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훼손 방지, 생태적 복원 위한 긴급 대책회의 열어

불법 매립업자 임의로 원상복구 시도하다 제지
환경단체, 2차 훼손 막지 못한 행정 허점 성토
다양한 의견 수렴해 복원 시기와 방식 정하기로

 

산황동 맹꽁이 습지가 또 한번 포크레인에 의해 파헤쳐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다행히 일산동구청의 제지로 불법 굴삭작업은 조기 중단됐지만,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습지 초입 부분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

 
[고양신문] 불번 매립으로 훼손 위기를 겪은 일산동구 산황동 영주산 기슭의 맹꽁이 서식 습지(7월 13일 ‘멸종위기종 맹꽁이…’ 기사 참조)가 또 한 번 포크레인에 의해 짓밟히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산황동 맹꽁이 습지를 불법 매립한 매립업자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지난15일 행정당국과 협의 없이 습지에 진입해 임의로 원상 복구를 시도한 것. 다행히 토지주로부터 연락을 받고 출동한 일산동구청 관계자의 제지로 무단 굴삭작업은 중지됐지만 습지 일부가 추가 훼손되는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산황동 한국수자원공사 고양지사 뒤편 군부대 소유 부지에 위치한 영주산 맹꽁이 습지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동물 맹꽁이의 서식과 산란이 확인되며 생태적 가치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군부대 부지 안쪽 사유지 임야에 불법 건축물(비닐하우스)이 지어지고, 진입로 확보 목적으로 추정되는 불법 매립이 진행된 사실이 지역 생태활동가들에 의해 적발되면서 추가 훼손 방지와 원상 복구 요구가 대두됐다.

이후 시 환경보호과는 훼손행위 엄중 경고하는 입간판을 세우고 철조망으로 맹꽁이 습지 출입을 차단 조치했다. 아울러 산황동 맹꽁이 습지의 생태적 가치 평가를 위한 자연생태용역 조사를 실시한 후 향후 군부대와 협의해 생태적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또한 일산동구청 건축과는 개발제한구역 내의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토지주를 고발하고, 불법매립에 대한 수사를 일산동부경찰서에 의뢰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환경보호과에서 설치한 맹꽁이 습지 훼손 방지 입간판. 문제를 일으킨 매립업자는 입간판의 경고와 차단 철조망을 무시하고 임의로 습지에 난입해 굴삭 작업을 벌였다.

 
산황동 맹꽁이 습지 추가 훼손이 발생하자 시는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19일 산황동 맹꽁이 습지 현장에서 열린 대책회의에는 환경보호과와 일산동구청, 군부대 관계자와 고양환경운동연합,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사)에코코리아 등 환경관련 시민 활동가가 참석해 산황동 맹꽁이 습지의 올바른 복원과 향후 관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회의에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 김종범 소장이 초청돼 맹꽁이의 생태 습성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을 했다. 김 소장은 산황동 맹꽁이 습지 복원과 관련해 ▲ 단단하게 다져진 매립토를 걷어내고 축축하고 부드러운 본래의 토양이 지표에 노출되도록 할 것 ▲ 현재 초본과 습지가 유지된 구역은 가능한 한 손 대지 말 것 ▲ 맹꽁이들이 동면에 들어가기 전인 10월 경 복원작업을 진행할 것 등을 조언했다.
 

산황동 맹꽁이 습지의 이상적인 복원을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초빙된 김종범 아대양서파충류연구소장(사진 오른쪽 두 번째)이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맹꽁이 습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온 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은 산황동 맹꽁이 습지가 아주 풍요로운 생물 자원을 품고 있는 생태적 보고라는 사실을 참석자들에게 인식시켰다. 비록 일부가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게아재비, 검정물방개 등 맹꽁이 먹이가 풍부할 뿐 아니라, 다양한 설치류와 족제비·너구리·고라니 등 많은 생물들이 산황동 맹꽁이 습지를 보금자리 삼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단조로운 물웅덩이가 아닌, 굴곡이 있는 얕은 습지로 복원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맹꽁이 생태 공원’으로 조성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대책회의에서는 산황동 맹꽁이 습지의 중요성이 인지된 상태에서 또 다시 포크레인 무단 난입의 불상사가 빚어진 데 대해 환경단체와 시민활동가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영강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2차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관계당국이 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면서 관리상의 허점을 지적했고,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박평수 공동대표 역시 “책임소재에 대한 부서간의 소통과 협력이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과 조중옥 팀장은 “경고간판 설치, 진입로 차단과 행정 조치 등 나름대로 대책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포크레인의 무단 진입이 발생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각 부서가 보다 긴밀히 협력하고, 환경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해 복원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일산동구청 건축과 신경철 팀장 역시 “시기와 방식이 결정되면 착오 없이 복원이 진행되도록 감시와 지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산황동 맹꽁이 습지 바로 위 사유지 임야에 세워진 비닐하우스. 개발제한구역 특별법을 위반한 불법 건축물이다.
산황동 맹꽁이 습지는 비록 작은 규모지만 수량이 풍부하고 생물종이 다양해 생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습지에 사는 물옥잠이 보라색 꽃을 피웠다.

 

맹꽁이 습지 추가훼손 방지와 복원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에서는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행정 당국에 대해 지역 환경운동가들의 매서운 질책이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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