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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동안 제주의 설움과 정한 읊을 것”폐암 3기 문충성 시인, 제주4·3항쟁 서사시 계획
  • 이병우 기자
  • 승인 2017.09.17 10:44
  • 호수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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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제주도의 토속적 정한을 시로 읊어온 문충성(79세·사진) 시인이 최근 폐암 3기 판정을 받았지만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서사시를 준비하는 등 시혼을 놓지 않고 있다. 60년 가까운 세월을 제주도에서만 활동해오다 지난 2014년 고양시 주엽동으로 이사온 문 시인은 암 판정을 받은 이후 현재 일산백병원 10층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문 시인이 입원한 일산백병원은 그의 사위인 전경철 교수가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곳이다. 문 시인이 일산백병원을 선택한 것은 사위가 일하는 병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병원의 이혜란 교수가 암질환 치료에 뛰어나다는 말을 들어서였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를 감안해 수술도 방사선 치료도 하지 않고 항암치료만 받을 예정이다.

문 시인에 따르면 암세포는 폐 속에 7.5㎝크기로 자리잡았지만 다행히 전이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병을 거부하기보다 관조적으로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있다. “병과 싸운다는 투병이라는 말은 참 끔찍한 말이에요. 병과 싸우기보다는, 암세포도 살고 나도 살 수 있게, 서로 오래 만난 친구처럼 함께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문 시인은 시력 40년 동안 시 속에 부드러운 서정을 담아왔지만 시에 대한 열정만큼은 부드러움보다는 뭉쳐질대로 뭉쳐진 단단함이었다. 문학과지성사에서만 11번째 펴내는 등 지난해 11월까지도 22번째 시집 『귀향』을 낸 것에서도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다. 문충성 시인은 앞으로 그가 열 살 무렵에 겪은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야심찬 대서사시를 써볼 생각을 내비쳤다.

“지금으로서는 언제 쓰기 시작해서 언제 끝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죽기 전에 써야죠. 시인으로서 살아있는 동안은 지금도 풀리지 않는 제주사람들의 한과 설움을 대서사시로 읊어볼 생각입니다.”

 

이병우 기자  woo@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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