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3기 문충성 시인, 제주4·3항쟁 서사시 계획

[고양신문]제주도의 토속적 정한을 시로 읊어온 문충성(79세·사진) 시인이 최근 폐암 3기 판정을 받았지만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서사시를 준비하는 등 시혼을 놓지 않고 있다. 60년 가까운 세월을 제주도에서만 활동해오다 지난 2014년 고양시 주엽동으로 이사온 문 시인은 암 판정을 받은 이후 현재 일산백병원 10층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문 시인이 입원한 일산백병원은 그의 사위인 전경철 교수가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곳이다. 문 시인이 일산백병원을 선택한 것은 사위가 일하는 병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병원의 이혜란 교수가 암질환 치료에 뛰어나다는 말을 들어서였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를 감안해 수술도 방사선 치료도 하지 않고 항암치료만 받을 예정이다.

문 시인에 따르면 암세포는 폐 속에 7.5㎝크기로 자리잡았지만 다행히 전이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병을 거부하기보다 관조적으로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있다. “병과 싸운다는 투병이라는 말은 참 끔찍한 말이에요. 병과 싸우기보다는, 암세포도 살고 나도 살 수 있게, 서로 오래 만난 친구처럼 함께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문 시인은 시력 40년 동안 시 속에 부드러운 서정을 담아왔지만 시에 대한 열정만큼은 부드러움보다는 뭉쳐질대로 뭉쳐진 단단함이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만 11번째 펴내는 등 지난해 11월까지도 22번째 시집 『귀향』을 낸 것에서도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다. 문충성 시인은 앞으로 그가 열 살 무렵에 겪은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야심찬 대서사시를 써볼 생각을 내비쳤다.

“지금으로서는 언제 쓰기 시작해서 언제 끝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죽기 전에 써야죠. 시인으로서 살아있는 동안은 지금도 풀리지 않는 제주사람들의 한과 설움을 대서사시로 읊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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