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영화제 상영작 가이드

국내 최대의 다큐영화 축제인 DMZ국제다큐영화제가 시작된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풍성히 마련됐다. 볼 것은 많고 무엇부터 봐야할지 고민이 많은 관객을 위한 성향별 영화를 추천한다. 가족·연인·영화광을 위한 친절한 영화가이드.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다큐영화 5편을 주목하자. 관계와 휴머니즘, 성장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 가족관객을 위한 추천작

① 두 개의 세상┃마시에 마데멧┃51분┃다큐패밀리

영화는 열두 살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건청인 아이를 일컫는다)인 라우라에 관한 이야기다. 입술 대신 손과 표정으로 말하는 부모와 청인인 친구 사이에서 라우라의 말 못할 고민은 커져만 간다. 카메라는 라우라가 혼란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묵묵히 좇는다. 수화언어와 음성언어 사이를 오가며 깊어지는 라우라의 표정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된다. 두 세상을 넘나드는 코다로서의 생의 경험은 음성언어로도, 수화언어로도 쉽게 설명될 수 없다. 그러나 두 세계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그것을 농인에게 때로는 청인에게 전달하는 그 모든 순간은 어렵지만 찬란하고 아름답다. 폴란드 코다인 라우라의 유년 시절의 홈비디오와 잔잔한 풍경들은 이 영화를, 그들의 삶을 더욱더 차분히 바라보게 한다.

상영 : 9월 23일(토) 오후 8시 메가박스 백석 Open M관 / 24일(일) 오전 11시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3관 / 24일(일) 오후 2시 연천수레울아트홀 / 28일(목) 오후 1시 메가박스 백석 2관

 

② 사랑스러운 로나┃애니카 칼슨, 제시카 칼슨┃61분┃다큐패밀리

아일랜드 더블린 외곽의 발리멈 지역은 말을 키우며 말과 함께 생활하는 문화가 아직도 살아 있는 곳이다. 로나는 이곳에서 말을 타며 말에게 딱 맞는 편자를 만드는 편자공이 되길 꿈꾼다. 하지만 이제 이곳도 개발로 인해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기에 그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삶은 모두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가족은 서로의 꿈을 매개로 연대하며 스스로와 서로를 응원하다. 이렇게 꿈은, 삶은 계속될 것이다. 말 그리고 꿈에 관한 한 편의 시같은 소녀의 성장 영화.

상영 : 9월 22일(금) 오후 2시 메가박스 파주 출판도시 2관 / 25일(월) 오전 10시 30분 메가박스 백석 3관 / 27일(수) 오전 11시 메가박스 백석 컴포트 6관

 

▲ 영화광을 위한 추천작

① 미지의 해변에서 ┃아담 럭스턴, 서머 애그뉴┃90분┃국제경쟁

무분별한 포획으로 황폐해진 바다 깊은 곳, 지진으로 파괴된 도심, 중독으로 가족과 멀어지고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은 외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어떤 장소이다. 이 거칠고 황폐하며 모호한 장소에서 산호, 사운드, 인간 심리를 지속적으로 탐구해나가는 세 명의 탐험가(과학자, 노이즈 음악가, 시인이자 배우)가 있다. 즉, 이 다큐멘터리는 세 명의 인물과 그의 공간을 다룬다. 이 세 사람은 실질적인 접촉을 갖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연결되고 확장된 관계를 갖는다. 이 절묘한 연결과 확장은 시청각적인 감각과 편집으로 이뤄지고, 관객은 그들의 주관적 상태를(주관적 거리감각, 공간지각)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들의 내적 고민, 철학 그리고 심상은 카메라의 움직임, 프레이밍, 렌즈의 사용, 사운드, 샷의 길이 등으로 정교하게 구축된 이미지와 사운드의 결합으로 감각적으로 묘사되거나 퍼포먼스로 구성되어 표현되기 때문이다. 미학적인 성취가 두드러지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무엇보다 눈여겨볼 것은 창조적인 편집, 감각적인 연상작용으로 구성된 장면전환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촬영과 사운드 그리고 자연이 협연하는 감각적인 공연과 같은 인상을 준다.

상영 : 9월 23일(토) 오후 1시 메가박스 백석 8관 / 25일(월) 오전 11시 메가박스 파주 출판도시 1관

 

② 추방자┃리티 판┃77분┃글로벌비전

캄보디아 출신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리티 판이 프랑스 아르떼 TV의 지원으로 만든 작품이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골고루 만드는 그의 영화에는 늘 캄보디아의 비극의 역사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개인의 기억이 담긴다. <추방자>는 1975년 크메르 루즈 집권기부터 캄보디아를 탈출한 1979년까지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다큐멘터리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끔찍한 피의 학살극에서 살아남았던 생존의 기억이 아카이브 푸티지 영상과 퍼포먼스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진다. 작은 오두막에 갇혀 있는 한 남자가 떠올리는 기억과 감정이 다양한 형태로 몽타주 되는 이미지 안에 담기며, 마오쩌둥과 보들레르로부터 인용한 문구들로 이루어진 시적인 내레이션이 영화의 진행을 이끈다. 영화는 ‘혁명’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낸 희망과 좌절이 캄보디아 역사 안에서 어떻게 실행되었으며, 개인은 이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흥미롭게 구성한다. 인민을 배불리 먹일 것이라는 혁명이 어떻게 변질되어 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주인공의 먹는 행위가 수차례 반복되며, 사물로 꽉 채워진 방이 텅 비어 버리고, 벽에 가득 붙어 있던 가족사진들이 사라지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정권의 프로파간다 필름과 오두막 장면의 병치는 역사적 비극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효과를 낳는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의미심장한 수작이다.

상영 : 9월 23일(토) 오후 3시 메가박스 파주 출판도시 2관 / 26일(화) 오후 7시 40분 메가박스 백석 7관

 

▲ 연인을 위한 추천작

페미니스트와 휴머니스트┃김고은┃41분┃한국다큐쇼케이스

고은과 보영은 3년째 만나고 있다. 힘닿는 데까지 엄마 밥 먹고 아빠 돈 쓰며 살고 싶은 분노조절장애 페미니스트 고은과 이 세상 모든 인간을 사랑하느라 고은에게 할애할 시간은 없는 주의력 결핍장애 휴머니스트 보영의 이야기다.

‘페미니스트와 휴머니스트’, 이 말장난과도 같은 제목의 의도는 고은이 혼자 산부인과를 찾은 후 보영에게 건네는 말에서 읽을 수 있다. “광화문이 시발 좆도 중요하다. 내가 이거 걸렸는데 광화문이 좆도 중요해.” 보영을 바쁘게 뛰어다니도록 만드는 사회 문제 안에 고은이 여자로서 겪는 문제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만 같다. 보영에게 느끼는 위선과 배신감, 분노는 한순간에 고은을 휘감고 거친 말투와 욕설이 되어 곧장 보영에게 꽂힌다. 보영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울 뿐이고, 왜 화가 났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듣는 욕설은 그도 덩달아 화나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고 비난이 오가는 가운데에 정작 전하고 싶은 속마음은 서로를 비껴가기만 한다.

상영 : 9월 23일(토) 오후 3시 30분 메가박스 백석 7관 / 26일(화) 오후 8시 메가박스 백석 2관

정리 최유진 기자

자료제공 DMZ국제다큐영화제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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