남기고 싶다.

■ 미래의 비전을 말해달라.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내 아이만 잘 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모든 아이가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사회적 돌봄의 안전망이 든든해졌으면 좋겠다. 동녘센터의 모토가 ‘아이처럼 꿈꾸고 좋은 어른이 되어갑니다’다. 아이들이 공평히 사랑받고 평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누리려면 지역사회의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

동녘센터만 보자면, 아쉽게도 아산나눔재단의 지원이 연말이면 끝난다. 안정된 운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고민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네트워크를 넓혀가며 돌봄 환경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 여건만 조성된다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하다.
 

지난 6월 열린 동녘지역아동센터 15주년 기념행사 모습. 많은 이들이 함께 하며 동녘의 발자취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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