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북카페 리버티 · 벤야민

 

북카페  벤야민에 진열된 책들.

 

닮은 듯 다른, 작지만 개성 있는 북카페 2곳

[고양신문]  날씨가 너무 좋아 집에만 머물러 있기 아쉬운 계절이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커피와 음악, 책이 있는 가까운 동네 카페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커피 맛은 물론 분위기까지 좋은 북카페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지난 6월 고양시도서관센터가 ‘1M1M 고양 북카페’ 1호와 2호로 지정한 카페 리버티(대표 김상남)와 카페 벤야민(대표 최명훈)을 찾았다. ‘1M1M’이란 ‘1미터 가까이, 1분 거리에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두 곳의 분위기는 무척 다르다.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들의 독특한 색깔이 담겨 있기 때문인 듯. 소박하지만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리버티와 벤야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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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리버티(대표 김상남)'
 

북카페 리버티의 실내 모습


리버티는 분위기가 밝고 인테리어도 다채롭다. 책꽂이에는 주로 자기계발서들이 꽂혀있고 테이블마다 책이 한두 권씩 놓여있어 함께 놓여 있는 작은 화초와 더불어 인테리어 효과를 톡톡히 낸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고 카페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과 행사 안내 문구들이 붙어 있다. 안쪽에는 10명 정도의 단체 모임이 가능한 공간도 있다. 구석구석 공간의 쓰임새가 알뜰하다.

김상남 대표는 카페 이름만큼이나 자유롭고 흥미로운 삶을 살고 있다. 바리스타 강사이자, 어른들을 상대로 라이프 스타일 코칭을 하고 학교나 교회에서 청소년에게 강의도 한다. 작사·작곡·편곡을 해 음반을 제작하는 뮤직 프로듀서에 기타 레슨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독서모임도 이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답변이다.

 

북카페 리버티의 김상남 대표

그는 카페 마감 시간을 저녁 7시까지로 철저히 지키고 있다. 마감 시간을 조금 늦추면 수입이 늘 수는 있지만 다른 좋아하는 일을 통해 부수입을 얻는다. 그는 성공에 대한 생각이 남들과 다르다.

“카페에 출근하면 1시간은 독서, 1시간은 음악작업, 30분은 그림 그리기를 규칙적으로 해요.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일(노동)이 즐겁고 재미있으면 특별한 레저가 필요 없습니다. 돈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 소비를 통제하고 있지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비금액을 정해놓고 남으면 저축을 해요. 살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일들이 많은데, 사람들은 일을 많이 하고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해서 그것들(재미)을 사려고 하잖아요.”
 

독서모임 등 여러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리버티 안쪽에 있는 넓은 테이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김 대표는 SNS에 꾸준히 책 리뷰를 올리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독서모임을 시작한지도 3년째다. 모임 이름은 ‘책 한권으로 만나는 인연’이다.

‘83클럽’이라는 가족 모임도 6개월 전부터 시작했다. 일주일에 5일은 저녁 8시 30분에 가족이 모여서 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 한 달에 한 번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짧은 에세이도 쓰고, 운동도 한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비축된 에너지를 가지고 집에서 오롯이 가족들과 노는 일에 사용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 게 불안하지는 않을까?

“어른이 하루 8시간 일하는 것처럼 아이들도 학교에서 8시간 집중해 공부하는 것만으로 학습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시험기간에는 바깥활동을 자제하고 있어요. 평소에 같이 요리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장차 같이 해나갈 가족사업 계획도 세워요. 그리 거창한 건 아니고, 아이들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관련된 일을 생각하고 있어요.”

 

카페 리버티의 전경


아내와 아이들도 ‘83클럽’ 모임을 좋아하면서 잘 따르고 있다. 가족모임을 꾸준히 진행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계획도 생겼다. 한편으로 라이프코칭에 대한 더 전문전인 지식을 쌓기 위해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심리치료도 공부 중이다.

“책을 좋아한다는 것 그 자체로 인정받는 것이 좋아요. 제가 자유인이어서 창의력이나 창작력이 고갈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계발서는 5권 정도만 집중해서 읽으면 돼고, 인문서도 많이 읽어요. 『월든』 같은 책을 읽고 삶 속에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독서예요.”

아내의 생각은 어떨까. 자신의 일을 마치고 남편과 함께 귀가하기 위해 카페에 들른 아내는 “돈을 최고로 생각하는 요즘,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늘 감사하게 살 수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북카페 리버티
일산서구 일산로 636번길 7-2
070-4407-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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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의 향기 곳곳에 깃든 '벤야민(대표 최명훈)'

북카페 2호 벤야민의 최명훈 대표

기자가 카페를 방문한 날 한 단골손님이 벤야민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어떤 곳에 갈 때 그 장소에서 나는 독특한 향이나 주인장, 혹은 가게의 인테리어를 보러 가기도 하잖아요. 벤야민은 현대적이지는 않지만 나무가 많고 책이 많다보니 내가 직접 책을 읽지 않더라도 포근함이 느껴져요. 로스팅을 직접 해서 늘 커피향도 배어 있구요. 주인장의 인상도 푸근해서 머무르고 싶은 장소라는 느낌이 들어요.”

벤야민은 한마디로 차분하다. 곳곳에 주인장의 손때가 묻은 인문학 책들이 비치돼 있고, 조명은 은은하고, 음악도 세미클래식이나 재즈로 독서에 안성맞춤이다.

최명훈 대표는 사람들에게 다소 무관심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과잉 친절을 베풀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손님을 방해하는 일이 없다.

카페 벤야민 내부 모습

벤야민이라는 카페 이름은 최대표가 독일의 문학 비평가이자 철학자인 발터 벤야민을 좋아해서 붙인 이름이다. 유태인이었던 그는 나치에 쫓겨 프랑스로 망명하고 스페인 국경 근처에서 잡힐 위기에 처하자 한 모텔에서 모르핀을 먹고 자살했다.
“벤야민은 그가 살았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한 면도 있고 죽음도 극적이죠. 문학 비평가이면서 철학자인 그는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힘든 인물이지요.”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글을 읽고 벤야민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다는 최 대표는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선견지명이 놀랍다고 소개했다.

카페의 널따란 벽면에는 작은 선반들을 달아 책들을 진열했다. 벽면 맨 오른쪽에는 주인장이 좋아하는 벤야민의 사진과 그와 관련된 책이 놓여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카페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오랫동안 관찰한다. 주문한 음료의 유리잔이 앞에 놓일 때까지 시간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중에서 발췌한 문장이라는 안내와 함께 그가 책속에서 찾아낸 글귀가 벽 군데군데 소박하게 붙어 있다.

벤야민을 좋아한다니 독문학이나 철학을 공부했을 것이라는 기자의 추측과 달리 그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황석영 같은 국내 작가들도 좋아한다. 카페 안에는 그가 대학시절부터 읽은 손때 묻은 책들부터 최근에 읽은 책까지 다양하게 놓여 있다.

 

벤야민의 벽면 작은 선반에 진열된 책들


한쪽에는 세계지도와 함께 세계문학전집이 진열돼 있다. 최 대표는 이 세계문학전집을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한권씩 순차적으로 읽을 예정이다.

최 대표는 젊은 시절 우연한 기회에 일산의 한 카페에서 커피와 로스팅을 배우고 카페를 오픈했다. 시간이 갈수록 손님들도 많아지고 단골도 늘어 안정적인 편이다.
“카페를 7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많은 카페들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꾸준히 계속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몸을 움직여 일을 하고, 손님들한테 커피 맛이 좋다는 반응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어 좋아요.”

벤야민에서는 지난해 11월까지 작은 독서모임도 진행했다.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1권에서부터 4권까지 같이 읽었다. 발제자가 발표를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식이었다. 조만간 독서모임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공간이 작다보니 조금 아쉽지만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와서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더 넓은 공간이 주어진다면 베이커리 등 다른 일도 같이 해보고 싶네요.”

커피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 오붓하게 책과 커피에 빠지고 싶은 카페 벤야민의 마감시간은 밤 11시다.


북카페 벤야민
일산서구 호수로 844
031-917-1874

 

벤야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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