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칼럼>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고양신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80%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요인으로 여론 조사 전문가들은 ‘적폐청산’과 ‘소통’을 꼽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은 아직까지는 ‘적폐청산’이나 ‘소통’이라는 단어와 걸맞지 않는다. 권력의 중앙집중을 청산할 의지도, 국민과 소통을 통해 지방분권을 완성하려는 청사진도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낙연 총리는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개헌안은 “다수 국민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헌을 통한 수도 이전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국민동의’를 핑계로 물타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방분권 측면에서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선 ‘척폐청산’은커녕 오히려 ‘폐습확대’를 꾀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선발 권한을 지방이 아닌 중앙에서 독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정당권력의 지방분권에 앞장서야할 여당이 오히려 공천권력의 중앙집중이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적폐를 더욱 공고히 하는 작태를 벌이고 있다.

여당만이 아니라 야당에서도 당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 모두 지방선거 공천권을 장악하려는 중앙당 내의 암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당 내부에서 정책이나 노선을 두고 벌이는 건강한 토론과 갈등이 아니라, 중앙당 당권을 장악해 내년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소모적인 세력싸움일 뿐이다. 

지방선거를 지방이 아닌 중앙에서 좌지우지하면서 중앙정치인들은 궁색한 논리를 내세운다.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당이 유능한 인재를 공천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중앙당 세력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장악하려는 것은 다음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기 위한 술책일 뿐이다. 중앙당에서 공천한 사람들이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그들은 보은의 표시로 혹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자신을 공천해준 국회의원의 충성스러운 지역 선거운동원이 된다. 이러한 중앙과 지방 간의 수직적 종속관계는 중앙정치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도 혼탁하게 만든 고질적 폐습이다.

중앙에서 결정한 후보자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하는 선거구조에서는 지역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유능함을 인정받은 인물이라 하더라도 중앙에서 낙점해주지 않으면 정당후보자가 될 수 없고, 그만큼 당선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러다 보니 주요 정당 모두 지역 근거 정당이지만, 정작 지역에는 정당조직이나 정당활동이 거의 전무한 모순이 수십 년째 지속되면서 한국 정치의 폐해를 누적시켜 왔다.

문재인 정부는 중앙당이 모든 권한을 갖고, 지역에는 정당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현재의 정당정치 구조를 ‘적폐청산’ 목록에 포함시켜야 한다. 나아가 지역단위 정당민주주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사용했던 국민경선제를 지방선거에도 도입해 지역단위 주민경선제를 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일 필요 없이, 자기 지역의 정당과 선거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국민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재정권의 상징인 정당권력의 중앙집중은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적폐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적폐를 외면한다면 지금의 높은 여론 지지도는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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